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人事스타일 분석해 보니..."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이었던 만큼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완고한 시선

두번째는 현실론적 시선, 그리고 세 번째는 원칙에 대한 절충의 시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취임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문재인 정부의 진용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17개 부처 가운데 산업부와 복지부는 대통령 취임 한달 닷새가 지났는데도 아직 인선 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아무리 대통령직 인수위가 없는 비상시국에서 정부가 출범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장기간에 걸친 탄핵 국면으로 국정 운영에 이미 공백이 크게 난 상황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정부 구성'이 가급적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자 상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만들어진 인사청문회 제도는 이제는 모든 부처의 장관과 국세청장 등 주요기관의 차관급 인사까지로 확대됐을뿐 아니라 인사 검증의 주요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큰 기대감을 안고 출범한 정권이지만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출범하는 시점에는 고위급 인사와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곤 했다. 직전 박근혜정부에서는 첫 총리 인사가 좌절의 고배를 마셨고, 대통령과 국민간 소통의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맡은 청와대 대변인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성추문으로 조기 낙마하는 아픔을 겪은바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 정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단추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인사로 출범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개혁 인사라고 지명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천명했던 '인사 5대 원칙'의 허들을 넘기가 힘겨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조차 없이 출범한 정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국민들이 조금씩 이해하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5대 인사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완고한 입장과 개인적인 자질과 도덕성 문제는 있지만 국정 운영을 위해 임명안은 통과돼야 한다는 현실론적 입장 그리고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절충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세가지 시선'이 뒤엉켜 있는 형국이다.

첫 번째 시선은 대통령의 약속이었던 만큼 반드시 지켜야 된다는 시선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하면 불륜인가’ 이른바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인사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는 매우 깐깐하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급으로 거론되고 고위공직자로 지명되는 인사들의 각종 의혹과 논란에 국민들은 매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국민들에게는 준법 의식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 후보자 스스로는 탈법과 편법의 경계를 넘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음주운전한 이력에 대해 지명 발표와 함께 셀프 고백으로 여론의 질타를 무마해 보려고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여러명의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검증의 칼날을 겨누었던 의원들의 예리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민망한 청문회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오히려 후보자가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에 뜬금없이 구원자로 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술자리에서 술마시기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한 흑기사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의 야심차게 내놓은 세명의 개혁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냉혹하기만 하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7~8일 실시하고 8일 발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22.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지명된 후보자들 중 강경화, 김상조,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 ‘해당 직위를 수행할 자질이나 도덕성을 갖추었는지’ 물어보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부정평가가 38.9%로 긍정평가 32.9%보다 오차범위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개혁과 다자외교에서 발군의 능력을 기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탁 배경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평가는 호의적이기 보다 냉랭한 편이다. 임명 강행으로 공정거래위원장의 자리에 오른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더 냉혹한 편이었다.

‘재벌개혁의 화신’, ‘재벌 저격수’로 경제 개혁과 기업지배구조 혁신의 선구자처럼 여겨져 왔던 인물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었다. 지지층을 넘어 국민 전반의 기대가 컸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각종 의혹들은 야당으로부터 강경한 반대를 불러온 빌미가 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평가에서 긍정 평가 38.4%였지만 부정 평가 또한 31.7%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과반 이상의 긍정 평가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던 셈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호남 인사인데다 진보적인 판결로 개혁의 선봉장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판결 논란과 특수활동비를 제대로 소명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 들의 실망감도 깊어졌다. 긍정 평가가 부정보다 높기는 하지만 34.7%로 40%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그림1).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는 이처럼 매우 깐깐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림1) 한국리서치-한국일보 2017년 5월 9일 전국 1000명 유무선RDD 전화조사.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3.1p, 응답률 22.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문 대통령의 인사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또한 존재한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 개인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있어 개혁적으로 크게 차별화된 인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탄핵으로 인해 황폐화된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인사가 전반적으로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면 지지율 고공행진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와 내각 장관의 인선 등 전반적인 인사 방향에 대한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청와대 참모와 내각의 장관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인사를)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63.3%나 된다.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26.7%에 그쳤다. 자유한국당과 대구경북 그리고 60대 이상 응답층에서는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불만족이 오히려 만족보다 높았다.

