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는 3대 변수는 바로 '이념' '세대별 지지층' '지역'

‘국민이 대세’라는 다섯 글자에 19대 대통령 선거의 최종 승부 판가름날 듯

대세론은 곳곳에서 지뢰 만날수 밖에 없어…힐러리의 패배 반면교사 삼아야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국정 농단으로 꼬인 정국이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지만 헌법재판소와 심판 일정은 아직도 안개 속이다.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중도 하차한 이후 ‘문재론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런 예측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과연 ‘문재인 대세론’은 선거 때까지 그대로 이어져 청와대로 무혈입성하게 될 것인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많은 뒷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공화당은 경선과정부터 온갖 구설수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막말과 성적 농담 등으로 공화당의 명예는 곤두박질쳤다. 아직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았을 때였지만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들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말 그대로 준비된 후보처럼 보였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을 졸업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영부인부터 시작해 상원의원과 국무장관까지 역임하며 화려한 경력을 뽐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대세론’을 만들어갔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여성 비하를 멈추지 않는 트럼프 막말의 반사이익은 클린턴이 모두 독차지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은 앞 다퉈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다.

'부부 동반 백악관 입성'이라며 투표일이 되지도 않았는데 설레발을 치는 언론까지 등장했을 정도였다. 3차례의 TV토론에서의 승자도 클린턴이었다. 높은 교육수준을 토대로 한 힐러리후보의 화법은 TV선거 토론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너무나 딴판이었다. 후마 애버든의 철통같은 관리속에서 클린턴의 ‘대세론’은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현장에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참석해 연설꾸러미를 풀어 놓았을 때만 하더라도 이번 선거에 결정적 한방을 더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클린턴은 오히려 한방 역풍에 침몰하고 말았다. 백인 남성들을 중심으로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은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우 높았다. 결국 주류사회의 불안감이 FBI의 이메일 스캔들로 폭발하면서 클린턴은 좌초되는 신세가 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든 한국 대통령 선거든 승리의 핵심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클린턴은 이념적으로 중도층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회복과 중산층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했다. ‘클린턴 대세론’에 묻혀 버렸지만 선거말미 강력한 진영내 후원자가 된 경쟁자 샌더스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안지도 못했다. 지역적으로는 대선 승리에 가장 중요한 펜실베이니아주와 플로리다 주를 포함한 경합주마저 대거 패배하고 말았다.

정치권의 속설 중에 ‘대세론은 있어도 대세후보는 없다’는 말이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지율로 입증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쟁력은 인정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더욱 예민하고도 검증이 필요한 자리가 됐다. 국민들에게는 ‘대세론’보다는 안심과 안정이라는 묘약이 필요하다. 과연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 변수가 있다면 무엇일까.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 변수 중의 첫 번째는 이념이다. 문 전 대표의 ‘나홀로 질주’ 배경에는 이념적 결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전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20% 지지율 벽을 뚫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위와 20여%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30%대로 우뚝 올라섰다. 유권자들의 성향 자체가 탄핵 과정을 거치며 진보성이 강화됐고, 진보성향이 강한 중도층이 문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권자 중 30% 정도인 진보층의 상당수와 많게는 40%정도까지 이르는 중도층 중에서 진보성이 강한 유권자층을 끌어들인데 있다.

이념 결집은 대세론의 바탕이 되기도 하지만 이념적으로 다른 성향의 국민들에게는 불안감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비록 이념적으로는 색깔을 달리하더라도 전체 국민들을 이해하는 모습은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사라진 자리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빨리 자리 잡는 이유도 보수층과 중도적 보수층의 불안감으로 이해하면 틀림없다.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이념적으로 외연이 확대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감지된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의뢰로 지난해 12월 28~30일까지 실시하고 신년 연휴에 발표한 조사(전국 1011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 14.2%)에서 ‘내일이 투표일이라고 하면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본 결과를 이념성향 계층으로 분석해 보았다.

조사 시점은 반 전 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이었다. 이념 성향별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진보층에서 38.1%, 중도층 25.9%, 보수층 5.4%였다. 지지할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7%였다.

문 전 대표의 이념성향상 콘크리트 지지층은 진보층이다. 중도층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무당층에서 지지율이 매우 낮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념 성향별로 문 전 대표 지지층의 변화에 대해 다른 두 조사를 통해 흐름을 분석해 보았다.

반 전 총장이 사퇴하기 직전 명절 민심을 담은 조사 결과(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30일 실시하고 31일 발표된 조사이며 전국 1011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3%)와 반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조사 결과(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의뢰를 받아 지난 2월 3~4일 실시하고 6일 발표된 조사이며 전국1012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2.4%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다.

