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한미정상회담 평가를 위한 3가지 잣대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인간 관계, 사드 배치, ‘중국’ 문제가
3대 포인트

'문바마' 별명의 문 대통령, 인간적 매력으로 국제 지도자간 유대 넓혀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백악관에서 우리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자리를 같이했다. 많은 기자들이 두 정상이 동시에 진행하는 기자회견장에 모여들었다.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This Man)’이라고 호칭했다. 그 순간 한국 기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보도를 접하고 관련 장면을 뉴스로 접한 한국 국민들에게는 미국 대통령의 무례함이 뼈 속 깊이 각인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미국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자마자 전화통화를 나누었던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진보 성향의 클린턴 대통령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아시아의 지도자 김대중을 존경했고 또 존경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가능한 예우를 다했고,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김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을 경우 매우 협력적으로 응하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클린턴과 김 전 대통령 모두 퇴임한 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나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당시 몸이 불편한 김 전 대통령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예를 갖추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국제적 거물인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임을 클린전 전 대통령은 명확히 알고 있었던 셈이다.

2001년부터 임기를 막 시작한 부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클린턴과의 관계와는 정반대 구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초,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2000년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포용정책을 펴 나가는데 미국과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네오콘(보수강경세력)으로 구성된 대북 초강경파 집단인 부시 행정부와는 심각한 수준의 온도차가 있었다.

부시의 연두 교서에도 등장하지만 북한은 미국에게 ‘악의 축’에 해당하는 국가였다. 그런 미국이 대북포용정책 운운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적 궁합이 맞을 리 만무했다. 북한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7일부터 9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렸던 회담에서 사려 깊은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 정상이 인간적으로 멀어진 데는 전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전 대통령이 각별한 관계였던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임 대통령 정책을 모조리 뒤집어엎은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김 전 대통령이 달가울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어 표현에 있어 친근감을 주기 위해 ‘이 사람(This Man)’이라고 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정상회담 전에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었거나 그래도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연장자에게 사용할 표현은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하튼 부시 정권이 2001년 들어선 이후 한미 관계는 긴장 국면이 여러차례 나타났다. 두 정상간에 인간적인 유대감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이런 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2001년 3월 한미정상회담은 좀처럼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로 귀결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2001년 백악관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시감(데자뷰)이 크기 때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대북강경입장이고 불확실성이 큰 인물이다.

부시와 트럼프는 일방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로 국가 운영 방향까지도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게다가 한국은 대북 유화적 성격이 강한 리더십에다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상황까지도 2001년과 2017년은 흡사하다. 과연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이번 정상회담의 평가 기준은 세 가지에 달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인간 관계다. 다음으로는 사드 배치 문제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론이 분열되어 있는 마당에 정상회담의 작은 변화일지라도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여기에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고스란히 한중 관계로 이어진다. 7월 G20정상회의에서 만남이 예정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분위기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좌우하게 된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에 예민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핵심이다.

우선 한미정상회담을 평가하는 첫 번째 조건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간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기 전부터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부동산 재벌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트럼프 그룹을 굴지의 부동산 재벌로 성공시켰다. 한때는 세계미인대회를 주최하기도 했고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여러번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명절마다 방영되었던 ‘나홀로 집에’라는 영화에 주인공인 어린 배우가 집을 떠나 찾게 되는 화려한 호텔의 소유주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아니면 전쟁영웅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역대 대통령과는 완전히 성장 배경 자체가 다른 인물이다.

동북아의 다른 두 정상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개인 별장이나 다름없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인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대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물론 미국에 엄청난 물량 투자 공세가 트럼프 대통령 품에 선물로 안겨졌고, 사드 배치처럼 민감한 사안도 없었다.

하지만 한미간에는 대북 문제 그리고 미군 주둔비용 증액, 한미 FTA재협상 가능성 등 산적한 현안에다 사드 배치 이슈까지 첩첩산중으로 두 정상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 관계 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설에 시달리기까지 했지만 상원과 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얼마나 친근한 악수를 나눈 것으로 평가받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아산정책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발주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력해야 할 안건’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양국 정상간 신뢰관계 구축’이 30.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한미FTA 등 경제협력’이 24.9%, ‘대북공조방안 마련’이 20.1%, ‘사드배치 등 미사일 방어체제’가 18.5%로 뒤를 이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안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두 정상 간의 신뢰구축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안면트기’가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 신뢰관계의 기본은 서로를 이해하는 믿음에 달려 있다. 취임 직후 정상회담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에게는 환영의 미소를 보냈다.

그렇지만 백악관을 찾은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악수마저 거부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는 분담금을 내지 않는 회원국들에게 호통을 치고 회원국으로 가입예정인 몬테네그로 총리를 어깨로 밀치기까지 했다. ‘미스터 불확실성’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얼마나 친해질까. 정상회담 평가의 첫 번째조건은 트럼프와 인간 관계다.

한미정상회담 평가에 대한 두 번째 조건은 사드 배치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성격 자체가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으로 다양한 현안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새내기에 가까운 양 정상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매우 예민한 안건은 뒤로 물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실험 성공 수준과 미사일의 사거리 확장 정도에 따라 사드 관련 주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변방에서 중앙으로 얼마든지 치고 올라올 개연성이 높다.

사드 배치 이슈는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 등의 하나였지만 결론을 얻지 못했다. 선거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은 국회 비준 절차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국회 비준 이전에 국내법에 따라 사드 배치 장소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조사 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더 높다.

