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대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게을리 하면 언젠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말아"

'법과 제도가 사회발전 속도에 비해 너무 뒤처지면 사회적 갈등 고조될 수밖에 없어"

"법적 규제가 선의의 피해자 발생시키지 않도록 업그레이드 해주는 사회가 선진사회"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세상의 뉴스초점이 매일같이 달라지듯 세상에는 고정된 현상과 지식이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어제의 기준이 옳았다고 해서 오늘도 같은 기준이 반드시 통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생태계는 항상 변화를 흡수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변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게시된 정보가 항상 같다면 그 웹사이트는 죽어 있는 사이트다. 항상 새로운 정보로 채워지는 웹사이트만이 활동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치 기계가 녹슬지 않고 윤활제가 마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정비를 해줘야 하듯 디지털 정보도 지속적으로 수정과 갱신이 필요하다.

최신 컴퓨터도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스마트폰 앱도 사용하다 보면 점차 참신함이 줄어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물질이 부식되듯이 소프트웨어도 매일같이 환경에 맞춰 수정하거나 새로운 버전으로 갱신해 주지 않으면 낡아버린다. 사물의 환경변화에 비해 디지털 환경 변화는 더욱 빠르다.

소프트웨어의 갱신주기는 갈수록 더욱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의 평균 수명은 30일 정도에 불과하다. 매달 새로운 버전을 내놓아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즉, 품질을 개량해줘야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경쟁은 바로 업그레이드 경쟁이다.

최근 장관 청문회를 거치면서 윤리적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회적 지도자에 대한 일반 대중의 기대가 변해왔듯 새로운 시대를 설계하고 지도자로서 앞장 설 사람이라면 예전의 자격이나 윤리적 기준만으론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자격이나 품격에서도 그렇지만 업무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기관이나 공무원들의 일하는 자세나 지향하는 목표도 변해야 한다. 설령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해도 사회가 변화를 원하면 그 변화의 흐름과 궤를 함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항상 대중의 기대에 앞서가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행정부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입법부는 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도나 정책이 대중의 요구에 잘 들어맞는지를 살피고 불합리한 법적 제도와 규정을 새로운 법적 프레임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줘야한다.

법과 제도의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적 충돌이 늘어나고 질서가 파괴되고 뇌물이 증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도덕적인 부담이 적은 뇌물부터 시작한다. 타인에게 화를 미치지는 않지만 법적인 규제를 어김으로써 발생하는 벌금이나 세금 또는 뇌물이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에 행인이 없는데도 너무 오랫동안 빨간불이 계속 켜져 있다고 투덜거리며 급한 마음에 신호를 어기고 안전하게 교차로를 건너다가 교통경찰에 적발된 경우이다. 직선으로 뻥 뚫려있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속 120km로 신나게 달리다가 80km 속도제한을 어겨 범칙금을 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래에서 1가구 1주택인 경우 판매자는 면세가 되는 상황에서 구입자만 취득세를 내기 때문에 법적 기준시가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던 부동산 거래 관행도 비슷한 경우이다. 무의식적인 관행으로 인해 법을 위반한 사례들이 장관 청문회에서 도덕적 흠결 기준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선 교차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교통량을 자동 감지해 신호등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교통신호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불합리하게 빨간 신호등에 막혀 멀뚱멀뚱 신호등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을 시스템이 알아서 자동으로 줄여준다. 선진국 도로에선 차량흐름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속도 제한을 자동으로 상향 조정해 주고 교통량이 많아지면 자동으로 하향 조정해 주는 가변속도제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 따른 세금을 비현실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인해 선의의 범법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은 법적으로 '뒷다리 걸기'로 볼 수 있다. 선진국이라면 과세기준을 당연히 법적 기준가에 연동하도록 제도를 맞춰 범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할 공간이 클수록 뇌물이 쉽게 작동하는 부도덕한 사회를 조장하게 된다.

그래서 제도나 법적 규제가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사회가 선진 사회이다. 법과 제도가 사회발전 속도에 비해 너무 뒤처지면 사회적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애매한 법적 다툼이 많아지면 부정한 뇌물구조가 발달하고 사회적 불만과 마찰이 심해진다.

반면 사회발전에 앞서 법적 규제나 제도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선진 사회에선 법적으로 억울해 할 일들이 사라지게 된다. 재수가 없어서 법망에 걸렸고 법이 잘못돼 억울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진다.

규제가 합리적인 사회애선 법정에서의 법적 논리도 간단해진다. 당연히 송사가 줄어들고 변호사의 과다한 수임료 문제나 법조계의 비리도 줄어든다. 법도 지키기 쉽고 법을 규제하는 기관의 업무도 단순해진다.

기술이 복잡해지면 주변기술들에 의한 영향도 증가한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게을리 하면 언젠가 시스템이 붕괴된다. 기술이 건강하게 작동되도록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컴퓨터 운영체제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자동 업그레이드를 해준다. 워낙 빈번하게 개선들이 이루어지므로 사용자는 그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수명이 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시간이 흐르면 전혀 다른 시스템과 기능으로 바뀌어 있다. 기술은 생물보다 월등히 빠르게 진화한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반복할 뿐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도 가속된다.

기술의 세계에선 항상 새로운 이론과 현상에 부딪치므로 누구나 초보자의 자세를 견지해야만 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할 중요한 기술들의 대부분은 아직 발명되지도 않았다고 믿는다. 나이와 경험에 상관없이 누구나 새내기 자세로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단 하루를 스마트폰이 없이 버티기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비즈니스가 단절되거나 페이스 북 뉴스를 확인하지 못해 답답해 할 줄은 몰랐다.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할수록 예전에 없던 갈망은 증가하고 이걸 채우지 못하면 사람들은 불편해 한다.

기술이 불평등과 불만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이젠 사람들이 살아있거나 굶지 않는다고 만족하지 못한다. 보고 듣는 만큼의 풍부한 문화생활과 기술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한다. 끊임없이 불만과 새롭게 솟구치는 욕구와 불만이 새로운 창의력과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기술발달은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경계를 확장하고 정체성을 넓혀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사회 시스템은 기술발달에 수반되는 현상들을 빠르게 흡수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넓혀주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개선해서 불만을 흡수해 줘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적 청산과 적폐청산이란 표현이 많이 회자된다. 사회의 부정부패는 대부분 시스템의 후진성 때문에 발생한다. 아무리 사람을 바꿔줘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제도적 개선으로 보완해야 한다. 인적청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청산이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부정과 부패는 반복해서 재현될 수밖에 없다.

■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등을 운영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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