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책당국이 우리경제에 건강한 혈류가 흐를수 있게 해야"

"정부, 취약계층의 대출수요에 대응해 취약계층 1:1 금융상담과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채 규모가 1,000조 원을 넘어섰던 지난 2014년부터 가계부채는 정부의 골칫덩이이자 난제로 여겨져왔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당국에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15일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 인상했다. 이어 미국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 점진적으로 3%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추가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아직은 미국의 금리가 한국(1.25%)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미국이 두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경우 금리가 역전된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빠르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경제에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그러나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현재 1344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금이 9조원 늘어난다. 이는 국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며, 영세자영업자, 저소득층, 다중채무자 등의 취약계층에게는 그 충격이 더욱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려 했다. 하지만 풍선효과가 발생해 오히려 제 2금융권과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에 가속이 붙고 말았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제 2금융권과 비은행권의 대출 관리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시차를 두고 향후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나타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풍선'을 전체적으로 압박할 경우, 일시적으로 풍선의 크기가 작아질 수는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는 점이다.

대출 수요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총량 규제는 경제 주체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겨 소비 위축, 주택시장 침체 등의 결과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불법 대출 및 대부업 등의 비제도권으로부터 벗어나 더욱 질이 나쁜 풍선효과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권과 비 은행권 모두 대출심사를 강화해 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금을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금중개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정부는 취약계층의 대출수요에 대응해 취약계층 1:1 금융상담과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한다. 그들이 상환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 증대 등 사회 전체적으로 건강한 경제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면서 두루두루 신경을 써야한다는 의미다.

가계부채와 더불어 자영업 대출 증가세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집계되지만, 사실상 숨은 가계부채와 다름없으며 대출의 특성상 경제의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자영업자 총대출은 가계대출의 약 3분의 1인 480조~500조 원으로 추정된다. 거대규모의 '숨은 뇌관'이 마치 시한폭탄처럼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영업자 중에서는 은퇴 후 생업을 이어가기 위한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고, 저소득층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즉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이 가세할 경우, 부실부채 가능성을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핵심 원인인 노후 일자리 매칭, 직업전환 교육, 연금의 중요성 홍보 등의 문제 해결에도 더욱 주력해야만 한다.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초미세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처럼 가계부채, 자영업 대출 증가세 문제는 경제의 핏줄이라고 여겨지는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소다.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으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 체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부채와 관련한 대내적 위험 요인은 계속해 위기를 알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한 대책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면 큰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체불명의 초미세먼지와는 다르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 위험요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은 잠재요인일 뿐 대비할 시간도 있다. 연일 부정적인 전망이나 관측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정책당국이 적절히 대책을 수립해 우리 경제에 건강한 혈류가 순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현상이나 정치적 흐름에도 관심과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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