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본부장, 김영란법의 대통령 선거 영향력 데이터 잣대로 꼼꼼히 분석해보니

김영란법 시행후 '경제민주화' 아이콘 김종인 전 대표 영향력 급감…야권후보들 비상

김영란법 이후 정직 등 도덕성 보다는 경영능력과 소통능력이 지도자 덕목으로 중시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대한민국의 일상을 확 뒤바꿔 놓고 있다. 카드의 한도를 걱정하지 않으며 여유롭게 밥값을 계산하던 풍성한 문화는 어느새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김영란법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식사, 선물, 축의금 또는 화환 등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부담스러워지는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색하거나 인간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N분의 1’ 즉 더치페이 문화가 일상화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물론 이미 친구 사이에 밥값을 계산하는 더치페이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직무상 관계가 없다면 선배가 후배를 격려하며 비싼 음식으로 마음껏 인심을 쓴다고 해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직과 언론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게 선후배간의 인연을 나중에라도 강조하며 청탁한다면 애당초 정으로 나누었던 식사마저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안타까운 일은 김영란법이 가져올 정치사회 그리고 경제문화적 변화가 지나치게 식사같은 생계형 비용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이 곧 더치페이라는 인식은 특히 어처구니없다. 더치페이란 의미마저 곡해돼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실제 의미는 전혀 다르다.

더치페이(Dutch Pay)라는 영어 표현 또한 영어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히딩크 감독의 고향 네덜란드 사람이 만들어낸 용어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의미의 표현이 있어 '한턱 내거나 손님을 제대로 접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더치페이는 17세기 네덜란드와 치열한 식민지 정복 경쟁을 벌였던 영국이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실제 네덜란드인들은 우리 문화처럼 ‘오늘은 내가 내고 다음은 네가 내는 식’으로 번갈아 내는 상황이 더 많다고 한다. 물론 각자가 내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터이다. 따라서 ‘더치페이’가 마치 네덜란드인들의 고유 전통이나 관습인양 치부되는 것은 지극히 그릇된 오해일 뿐이다.

김영란법을 기획한 관련자들의 뜻을 헤아린다면 더치페이보다 ‘(직무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 '각자내기’가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고치기 힘든 문화를 법과 제도를 통해 근절한다는 시도다.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렇지만 모든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감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우려는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부정부패를 내몰겠다고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이유 때문에 김영란법은 일개 법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시행 보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혼선이 야기되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해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년 12월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김영란법은 여전히 큰 존재감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에게 김영란법은 과연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김영란법’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필요한 법이지만 차기 대선은 당장 내년에 닥칠 최대 이벤트라는 점에서 양자간 상관관계가 궁금해진다.

선거의 속성상 수많은 이벤트와 대중 접촉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김영란법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예상되는 현상은 우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혐오 상승이다. 김영란법의 잣대로 볼 때 가장 높은 도덕적인 수준에 서 있어야할 대선 후보들은 결코 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이든 가족 중 누군가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한 경우, 대선 도전 실패를 떠나 정치 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김영란법은 또한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단기적으로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 미치는 부정적 그림자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도 예외는 아니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일소와 부당거래 해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야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온 ‘경제민주화’에 대한 약발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가져온다.

당장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 경제민주화의 아이콘 같았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주목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에도 분배 보다는 성장론을 강조하는 인사들의 참여가 눈에 띌 정도다.

우선 차기 대선 후보군 전반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상승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는 다른 선거보다 도덕성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후보 본인은 물론 후보자를 지원하는 캠프 인사들의 대인 접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선거운동의 특성상 식사 비용을 비롯해 집회와 관련한 비용 지출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때 자칫 주변 인사들의 무리한 선거 캠페인이 김영란법이 정한 기준을 뒤흔들어 놓을 공산이 높아 보인다. 자칫 대선 후보 본인 또는 캠프내 측근인사가 김영란법을 조금이라도 위반할 경우 당락 자체를 가를 정도로 파장이 커지게 될 수도 있다.