리서치앤리서치와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 여론은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5%로 나와 배치 반대 의견인 37%에 비해 약 20%포인트 가까이 더 많았다. 그러나 결과를 들여다보면 우리 국민들의 사드 배치 관련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연령별로 30대와 40대는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이 높고 2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사드 배치 찬성 응답이 많았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3월 대선 기간 중 실시한 조사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이 높을 정도로 국민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에서는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위협 대응’, ‘미국과의 동맹 강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여론 수렴을 위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서’ 등을 꼽을 수 있다. 남남갈등으로 확산되는 국민 여론도 문제지만 배치 장소 주변인 경상북도 성주군 주민과 김천시 주민들의 지역내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가적 해법은 아직 실마리조차 풀지 못하고 있고 관내 주민들은 공권력과 충돌까지 우려된다.

사드 배치는 국내 여론전을 넘어 미국내 대북 강경 인사들에게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에서 억류중이던 오토 웜비어가 미국으로 송환직후 사망하면서 대북 강경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2500여명이 참석한 웜비어의 장례식이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타면서 주요 일간지 외교 관련 사설 내용은 대북 비난 일색이었다.

미국 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더 신속한 사드 배치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치명적인 공격 미사일의 한 종류인 재즘을 주한 미군기지에 배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드 배치와 관련 우리 정부는 환경 영향 평가를 받고 국회의 적법한 비준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과 온도차가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격앙된 분위기의 백악관이 이해해줄리 없다.

그렇다고 국민 갈등의 씨앗이 되고 한미 동맹 관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언제까지 ‘전략적 모호성’으로 내버려두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 두 정상과 양 국가의 국민들이 동시에 공감 가능한 해법이 요구된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논하는 중요한 변수는 ‘사드 배치’에 대한 해법 도출 여부이다.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해결책 논의 없이 '립서비스'만 주고받는다면 문제 해결은 더욱 꼬이게 마련이다. 미국 내 현지 투자라는 선물보따리를 우리 기업들이 풀어 놓더라도 사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숙제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후 평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차 극복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다.

한미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마지막 조건은 ‘중국’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중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수준이었다. 양국 정상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계까지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이후 한반도에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빌미가 된다면 동북아 정세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반발은 ‘사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연간 천만명에 육박해왔던 중국 관광객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졌고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상권과 우리 상인들은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 본토에서 사드 보복은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마트는 중국으로부터 완전 철수를 선언했고 롯데마트는 제대로 영업을 하기 힘든 상태다.

우리 정부가 여러차례 중국 정부에 부당한 사드 보복 철회를 요청해 오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리서치앤리서치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국가 및 국가 지도자 이미지 조사에서 한중 밀월 관계를 과시하며 고공행진을 했던 대중국 이미지는 급전직하했다. 더 이상 중국과 중국인이 ‘좋은 이웃이자 좋은 친구’라는 이미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이 앞으로 협력해야할 나라가 미국인지 중국인지’ 물어본 결과 ‘(미국과 중국 중)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3명 중 2명 정도인 67.3%였다. ‘(미국과 중국 중)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G2인 미국과 중국 중 양자 택일형의 질문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선택은 미국으로 기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외교 무대와 한국의 미래 경제 성장에 중국의 중요성은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한미정상회담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사드 배치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기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과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입장차를 극복하는 발판이 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론 사드 배치에 대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이 납득 가능하도록 명분을 마련해줘야만 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링컨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고 있는 지도자다. 미국의 영웅적인 대통령들의 두상을 조각해 놓은 러쉬모어 산에 한 명의 대통령을 더 새겨 넣는다면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 로널드 레이건이다.

어떤 이들은 젊은 나이에 암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약 3년 남짓의 대통령 임기동안 케네디 전 대통령은 선구자적인 철학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성과를 가시적으로 만들어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을 영화배우로 방송인으로 미디어에 탁월한 감각을 가졌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빛났던 덕목은 다른 정상과의 인간 관계다. ‘철의 여인’ 대처 영국 총리와는 영혼을 나누는 환상적인 파트너였다. 이념을 달리하는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과는 농담을 주고받고 마음을 나누는 동지 관계였다. 동서독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와 냉전이 종식된 배경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이 큰 역할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누구를 만나든 기분좋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런 레이건 전 대통령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한 마디로 좌충우돌에 우왕좌왕 스타일이다. 이른바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품위나 품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미국 유수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전세계 34개국의 국가이미지와 지도자 이미지를 상호 비교한 조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2%에 그틈? 엄청난 비호감 인물인 셈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은 49%로 오바마 시절의 64%에 비해 15%포인트나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인들의 동네북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과 한반도 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네북 신세인 것은 전혀 아니다. 수만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반도 안보의 중심축은 한미 동맹에 있다.

세계 최강 미군의 최고 사령관은 전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작업이 트럼프 정부에 오바마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파격적인 소통행보와 적극적인 개혁의지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길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시민들은 셀카를 어느새 들이밀고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딴 '문재인 커피'에 국민들이 빠져들 정도다. 문 대통령의 낮은 자세와 셀카 열풍을 빗대 문재인 대통령을 ‘문바마(문재인+오바마)’로 부르기까지 한다.

정상회담 상대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이 트럼프 정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특정 현안이 아니라 두 정상이 ‘형제’처럼 우정을 나누는 일이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두 정상간의 신뢰관계, 사드 배치 입장 차이 극복, 중국에 명분 제공이 실현되어야 한다. 남북관계가 어렵다. 한미관계는 애매하다. 한일 관계는 처음부터 좋지 않았고 지금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중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시절 한국으로 망명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통일을 섣불리 서두르지 말고 한국의 힘부터 기르라’고 무실역행을 강조했다. 한미 관계에 새겨들을 노장의 외마디 훈수인 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