명절 연휴직후 문 전 대표의 전체 지지율은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정도 껑충 뛴다. 그러나 고정되지 않은 민심의 지표로 이해되는 무당층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11.6%로 한달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진보층에서 49.4%로 10%포인트 이상 뛰어 올랐다. 중도층과 보수층에서도 각각 37.1%와 14.9%로 선전했다. 명절 연휴를 관통하며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확대됐다. 하지만 압도적인 상승세는 아니다. 반 전 총장의 사퇴이후 실시된 조사에는 진보층만 온전했고 보수층과 중도층은 한걸음 물러났다. 특히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대치가 가장 높은 무당층에서 움츠러든 결과가 나왔다(그림1).

(그림1)

가장 강력한 적수로 예상했던 반 전 총장이 대선무대에서 사라졌지만 문 전 대표에 대한 이념적 불안감은 불식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의 석패 요인으로 백인 남성의 철저한 외면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중년 이상 백인 남성들의 정치적 이념 성향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 전개에 따라 혹한기에 몸을 잔뜩 웅크린 ‘샤이 보수층’의 재결집 가능성도 예상된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뒤흔들 다음 변수는 세대별 지지층이다. 탄핵국면에서 분노한 20대, 30대, 40대의 민심이 문 전 대표 지지로 모여들었다.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과 대결했던 인물이기도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가지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후보로 다가선다.

그러나 세대를 결집하며 지지율을 상승시킨 배경에는 문 전 대표의 경쟁력이 일차적으로 중요했지만 탄핵 국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큰 비중으로 한 몫 한 셈이다.

특히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돼 정부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진 30대로부터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또 다른 콘크리트 지지층이 30대다. 그러나 문 전 대표에 대한 세대별 지지 흐름에도 변화 추세가 감지된다.

동아일보 신년여론조사(2016년 12월28~30일)에서 20대의 33.4%가 문 전 대표를 지지했는데 가장 최근인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후 조사(2017년 2월 3~4일)에서 20대는 30.4%였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한 이후의 결과지만 20대 지지율은 오히려 주춤한 모양새다. 20대 정책에 대한 불안감과 미흡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조사에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장 잘 할 것으로 보는 대선 후보’를 물어본 결과, 문 전 대표의 전체 지지율은 30%에 가까웠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은 13%에 그쳤다. 표본오차 범위내이기는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에 비해 나을 바가 없었다.

유권자의 허리에 해당되는 40대 지지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명절 직후 조사에서는 40대 지지율이 44.1%나 되었지만 반 전 총장 사퇴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34.8%로 10%포인트 가량 후퇴했다. 50대에서 파죽지세 추세였지만 변화가 엿보인 셈이다.

동아일보 신년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50대 지지율은 18.7%였지만 명절 연휴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30.8%로 ‘50대 기수론’을 봉쇄할 승부처로 부각됐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중도하차라는 호기를 맞았지만 2월초 조사에서는 50대 지지율이 23.7%로 오히려 하락했다(그림2).

(그림2)

촛불민심으로 진보성이 강해진 50대 유권자이지만 검증의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대와 30대 역시 문 전 대표를 향한 선호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만 젊은 세대의 이해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대세론’의 향방은 달라진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패배를 분석할 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버니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최대 규모의 유권자층인 백인 남성 50대 이상으로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것이 클린턴측으로선 아픈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등이 동시에 ‘세대교체론’으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할 경우 문 전 대표가 받을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문재론 대세론’을 위협하는 변수는 지역이다.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 근거로 지지율을 꼽고 있다. 귀국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지지율은 명절이후 더 내려갔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충청대망론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충청에서 조차 문 전 대표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나자 대망론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세론보다 큰 개념인 대망론이 촛불처럼 활활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철옹성같은 지역기반 확보는 기본이다. 문 전 대표의 지역적 아성은 어디로 보아야 할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 전 대표는 사실상의 야권 통합후보였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 90%내외의 몰표가 문 전 대표에게 안겼다. 지리적 경계를 넘어 범호남권 유권자들의 득표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양자 대결구도가 되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야권내 후보들간 대결구도가 더욱 커지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호남에서는 안 전 대표와 그리고 충청에서는 안 지사와 지역적 경쟁을 해야 한다. 안 지사와는 당내 경선에서 우선 경쟁하겠지만 안 지사를 응원했던 유권자들이 본선에서 다 흡수된다는 보장도 없다.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대통령 선거의 경합주(스윙스테이트 : Swing States)로 알려진 곳에서 치열하게 대결했다. 그 후유증 탓으로 여론조사에서는 거뜬히 트럼프를 앞설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마저도 줄줄이 패배를 면치 못했다.