도덕성이 모호한 개념으로 느껴진다면 정직성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몰락하고 있는 요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직성이 핵심이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영화 제목처럼 여러 사안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데일리한국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15~16일 조사(전국1008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적용. 더 자세한 사항은 발표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정직성’이 24.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리더십, 정책능력, 세대교체, 인지도, 국민통합능력 등의 순으로 나왔다. ‘정직성’ 항목은 다른 조건에 비해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나 다른 선택 기준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선택 기준에 차기 대선 후보를 대입해본 결과, 대선 후보 경쟁에서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총장,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모두 ‘정직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 국민들이 각 후보들의 정직성을 검증할 길은 없다. 상당 부분 기존 이미지로부터 얻게 되는 평가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문재인과 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들은 3명 중 1명 가량이 다른 능력보다 ‘정직성’을 대통령이 되는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차기대통령 선택 기준(김영란법 시행 4개월전)

자칫 김영란법과 관련해 부정적 상황과 맞물릴 경우,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반 총장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김영란법의 등장과 함께 대통령 후보에 대한 레이더는 더 촘촘하게 가동될 것이 분명하다.

정직성과 도덕성이 더 강조되는 환경에서 기존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반대로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대규모 대선 세몰이 과정에서 대선주자 관련 인사들의 김영란법 위반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전반적인 투표율 저하 등 선거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생각되는 김영란법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새누리당쪽을 향한다. 김영란법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제기됐고 이명박 정부때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0여년 가까이 집권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새누리당쪽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갈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훗날 치적으로까지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란법이 정작 차기 대선후보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김영란법이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면 해답이 보인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무성 전 대표 등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최우선적으로 결집시켜야 하는 지지층은 단언컨대 새누리당 지지층이다.

그렇다면 직업별로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강한 계층은 누구일까. 김영란법은 공직과 언론계 그리고 교직 등 주로 직업에 따른 대상자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직업군은 자영업과 가정주부층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10월 4~6일 실시하고 7일 발표한 조사(전국1009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 가중치적용 응답률20% 더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 30%, 더불어민주당 25%, 국민의당 10%였다. 자영업층에서 새누리당은 35%, 더불어민주당 21%, 국민의당 9%로 갈렸다.

화이트칼라에서는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33%로 가장 높았고 새누리당은 17%에 그쳤다. 가정주부층은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조사됐다. 가정주부층에서 새누리당은 46%였고 더불어민주당은 3분의 1정도 수준인 13%에 불과했다.

직업별 정당지지율 김영란법 여론

단 한번의 조사 결과에서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누리당은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서 강세를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김영란법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물어본 결과,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직업군 중에서는 자영업층이 가장 높았다.

이 조사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들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질문했더니 ‘자영업자 타격, 소비심리 위축, 경제 악영향’이 가장 많은 이유로 꼽혔다.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답변과 관련해 새누리당을 선호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가정주부층에서 학생층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응답 비율이 가장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학부모 비중이 높고 직접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아닌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가져올 경기 위축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5월의 데일리한국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자영업층에서 반 총장은 24.2%였고 문 전 대표는 16.3%였다. 가정주부층에서 반 총장은 27.4%로 가장 높았지만 문 전 대표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10.2%에 그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전체 지지율은 6.2%였지만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서는 각각 8.8%, 7.2%로 더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인식되고 있었다.

시행 이전에 실시한 조사보다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더 깊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시름은 깊어진다. 여권 후보들은 예외없이 이에 따른 영향을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한 표라도 더 건져야 하는 대선 무대에서 예기치 못했던 김영란법 변수는 여권 후보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김영란법의 부작용은 새누리당, 여권 후보만 겨냥하고 있을까. 예상과 달리 김영란법은 야권 후보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의 깜짝 등장과 함께 지난 총선전부터 ‘경제민주화’이슈가 재점화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김 전 대표가 부정적인 과거 이력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구한 ‘일급 구원투수’ 대우를 받은 데는 경제민주화 효과가 크다. 경제민주화의 상징, 아이콘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 전 대표에게는 ‘경제민주화’야 말로 영구불멸할 대박상품으로 여겨졌을 터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화려한 등장과 함께 경제민주화 라는 다섯글자는 퇴색되고 말았다.

총선 직후 김영란법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관심과 우려가 물밀듯이 사회곳곳을 파고 들면서 ‘경제민주화’는 실행되지 않은 고대 유물처럼 용도폐기될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데일리한국의 지난 5월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성’이었다. 다른 선택 기준보다 정직성이 다른 조건보다 더 우선시되는 원칙임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을 눈앞에 둔 지난 9월 하순의 조사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9월 23~24일 실시하고 26일 발표한 조사(전국1091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적용 응답률13.1%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할 때 어떤 사항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는지’ 물어본 결과, ‘국가경영능력’이 35.8, ‘국민과 소통 능력’이 35.2%로 나타났던 것이다.

