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평창, '올림픽의 저주'에 대비해야"

"성공적 개최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재정 확보와 사후 활용 방안"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의 조정·카누 경기를 한국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도쿄도는 당초 도쿄만에 새로운 경기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승인받았지만 예산이 4배 가까이 들게 되자 약 300km 떨어진 미야기현의 기존 보트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한국의 충북 충주에 위치한 탄금호 조정경기장 사용을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고, 이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갑자기 탄금호로 쏠리고 있다. 물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일본 국민의 대다수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

이번 사안을 지켜보면서 2년 전인 2014년 겨울에 평창올림픽의 일본 분산 개최가 논의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평창올림픽 유치가 결정됐던 당시에는 IOC에서 올림픽 단일국 개최에 대한 원칙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을 때 였다.

하지만 그 이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기를 맞고, 올림픽이 고투자·비효율이라는 이유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mega sports event)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IOC는 올림픽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올림픽 분산개최를 허용하는 ‘어젠더 2020’ 개혁안을 내놓게 된다.

이에 IOC는 2014년, 비용 절감과 기존 시설 활용을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썰매 종목을 일본에서 분산 개최 할 것을 권유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반대로 분산개최는 무산되고 말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채 500일도 남아있지 않은 지금, 대부분의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올해 안으로 완공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분산 개최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향후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의 재정 확보와 사후 활용 방안이다. 5년 전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 IOC에 보고한 예산 계획은 1조 7,600억 원이었으나 이후 3차에 걸쳐 예산계획을 수정하면서 2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또한 지난 6월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추가적으로 6,000억 원의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슬라이딩 센터 등 시설물 투자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반면 효율성이 매우 낮다. 추후 이를 재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고, 수익 창출이 힘들기 때문이다.

대회 후 경기장 등 관련시설의 이용도가 급속히 떨어져 개최도시가 시설물만 잔뜩 남아있는 유령도시로 전락하는 ‘화이트 앨리펀트’ 현상은 특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전 세계는 이미 ‘올림픽 포비아’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즉, 올림픽을 자국 도시에 유치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 자체는 국가의 인지도를 높이고 행사 당시 관광 수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끝나고 나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엄청난 채무가 밀려든다는 것이다. 일종의 '올림픽 공포증'이라 할만 하다.

이탈리아 로마는 1960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진 빚을 현재 이 순간에도 갚고 있는 상황이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국 그리스는 올림픽 직후 재정적자가 GDP의 6.1%, 국가부채는 GDP의 110.6%를 기록하는 재앙 수준의 올림픽을 치른바 있다.

이는 비단 그리스·로마만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최시 일본은 약 29조원을 투입했지만 개최가 끝난후 나가노는 관광도시로 유명해지기는커녕 빚더미에 시달려 올림픽 시설 유지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내몰리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14년 러시아의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러시아정부가 개최도시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쏟아부은 결과 소치는 엄청난 부채를 떠안은 채 텅 빈 경기장들만 남아있는 유령도시가 되고 말았다.

우리도 이미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비슷한 아픔을 경험했다. 인천의 경우, 대회가 끝나고 남은 것은 1조원에 달하는 부채뿐이었다. 주경기장을 포함해 경기를 위해 새로 지은 수많은 시설물들이 사후 활용되지 못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경기장 신축을 주도한 장본인은 바로 인천지역 정치인과 시민들이었기에 그 누구도 큰 소리를 낼 수는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 교훈을 얻어야 할 상황에서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겨울, IOC가 분산 개최를 권유했을 때 끝까지 반대했던 대회관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설의 사후 활용방안과 향후 철거, 유지비용 등의 막대한 자금의 조달 방안에 대해 설득력 있는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태도라고 믿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는 결국 그 부담을 모두 국민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일뿐이다. 아울러 구체적 계획의 부재는 과거의 반복만을 불러올 것이다.

한 국가의 올림픽 유치와 시설 투자에 대한 결정은 기업의 투자 의사 결정과 다를 바 없다. 면밀한 비용-편익 분석과 더불어 향후 일어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책실명제'가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흥겨운 파티와 축제는 즐겁지만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눈과 얼음의 축제’라는 평창 올림픽 파티는 현재로서는 눈과 얼음외에 막대한 규모의 빚을 남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2018년 치러질 평창동계 올림픽 관계자들은 경기장 시설물들의 향후 활용방안을 비롯해 부채상환, 운영비 조달 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계획안을 가능한 빨리 마련해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계획안의 실제 집행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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