후보자들의 개인적인 의혹과 논란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지만 국정 운영을 위해 임명안 통과에 동의하는 여론 움직임 또한 역력하다. 즉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임명 이후의 성과로 재시도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지난 9일 실시하고 12일 발표한 조사(전국505명 무선전화면접/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6.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강경화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이 62.1%로 압도적이었다. 임명되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 응답은 30.4%였다(그림2).

(그림2)

반대 응답 비중이 적지 않지만 임명 찬성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중도층의 선택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을 위한 내각 구성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데 더 강력하게 시선이 꽂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바라보는 세 번째의 시선은 절충이다.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인사 배제 5대 원칙은 국민들과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만 치명적 결함이 아닌 경우 첫 인사인만큼 양해하자는 시선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임기 중반 또는 후반에 이런 인사를 했다면 국민들의 이해보다는 분노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문 대통령 인사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첫 인사인만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의 너그러운 시선으로 분석된다. 무한 경쟁의 국제 질서에서 탄핵으로 이미 한발짝 늦어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추스르기 위해 발군의 인재가 필요함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로 나서는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이번 정부조차 그 실망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에게 약속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각종 개혁과제가 추진해보지도 못하고 좌초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들 스스로 우려하는 마음이 샘솟고 있다. 인사 논란의 수렁에 빠진 문재인 정부로서는 기사회생의 모멘텀을 얻은 셈이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직자가 위장전입, 세금포탈, 논문표절, 병역문제, 부동산투기 등 5가지 경우 한가지라고 해당사항이 있을 경우 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현실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4.8%로 과반을 넘었다. 하지만 도덕적 기대감이 높은 정부인만큼 ‘공약으로 약속한 만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 또한 42.1%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그림3).

(그림3) 한국리서치-한국일보 2017년 5월 7~8일 전국 1000명 유무선RDD 전화조사. 95%신뢰수준에 오차범위±3.1p, 응답률 22.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대통령 지지율이 80%이상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양해해주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에 이와 같은 여론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바라보는 세 번째 시선은 재임 중 어느 시점인지에 따라 그리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요동치기 쉬운 성격이다. 언제 약속대로 반드시 이행하라는 여론으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일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평소에도 사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인사를 볼때는 인물의 성향에 따라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개혁적인 성향의 인물, 중도적이고 조정하는 성향의 인물, 발전 지향적인 성향의 인물 등으로 말이다. 한쪽 성향으로 편향된 인사의 흐름을 우리는 편중인사 또는 코드인사라고 부른다. 정당이라면 리더와 당내 구성원의 성향이 서로 비슷할수록 더 큰 통합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차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혁적인 성향의 인물외에도 조정 능력이 탁월한 인물, 발전 지향적인 인물 등 서로 성격이 다른 다양성이 국가 경쟁력을 더욱 북돋우며 키워주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사 정책은 정치권에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지만 민생에는 결정적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를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후보자들 개인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해 혹평하는 시선도 있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출범을 위해 ‘통 큰 협력’을 강조하는 여론과 시선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는 인사 원칙의 모든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과 야당이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는 절충론도 대두되고 있다.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경 예산안과 관련해 야당의 협치를 이끌어내야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인사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한 야당과의 추가 소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이야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임명 강행을 하더라도 대통령 지지율에 치명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지만 계속 지속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사의 인물 중 인사에 성공적인 지도자를 꼽는다면 ‘세종대왕’을 떠올리게 된다. 천하의 명재상들을 두루 배출했고 적재적소에 임명된 신하들은 성공적인 치국의 보배로 제 역할을 다했다. 낮은 신분이지만 걸출한 발명 능력과 과학에 대한 식견으로 세종의 시대를 더 풍요롭게한 장영실의 발탁은 세종대왕 인사의 백미라 할만 하다.

세종대왕의 성공적인 인사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대왕 이후 수많은 지도자들이 그를 쫓았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가 거의 없다. 세종대왕의 인사에는 출신과 배경을 묻지 않는 다양성의 힘이 숨어있다. 인사 논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 정치권에 ‘세종대왕의 인사 철학’을 가져올 수는 없을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괄목상대할 만한 '인사 대박'을 기대해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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