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리더십 부재상태에서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비 게을리해선 안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16년 11월 8일 (미국 현지시각),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의 대통령 후보와는 달리 거칠고 직설적인 발언에 독특한 성격이 두드러져 미국인의 절반을 비롯한 지구촌의 상당수가 ‘설마’하며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11월 8일, 그 ‘설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설마’가 현실이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미국 내 소득불평등의 심화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압축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이러한 미국의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에 기반한 것이며,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망을 담고 있다.

당선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금융시장이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미국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미국의 주가 및 국채금리 또한 상승했다.

반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의 확대로 대부분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빠른 시간 내로 다시 회복됐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 당선이라는 충격과 향후 나타날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트럼프의 대내적 경제정책 -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

트럼프의 주요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슬로건 아래 대내적으로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로 요약된다.

먼저, 미국이 대내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과 경기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이에 트럼프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낙후된 인프라를 현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대해 법인세 인하, 기업 이전비용 소득공제 등을 통해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려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도 강경한 대책을 예고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국내의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융기관 규제 완화, 소득세 및 법인세 감세 등 전반적인 감세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과거 레이건 시대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를 떠오르게 한다. 레이거노믹스는 재정지출 확대와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요약된다. 일반적으로 정부지출은 확대하고 세금을 감소시키게 되면 들어오는 돈은 적어지고 나가는 돈은 많아지므로 정부의 적자가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레이거노믹스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를 낳았다. 하지만, 지나친 세율은 오히려 세수를 떨어뜨린다는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론에 따라 세율을 낮춤으로써 세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과 재정재출 확대에 따른 결과는 래퍼곡선의 작동에 달려 있다.

트럼프의 대외적 경제정책- 보호무역주의 심화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특히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서 환율조작국임을 선포하고 향후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내비쳤다. 또한 이미 체결된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통해 이익의 불균형을 조정할 것이라 밝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대상국들에게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이상과 같은 변화에 대해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미국의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 즉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에 대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대로 트럼프 당선 이후 장기 채권금리의 급등과 강달러가 동시에 나타나며 현실화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상대적인 자국통화 약세에 반가움을 나타내면서도 향후 양적완화 향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신흥국에서는 강달러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느라 상당한 고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EU를 탈퇴한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아시아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거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국발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향후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면 그것은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재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국내 수출의 직·간접적 감소, 주한미군비용 추가 부담, 외교동맹의 재고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지레 겁을 먹고 걱정만 하고 있서는 곤란하다.

수지타산에 능숙한 기업인으로서의 트럼프의 배경을 고려할 때, 트럼 프의 공약 혹은 발언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그대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단기적인 이익뿐 아니라, 통상 마찰, 외교 문제 등 장기적인 실리 또한 따져볼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부터 다른 민족과 국가를 배척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외국과의 FTA, 그리고 동맹 관계에서도 모든 것을 뒤엎기 보다는 미국에 조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해 나갈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기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적절한 대응과 전략이다. 향후 다가올 주한미군비용 부담 문제, 한미FTA 재협상 등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나라의 국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리더십의 부재 상태로 내부마저 혼란에 휩싸여 있다. 하루 빨리 국정을 안정화시키고 다가올 트럼프 태풍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전개되는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국정조사와 특검 그리고 탄핵절차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정부 각 부처는 미국정책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나가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결코 안된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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