문 전 대표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호남 27.2%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달여 후인 설명절 직후 조사에서는 48%로 호남에서도 대세론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반 전 총장이 후보군에서 물러난 이후 실시된 지난 3~4일 조사에는 35.6%로 호남 지지율 상승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한편 문 전 대표의 출신지역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당락을 좌우할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PK지역에서의 지지율도 좀체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신년여론조사에는 24.6%였고 명절 연휴 직후 지지율은 30.9%로 반짝 뛰었을뿐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PK지역은 24%로 지난해 연말 조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역적으로 분석하면 대세론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문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을 넘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호남, 충청, PK지역에서의 필승카드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희정이라는 지역의 강자를 당내 경선부터 맞닥뜨려야 하지만 충청권에서 조금씩 지지율이 높아지는 대목은 고무적이다. 지난 연말과 명절 연휴 직후 그리고 반 전 총장 중도하차 이후 시점까지의 충청권 민심은 고무적인 편이다. 17.9%의 지지율이 25.1%, 28.5%로 시간이 지나면서 충청 지지율은 상승했다.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가장 큰 지역적 변수는 역시 호남이다.(그림3)

(그림3)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처럼 야권 후보로 호남을 놓치고 대권 승리를 주장하긴 어렵다. 충청도 마찬가지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당시 후보가 충청에서 벌린 표차는 전체 표차이 보다 많았다. 충청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고스란히 보여준 선거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과 국민의당과의 연대 움직임으로 호남은 더욱 격동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이 사라진 충청에서 안희장 지사가 보여줄 충청대망론의 크기 조차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동반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충청권 영향력도 다른 후보와 결합되면 연대 시너지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에 안주해서는 안되는 지역적 이유가 더욱 선명해진다.

차기 대통령 선거의 해가 밝았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라도 대통령 선거는 올해를 비켜가지 못한다. 국민들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좋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정작 실천되지는 못했다.

대통령 선거가 일단 진행되면 각 후보들의 통치 능력과 자격 요건을 살펴보기 보다는 진영간 대결구도로 검증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양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대세론’은 문 전 대표를 위해서도 다른 후보와 유권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충분한 국정 경험을 했고 초선이지만 의정활동 경험도 있다. 무엇보다 국방의 의무를 제대로 다한 몇 안 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혼란과 혼돈의 시대에 보여주어야 할 안정감과 불확실성의 제거 필요성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리더십보다는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과 이해의 다리를 놓아 줄 리더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시대정신도 읽어내야 한다.

대세론은 곳곳에서 지뢰를 만나게 돼있다. 대세론을 뒤흔들 치명적인 3대 변수로 꼽은 이념, 세대,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념으로 한쪽 진영을 뭉치게 하면 상대방 진영 또한 물불 가리지 않고 결집하게 되는 상승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세대별로도 60대 이상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젊은 세대는 무조건 싫어하는 조건 반사형의 세대 결집은 국민간 상호 소통과 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절대 강자가 사라지면서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후보간 각축전이 치열하다. 대세론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역시 국민이다.

"국민이 '더 킹'이다." 국민들 전체를 일정 수준이상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안정되게 해 줄 수 있다면 대선 후보로 손색이 없다. 대세론은 국민들에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게 된다. 여론조사의 태두로 알려진 미국 갤럽의 조지 갤럽의 말은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려준다.

‘국가가 국민들의 의지에 의해 운영된다면 누군가는 나서서 국민들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진시황이 통일한 진나라가 망하려는 시점에 할거한 서초패왕 항우는 싸움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가는 곳마다 승전고를 울렸고, 혼란한 중국을 통일할 인물로 여겨졌다. 말 그대로 ‘항우 대세론’이었다.

뛰어난 무공을 자랑하는 항우 앞에 유방은 그저 바람앞에 촛불 신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승리자는 유방이었다. 유방은 싸움에는 항우보다 훨씬 아래였고 책략 면에서는 한신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이 결국 패권을 거머쥔 것은 바로 '백성을 바라보는 마음'의 차이였다. 허울좋은 대세론에 그칠지 아니면 대박 승리로 가는 대세론이 될 지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달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드시 마음이 깊이 새겨야할 경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대세’라는 다섯 글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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