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 "반전-감동-이변 없는 대선에 박 전 대통령 구속 변수가 될 수 있어"

13~15% '샤이 보수층'과 "구속은 심하다"는 동정론자들이 뭉치면 대선구도 요동칠수도

대선 최대 독립변수는 '안철수'…보수쪽 주자인 홍준표지사의 득표력도 이번 대선의 변수

신율 명지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로 흥미롭다. 현직 대통령 파면-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졸지에 치러지는 대선이라 하더라도, 각 정당이 도무지 경선 흥행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각 정당은 당내 대선 경선 흥행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야 정상이다. 그래야만 본선 경쟁력이 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말이다.

반전도 없고 감동도 없고 이변도 없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의 경선에서 압승을 하고, 안희정 후보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역시 그렇구나”라는 말을 되뇌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2002년 대선을 상기해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맥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민주당 경선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에 땀이 나기는커녕 너무나 '예상대로' 착착 진행돼 더 이상 눈길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후보의 압도적 우위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기도 눈길조차 줄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후보를 선출한 바른정당도 “당연히 예상대로” 유승민 후보가 당선됐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자유한국당 역시 홍준표 후보가 별 '무리없이'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경선이 “뻔~”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른바 '오너 현상'을 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중의 주류는 친문세력이다. 친노와 친문은 본래 유사한 개념이었지만, 지난번 총선을 거치면서 친노와 친문이 분리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바로 이 친문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도대로 당 대선후보도 선출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 역시 호남과 안철수 후보가 대주주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들 대주주가 필요에 의해 결합하게 되면, 역시 결과는 안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오너 현상'말고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보수의 위기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바로 그런 사례인데, 일단 위기의 정도가 깊어서, 당내 주류가 사라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무주공산이라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 싶으면 그 후보로 모든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인물들에게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당내 대선후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각 정당의 대선후보는 거의 선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본선에 대해 말해야 한다. 먼저 문재인 대세론은 이어질까하는 부분부터 생각해 보자. 이 부분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민주당 대세론'이라는 단어를 쓴다.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고, 문재인과 안희정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세 명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0%를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세론이 곧바로 민주당 대선 후보 대세론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전제가 돼야한다. 일단 문재인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경우를 가정하면,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표들이 문재인 후보 지지로 돌아서야만, 민주당 대세론은 민주당 대선후보 대세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표들이 다른 곳을 찾아간다면, 민주당 대세론이라는 용어는 성립할지 몰라도 민주당 대권 후보 대세론은 성립될 수 없다. 즉,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면 당에 대한 지지와 후보에 대한 지지가 유리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을 경우,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은 어디로 갈까?

이 부분은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일단 기존의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안희정 후보의 지지층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상당부분 중첩됨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안희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안희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던 이들의 상당수는 차선책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은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4월 10일 쯤 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20%대를 돌파해 최대 25%정도의 지지율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층이 옮겨가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단 두 부류 모두 친문이 아닌 것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두 부류 사이에는 차이도 존재한다. 한 부류는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는 상당히 진보적인 이들로 구성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다른 부류는 비호남 반노 반문 진영의 유권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민의당을 호남 비노 비문이라고 한다면, 이들 이재명 시장의 지지층 일부는 비호남 비노 비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들의 선택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들 비호남 비문들의 선택지 역시 안철수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은 호남기반이지만 안철수 후보는 호남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이런 지지층 이동 현상이 발생할 경우, 종합적으로 4월 10일경에는 22~25%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단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정체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세론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선 박스권을 탈피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반문 후보 단일화를 통한 양자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안철수 후보 측은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모종의 조치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행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란, 본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3의 후보를 많은 격차로 따돌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바로 이 점부터 따져 보면 이렇다.

이른바 반문 후보 단일화는, 방금 언급한 안철수 후보와 제3후보 간의 격차가 커질 때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다. 31일 새벽 3시 3분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번 사안 자체가 대선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구속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일기 시작하면, 아마도 일정 부분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 중에서도 구속까지는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들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금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은 약 13%에서 15% 사이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 샤이 보수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대하는 이들이 하나로 뭉칠 경우, 대선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753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무선전화면접 및 무선·유선 자동응답 혼용, RDD 방법으로 실시, 응답률 8.9%, 신뢰수준 95%, 표본 오차 ±4.3%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25.1%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샤이 보수와 이들 구속반대 세력을 합하면, 30%를 훨씬 넘는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특정 후보, 특히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면, 당연히 대선 구도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홍준표 후보와 같은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반문 후보 단일화는 상당히 어렵게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마당에, 자유한국당 후보의 입장에선 좀 더 노력하면 보수 결집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굳이 반문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안철수 후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밖에 없다.

자신이 먼저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반문진영에 속해 있는 제반 정치세력들은, 이번에 정권을 얻지 못하면 5년을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하며 전력을 다해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이런 와중에 개헌을 전제로 3년으로 임기를 단축한다고 선언해 버리면, 자신들에게도 조만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래서 불확실한 도전보다는 상대적으로 확실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을 전제로 한 임기 단축에 대한 결단은 중요한 것이다. 물론 안철수 후보가 이런 결단을 한다하더라도, 만일 자유한국당 후보 측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 측은 이런 제안을 함과 동시에 최대한 3위 후보와의 격차를 벌려 3위 후보가 이런 제안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격차를 벌리는 것이 자의적으로 되기 힘들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선제적으로 3년 임기 단축을 선언해서 자신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한주는, 대선구도가 다자 구도가 될지 아니면 양자 구도가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다자 구도가 되면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주장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 외연확장성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지층의 유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 보다 약간 높은 지지율에서 멈출 가능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자구도가 형성돼야 당선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6%의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인데, 당시는 4자 구도였기에 30%후반의 지지율로도 당선이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런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측 입장에선 되도록 많은 후보가 나올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지층 외연 확장성은 제한적이지만, 지지층의 후보 충성도는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홍준표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선 양자 대결구도가 돼야 당선 안정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보수가 진보보다 많고, 이들 두 후보는 보수층이 선택할 수 있는 후보들이기 때문에, 양자구도가 형성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대선주자 모두에게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 신율 명지대 교수 프로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정치평론가로 저술 및 방송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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