유권자들이 다른 그 무엇보다 실질적 경영 능력과 대중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첫 손에 꼽은 것이다. 이전의 일반적인 응답 패턴이던 정직성과 동의어인 도덕성은 3위로 밀리고 말았다. 김영란법이라는 검증장치가 작동하게 되는 만큼 그동안 중시되던 도덕성 보다는 경영능력이나 소통능력 처럼 실질적 가치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는 의미다.

차기대통령 선택시 고려 기준

이 조사에서는 가상대결을 물어보았는데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경우 모든 야권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고 심지어 3자(국민의당 후보 포함)대결에서도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한국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5월 조사에서 ‘정직성’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인 쪽은 야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였다.

경제민주화가 공정거래 확립 또는 부정거래 타파로 읽힌다면 국민들은 제도로 정착돼가는 김영란법에 더 큰 관심과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빼앗겼던 경제민주화 이슈를 강력한 야권의 무기로 삼으려했던 야권 대선주자들의 전략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간에서는 관행적으로 이어졌던 접대문화와 청탁풍습에 지나치게 익숙해졌던 탓인지 일각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성토 분위기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주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연일 특정 사례가 법적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원래 큰 변화는 큰 고통을 잉태하게 마련이다.

기존의 부조리와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오장육부를 다 뒤엎는 수준의 고통은 당연해 보인다. 물론 김영란법의 본질이 ‘깨끗한 사회, 청렴한 국가’를 만든다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할 정도로 ‘식사, 선물, 경조사’ 쪽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여기에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마저 헷갈리게 만드는 법 적용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결여된 점은 ‘옥의 큰 티’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김영란법은 우리 국민들 삶의 도구이지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더 행복한 국가, 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장치여야 한다. 힘든 삶을 더 옥죄거나 옥상옥 같은 불편한 옷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김영란법의 성공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시행 과정과 시행 결과에 따른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주변의 상점과 식당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이후 얼어붙은 경기로 ‘김영란법 포비아’에 빠져있을 정도다. 아무리 좋은 법도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법의 취지에는 부합돼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국민들이 법 적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관련 법의 적용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1년여 남겨둔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란법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덕성과 정직성이 대선 후보 검증의 기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후보 자신이든 가족과 친인척이든 김영란법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한다면 후폭풍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년 대선에선 여권 후보도 비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으로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특성을 보여왔다.

이 탓에 김영란법에 대한 부작용이 현실화된다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난데없는 김영란법 후폭풍과 여진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다. 야당 후보들도 김영란법의 예봉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념적 특성상 야권 특히 진보적 성격이 강한 정당의 대선후보는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진보적인 정책을 독점해왔지만 김영란법으로 그같은 약효를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후보, 상대적으로 더 청렴한 후보를 선택하는데 있어 야권 대통령 후보들은 조금 더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다, 그렇지만 김영란법의 전면적 시행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수많은 야권의 경제관련 진보적 공약이 설 자리를 잃고 방황의 길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현 정부나 새누리당에 앞서 시행령 등 관련내용을 보완하는 법안이나 김영란법 자체의 개정 등을 발의할 경우 정치권 공세나 여론의 부정적 시각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 김영란법은 차기 대선에서 후보들에게 독이 될까. 아니면 약이 될까.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이슈 특히 청년 실업율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모든 후보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김영란법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고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는 기대에 이견이 없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56점(100점 만점)으로 37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칠레나 폴란드보다 못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투표일까지 국민 우려를 씻어내는 몫은 오롯이 대선 후보들에게 주어지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시 연간 약 11조 6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진단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은 시행초기에 많이 몰리기 마련이다. 음식업에서 8조 5000억원, 선물관련 산업 2조원, 골프업계 1조 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음식업은 자영업층에, 선물은 가정주부층에 폭넓게 적용된다. 결국 대선 후보들의 손에 들린 김영란법은 국가투명성 수준을 높이면서 ‘소비 절벽’을 해소하는 두 마리의 토끼가 되어 버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후보가 영락없이 대통령 자리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음은 분명하다. 김영란법은 실생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년말 대통령 선거의 향배에도 결정타가 될 것이 분명하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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