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신율 명지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독일의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는 '다양한' 평가를 받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의 현실주의적 철학적 관점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의 사상이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사상가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 등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칼 슈미트의 사상에 대한 평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의한 '정치적'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치에 대한 개념은 매우 다양하다. 정치란, 권위에 의해 재화를 재분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듯이 정치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에 따라 그 개념이 매우 다양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슈미트는 정치를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곳이라면 모든 곳이 다 “정치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예를 들어 종교단체에서 적과 동지의 구분이 발생한다면 그곳도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학교에서도 적과 동지의 관계가 생겨난다면 그 학교 역시 정치적 행위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칼 슈미트는 정치란 항상 '적(敵)'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적'이 없어지면 정치는 또 다른 적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바로 대표적인 예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이후 미국이 중국을 또 다른 적으로 간주했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한마디로 그 과정이 복잡하고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칼 슈미트는 정치적 관계에서 '적'이라는 존재는 사적인 영역에서는 오히려 아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치에서 '적'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며, 그래야만 자신의 존재도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칼 슈미트의 이같은 사상은 요즘 한국의 정치판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이후, 우리나라 정치권은 반기문 전 총장의 표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분석으로 분주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표의 흐름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사퇴가 갖는 진짜 영향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표의 분산 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함의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러한 '표의 분산'을 들여다보면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지지율 33%를 돌파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단순히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했던 충청권의 표가 안지사에게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에는 그 지속성이나 상승폭을 볼 때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안희정에게 지지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듯 싶다. 첫 번째로 안희정 지사의 광폭행보를 꼽을 수 있다. 안 지사는 보수단체의 안보 강연에 참석하고, 대한 노인회를 방문했다. 이른바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서 취약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을 안 지사가 과감히 파고들어 간다는 사설이다.

이런 광폭행보 덕분에 안희정 지사에 대한 지지층은 중도는 물론이고 보수층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행보 덕분에 지지율이 오른다고 보는 것도 꼭 정확한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안희정 지사는 과거 사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부터도 다른 더불어민주당 구성원들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등 나름의 독자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보수의 입장에서 볼때 안희정 지사는 과거부터 상당히 '합리적' 언급을 한 인물로 기억된다. 안지사 이미 오래전부터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꾸준히 펼쳐온 것이 축적돼 현재 대선국면에서 안희정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안희정 지사의 지지층 외연 확대 가능성은 문재인 전 대표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금 안희정 지사의 당면과제는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에서 일단 승리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광폭행보를 통한 지지층의 외연 확대보다는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내의 구조를 도외시한 견해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구성은 친노와 친문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당원들은 친문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따라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당심을 얻기란 상당히 힘든 상황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룰을 보면 국민참여 경선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경선에 일반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지금 모든 선거의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는 판국에, 특정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일반 국민이 만사 제쳐두고 열성적으로 참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얘기다.

안희정 지사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안희정 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지지율을 문재인 전 대표를 능가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안희정 대세론'을 만들어 내야만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안희정 지사는 지지층의 외연확대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고 볼 수 있다. 안희정 대세론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지지층의 외연확대만이 아니다.

바로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가 안희정 지사에게 단순한 충청표뿐 아니라 더 큰 이득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득이란 바로 '적의 소멸'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가장 큰 상대는 바로 반기문 전 총장이었다. 실제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기문 전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는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박빙의 판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야권 지지층에서 반 전 총장을 가장 큰 위협세력으로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반 전 총장이 막상 귀국하자,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고, 끝내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야권 지지층 입장에선 가장 막강한 상대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따라 '정권 교체'는 이제 거의 기정사실화 됐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오히려 불리한 상황으로 다가왔다. 막강한 상대가 존재하면, 준비된 대선 후보로서의 문재인의 존재 의미가 더욱 부각됐을 터이다. 하지만 막상 그 상대가 사라지니 자신의 존재 의미 마저 아울러 축소됐다는 뜻이다.

즉, 야권 지지층도 막강한 대항 상대가 있다면 경험많고 안정적인 후보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을 것이지만 막강한 상대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야권 후보 가운데 누가 나와도 괜찮을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다는 얘기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안희정 지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바로 이런 상황이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측면을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간과했던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칼 슈미트의 이론에서처럼,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상대였던 반기문 전 총장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더 절감했어야 했다.

그래서 그를 무조건 공격만 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에서 그와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었다. 즉 공적인 영역에서의 적을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반 전 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문 전 대표는 뚜렷한 적이 소멸된 상황에서 '나 홀로' 행보를 펼쳐야 하는 처지를 맞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야당 지지층에서는 보다 '여유있는' 마음과 시삭으로 후보를 물색할 수 있게 됐고, 이런 상황 속에서 막강해보이는 기존 후보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나 거부감도 스멀스멀 피어나게 됐던 것이다. 여야 후보간 박빙상황에서는 그냥 내재해있을뿐 드러나지 않았을 부정적 감정이 되살아났다는 의미다.

결국 이같은 총체적 상황의 최대 수혜자로 부각된 인물이 바로 안희정 충남지사였던 셈이다. 다만 안 지사가 친노에 뿌리를 두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른 후보가 수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더불어민주당내 최대 계파는 바로 친노와 친문이고, 거의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당내에서의 그 세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바로 친문과 친노가 그 뿌리는 같지만, 다른 구석도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원조 친노'는 친문과는 달리 문재인 전 대표나 안희정 지사 모두 같은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와 어느 정도 대등할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게 된다면 친노의 경우, 지지후보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지지율을 끌어올리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의 행보 가운데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도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전인범 전 특전 사령관의 영입건이다. 그의 부인인 성신여대 총장이 법정 구속되는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호남이 중요하고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 특전사령관을 영입했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전인범 전 사령관은 5·18 광주민주항쟁의 발표 명령자가 전두환이 아닐 수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을 영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안보불안감을 불식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현실로 드러난 느낌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경우에는 대통령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당선자가 거의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영입인사가 곧바로 섀도우 캐비닛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고 일반인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초기 영입인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데 처음부터 스텝이 일부 꼬여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다.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앞으로 자신의 행보에 있어 보다 조심하고 역지사지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대세론의 주인공은 고정 출연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는 생물(生物)'이기 때문이다.

■ 신율 명지대 교수 프로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정치평론가로 저술 및 방송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도 등재된 바 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7/02/15 16:47:57 수정시간 : 2017/02/15 16:4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