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미국 대통령 예측할수 있는 5개 절대 데이터 있다"

선거인단, 백인, 여성, 중산층, 블루칼라 등 5대 잣대로 대통령 당선자 미리 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 48대 미국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차례 TV토론(26일 미국 현지시각)을 거쳤지만 여전히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11월 8일 세기의 선거를 앞두고 두 차례의 TV토론을 더 거치는데다 여러 변수가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당 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택한 직후인 9월 초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돌출 변수가 쏟아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국무장관 시절의 이메일 스캔들을 필두로 이런저런 악재가 봇물터지듯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편인 빌 클린턴과 운영 중인 클린턴 재단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 큰 악재는 바로 건강 문제였다. 9·11 테러 추모 행사에 참석했던 힐러리는 콜레라 후유증으로 장시간 서있지 못하고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을 황급히 빠져나왔다. 대통령의 건강을 유난히 따지는 미국 유권자들의 성향을 따진다면 분명한 악재였다.

미국 최초이자 마지막 4선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이후로 연임을 제한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로 흔히 지칭함) 대통령도 현역 시절 일본을 방문해 연설하던 도중 쓰러지면서 재선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나이와 무관하게 건강 상태에 따라 대선 후보들의 선거 결과는 요동치기 일쑤였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미국 대선 후보 관련 여론은 출렁이고 있다. 9월 초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51%로, 트럼프를 8%포인트 앞서 나갔다.

그러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10~16일의 LA타임즈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47%로, 힐러리를 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오차 범위내 차이라 경합 또는 박빙 수준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2016년 9월 미국 대선 지지율 추이

이런 상황에서 1차 TV토론이 끝난 뒤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10년간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던 트럼프의 반전 기회로 생각되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TV토론 후 대체적인 반응은 클린턴의 완승으로 판명났다.

CNN이 여론조사기관인 ORC와 공동으로 실시한 1차 토론 직후 실시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잘했다’는 응답이 62%로 ‘트럼프가 잘했다’는 의견(27%)보다 두 배이상 많았다. TV토론이 아직까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40일 남은 대혈투에서 클린턴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당선자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1차 TV토론을 실시하기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다수가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데에는 TV토론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많다.

한국에 상상할 수 없는 큰 영향을 주게 될 세계 최강대국, 슈퍼파워 미국호(號)의 차기 선장은 누가 될까. 당선 후보를 예측하는 절대적인 변수가 되는 선거인단, 백인, 여성, 중산층, 블루칼라(러스트벨트)라는 5대 절대 지표를 통해 다음 대통령을 예측해본다.

우선 선거인단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 제도와 달리 총 득표율이 아닌 선거인단 수로 당선자를 결정짓는다. 일종의 승자독식(Winner-Takes-All)제도다. 만약 오하이주 전체 득표대결에서 한 표라도 더 이겼다면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다 가져가게 된다.

이렇게 되니 전국 득표에서는 앞섰다고 하더라도 선거인단수에서 열세로 패배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나오게 된다. 지난 2000년 선거에서 아들 부시에게 석패한 앨 고어 부통령도 전국 득표에서는 부시보다 앞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에서 패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자신의 텃밭이자 고향인 테네시주의 패배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를 이해한다면 전국적인 지지율보다 50개주 각각 승패가 더욱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선거인단은 상원과 하원의원의 수를 합한 숫자다. 주마다 2명씩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비율로 할당된 50개 주의 하원 의원수 435명에 워싱턴 DC 3명을 모두 더하면 총 538명이다. 이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확보하면 미국 대통령이 된다. 즉 270명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선거 승리가 되는 셈이다.

선거인단 제도는 선거 결과의 향배를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할 정도로 독특하다. 이론적으로 전체 50개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상위 11개주(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조지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뉴저지)만 접수하면 나머지 39개 주(워싱턴DC 포함)에서 패하더라도 승리한다.

미국 선거인단 상위 11개주

선거인단 제도만 놓고 보면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하다. 가장 선거인단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여기에 힐러리의 고향인 일리노이주와 상원의원을 지낸 뉴욕주를 합하면 3개 주에서만 이미 선거인단을 100명이상이나 확보한다.

지난 2008년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선거인단 상위 11개주 중 9개 주에서 승리해 미트 롬니를 좌절케 만들었다. 2000년 고어 부통령은 전국 득표에서 부시(아들) 후보보다 54만표를 더 받았지만 선거인단에서 4명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수학적 셈법에 능한 금융평가사인 무디스는 그래서 선거인단 제도 특성상 힐러리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선거인단 제도 변수에서는 힐러리가 우세해 보인다.

두 번째 변수는 백인이다. 얼마나 결집된 투표가 나오느냐에 따라 트럼프와 힐러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다인종국가이기 때문에 지역보다 인종이 더 큰 변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종보다 백인 인구의 투표 성향이 선거 분석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비율이 조금씩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백인이다. 부시(아들)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00년 대선에서 백인 비중은 78%나 되었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비율은 70%에 조금 못미치는 69%로 줄어든다. 흑인 비율은 12%로 16년 전과 비슷하고 히스패닉은 5%포인트 더 늘어나 12%가 된다.

