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교수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준비된 대선 후보'를 가장 선호해"

강연정치로 뜬 안철수 , 선거 다가올수록 점점 지지율 떨어지는 이유는?

서울시장은 여타 지방자치단체장과는 달라…그래서 대통령도 배출한 것

명지대 신율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잠룡'이라 불리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요즘 '강연 정치'가 한창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알리기 수단'으로 강연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는다.

안철수 의원이 원조라는 결코 볼 수 없다. 하지만 안의원이 정치 입문 이전에 전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펼쳤던 '청춘 콘서트'가 강연정치의 효용성을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청춘 콘서트'는 안의원의 대중성을 높여준 특효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안철수의원은 물론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시장, 김무성 전 대표 등이 강연정치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대선 잠룡들이 앞다퉈 강연 정치에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지금 정치권에서는 뾰족한 이슈가 없다. 무릇 정치인이라면 특히 대선후보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늘 이슈를 만들어내고 공론화하는 특유의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른바 프로 정치인들의 '촉'이다. 하지만 대형 이슈 아니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작은 이슈라도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언론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강연'이라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물러나서 가만히 있을 때와 대중 앞에 나타날 때를 제대로 구분할 줄아는 정치인이다. 이것이 일반 정치인들로서는 절대로 쉽지 않은 행동임은 물론이다.

그래서 강연 정치라도 해야 스스로 위안이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강연정치는 분명 한계가 있다. 상당한 수준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각인시키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철수 의원이 강연 정치의 효용성을 제고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연정치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호감은 몰라도 능력과 믿음직함을 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도 자명하다.

지난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8월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당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각각 46.3%와 46.1%로 초박빙 승부를 보였다.

특히 야권단일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또 다른 야권 잠룡 인 문재인 후보를 15.3%p 차로 크게 앞섰었다. 그런데 9월 여론 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문 후보에게 오히려 9.7%p 뒤처졌다.

박근혜-안철수 간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 47.3%, 안 후보 44.1%로, 당시 까지만 하더라도 조금씩 좁혀졌던 오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0월 여론 조사에서 안철수 당시 원장은 아예 3등으로 주저앉았다. 당시 리서치 뷰의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1위의 박근혜 후보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 후보에게도 1%p 뒤진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와의 통합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11월 19일 여론 조사를 보면,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15.2%p 차이를 보이며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마디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안철수 당시 후보의 지지율은 점점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최근 4·13 총선 때도 여지없이 목도됐다. 지난 2016년 1월 첫째 주의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18.1%, 김무성 18.3% 문재인 18%의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두 번째 주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문재인 18.9%, 안철수 17.8% 그리고 김무성 17.7% 순이었다.

그런데 리얼미터의 29일 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18.8%, 김무성 16.8%, 안철수 13.2%를 각각 기록했다. 그 이후 총선까지 안철수 의원은 대선후보 지지율 측면에서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의 상승세는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서 관찰해보면 안철수 의원은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읽어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 대선후보로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이상하게도 대선에 관한 언급을 할 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여 왔다. 예를 들어 힐러리가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힐러리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었다.

하지만 대선 출마설이 슬쩍슬쩍 비치면서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2008년 대선 경선 기간 내내 이어지게 된다. 힐러리는 그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

문제는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그만두고 대선 출마 준비에 들어가자 지지율이 그야말로 '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유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이 여성에 대해 아직은 큰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이 힐러리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막상 대통령으로서의 '믿음직함'은 왠지 부족할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은 지금부터 10년전인 2006년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됐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되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위기 상황에서는 역시 '남성 후보'가 '여성 후보' 보다는 믿음직하다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갖는다는 의미다. 아마도 이런 측면은 안철수 의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터이다.

즉, 인간 안철수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고, 또 그의 의사로서 혹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로서의 능력은 높이 사지만, 정치인 그것도 한 국가를 이끌 지도자로서 안철수라는 사람의 능력에는 아직 의구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기 한참 전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다가도, 선거가 막상 가까워오면 지지하는 인물을 바꾸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이는 '강연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기도 하다.

예컨데 안철수 의원의 경우, 강연 정치로 본격적인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이런 인기는 문자 그대로 공감을 통한 인기일 뿐, 더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유권자들이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강연정치는 다만 단기적 수단일 뿐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선거 전략은 될 수 없음이 자명해 보인다.

강연정치를 하지 않는 다른 대선 주자들이 '이슈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표주자로는 남경필 경기도 지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남경필 지사는 요즘 모병제 문제를 꺼내들고 유권자들의 관심끌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최근들어 모병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 지는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핵무장론과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까지 꺼내들었다.

남경필 지사가 이렇듯 “때 아닌 모병제” 나 "전작권 환수 문제" 등에 불을 지피려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일련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 몇 가지 어려운 점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그만 둬야 하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원성을 다독여야 한다. 게다가 상대 경쟁후보가 이를 두고 공격거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바로 중앙 정치무대로부터의 관심끌기다. 중앙정치 무대로부터 눈길을 끌고 관심을 모아야만 그나마 중앙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대선 후보 지지율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좀처럼 이런 기회를 얻기 어렵다. 자기 지역에서 아무리 지방정치를 잘한다해도 그런 측면이 중앙정치의 관심을 끌 수 없을뿐 아니라 중앙 언론이 이를 보도할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바로 서울시장이다.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라도 장관급 서울시장이 갖는 무게는 남다르다. 그리고 서울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최고 책임자라는 자리는 '소한민국 대통령' 자리와도 비견된다.

그렇기에 서울시장은 굳이 이슈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부터 제주지사까지 다른 지자체당들은 여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나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시장 출신 가운데 대통령이 배출된 적은 있지만 다른 지자체장이 바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적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눈길이 간다. 이런 점에서 남경필 경기지사가 모병제 문제나 전작권 등의 전국적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은 대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나쁜 전략 같지는 않다.

하지만,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이런 주장이 나중에 정치인 이미지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지는 정확히 예견하기 힘들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대선후보군으로 불리는 정치인 가운데 유승민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남경필 지사가 꺼내든 모병제이슈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럴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대선후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굳이 모병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로, 모병제 논란 자체가 자신들의 이미지 형성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군대 갔다 온 이들이나, 군대 갔다 온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단 모병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군대에 입대하기에는 너무 이른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아니면 군 입대 직전의 아들을 둔 부모 혹은 당사자들은 아마도 모병제에 큰 관심을 보일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현 인구구조를 살펴볼 때, 전자 즉 군대를 갔다 온 이들과 군대를 갔다 온 아들을 둔 부모의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에 대선 잠룡들은 굳이 이 문제에 몰입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할수도 있어 보인다.

정치인은 이슈를 만드는데 성공하는 것 못지 않게 어떤 이슈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지 못한다면 최소한 지금의 인구 구성 비율을 놓고, 어떤 이슈를 내놓는 것이 효과가 클지 연구하고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과제다. 특히 주목받는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더 더욱 힘겨운 과제일 터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말이 있다. 준비된 대선 후보라면 굳이 별도의 이슈를 만들어내려 힘쓰지 않아도 여론이 주목한다는 사실이다. 준비하지도 않고 갑자기 뜨려고 한다면 이것은 사회적 법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유권자들은 강연정치든 이슈만들기든 이런 저런 얘기에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준비된 대선 후보'를 가장 선호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 신율 명지대 교수 프로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정치평론가로 저술 및 방송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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