미국 대선 유권자 인종 비율 2000년 vs 2016년. 유권자는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 대상.조사:퓨리서치센터

트럼프는 인종적인 발언과 멕시코 국경 장벽 발언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지지층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렇지만 다른 인종에 비해 우호적인 백인 유권자의 수는 압도적이다. 지난 7월 25~31일 LA타임즈와 USC대학이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미국 전역 2,171명 조사)에서 트럼프와 힐러리는 인종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전체 유권자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백인에서 트럼프는 55.4%로 힐러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흑인은 힐러리가 압도적이다. 82.7%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고 고작 5.4%만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응답이었다. 히스패닉은 흑인보다는 차이가 덜했지만 힐러리의 완승이었다. 히스패닉 응답자의 55.8%는 힐러리를 선택했다. 트럼프라는 응답은 31.4%였다.

선거판을 좌우하는 핵심변수는 백인이다. 만약 트럼프가 1980년의 로널드 레이건이나 2000년의 조지 W. 부시(아들)만큼 백인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 승산은 트럼프에게 있다.

1차 TV토론과 함께 본격 막이 오른 미국 대선의 인종 변수는 백인 특히 그 중에서도 백인 남성이 쥐고 있다. 가장 큰 이익단체인 미국 총기협회는 전형적인 백인들의 이해가 얽힌 집단이다. 총기 소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알려진 트럼프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캘리포니아 등 선거인단 수가 많은 주에서 불거진 경찰과 흑인의 갈등도 인종별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공교롭게 이슈가 된 사건들이 백인 경찰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인종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흑인들이 경찰의 과잉 대응을 성토하는 시위에 대해 백인 사회는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처럼 투표 현장에서 자신들의 표심을 여과 없이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고령자 백인 인구가 늘어난 점도 트럼프에게 유리하다. 투표율 또한 백인이 높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백인은 64%,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는 각각 48%와 47%에 그쳤다.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재선이 걸린 선거였기 때문에 흑인 투표율이 67%로 역대 다른 선거에 비해 꽤 높은 편이었다. 인종만 놓고 보면 백인이라는 인종 구성의 유리한 위치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다.

세 번째 변수는 여성이다. 미국 대선 역사상 최초의 남녀 대결이다. 지구의 반은 여성이다. 미국 유권자 분포를 살펴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다. 따라서 여성 유권자들이 사상 최초의 남녀대결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딴판으로 달라진다. 같은 여성을 지원 사격할 것인지 아니면 선거의 속설대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명제가 성립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일반적인 분석으로 남성유권자들은 트럼프를 좀 더 많이 지지하고 여성 유권자들은 최초로 오벌 오피스를 차지할 여성 대통령을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LA타임즈가 미국 USC대학과 함께 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여성응답자들의 50%는 힐러리를 선택했다. 트럼프를 선택한 비율은 38.8%였다. 반대로 남성은 54.9%가 트럼프를 지지했고 35.1%는 힐러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만 놓고 보면 남성 유권자들을 더 많이 확보한 트럼프의 우세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남성 유권자들의 변동 폭은 여성보다 큰 편이다.

백인 남성 중에서 가톨릭 신자층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큰 편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가톨릭)들도 트럼프에 대한 호감이 높지 않다. 반대로 여성 유권자에서 힐러리는 일관되게 약 12~15%포인트 정도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인 빌 클린턴의 여성 편력이 힐러리의 여성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리 파괴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여성 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덤터기를 둘러쓰지 않는다면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동기 부여는 힐러리에게 유리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네 번째 당선자를 예측하는 변수는 중산층이다. 흔히 선거에서 중도층이라고 하는데 정치이념적인 해석이라 어떤 사람들이 중도층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념적 기준보다는 정책적 기준에 의해 지지할 후보를 선택하는 미국 사람들의 특성상 중도층은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유권자로 연결된다.

유권자의 비중도 가장 크다. 2015년 퓨리서치(Pew Research)센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은 1971년 61%에서 2015년 조사결과 50%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저소득층은 늘어나고 고소득층도 같은 기간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사회도 양극화 즉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중산층의 감소 요인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쇠퇴와 임금이 싼 다른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세계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애플 제품의 경우 대부분의 생산시설은 폭스콘 등 중국을 비롯한 세계에 퍼져있다.

195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자동차 1위 브랜드였던 GM이 고용한 미국내 근로자만 40만명 규모였다고 하니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를 가히 실감할 만 하다. 중산층 복원에 대한 향수가 누구보다 강한 국가가 미국이다. 왜냐하면 내수를 기반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부터의 소비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내 제조업 기반위에 두터운 중산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중산층의 표심은 큰 변수가 되고 있다. 가장 유권자 수가 많은 중산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선자의 이름도 달라진다.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고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 미국의 공장들을 되찾아 오겠다고 사자후를 토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약에 중산층은 솔깃한 상황이다.

공정무역과 자유 무역의 정신이 교과서적으로는 더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교과서보다는 현실이다. LA타임즈와 미국 USC대학이 공동으로 지난 7월 24~30일 사이 실시한 조사(미국 전역 2,211명)에서 중산층에 해당하는 연간소득 3만5000달러~7만5000달러사이의 응답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52.1%로 힐러리에 대한 지지 36%보다 16.1%포인트 더 높았다.

미국 대선 중산층 지지율

전통적으로 1, 2차 산업 출신 부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공화당 대선 후보의 경우와는 달리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가치 수호인 ‘Made in USA’와 ‘Product of America’를 강조하며 중산층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다수의 유권자가 포진하고 있는 중산층을 트럼프가 이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 48대 미국 대통령을 예견하는 잣대는 러스트벨트(블루칼라층)이다.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북부 및 중서부 지역을 일컫는다. 19세기말 20세기 초 미국의 고도 성장을 견인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자동차, 철강 등 중화학 공업이 발달했던 곳이다. 선거인단제도, 백인(인종), 여성(성별), 중산층(경제) 변수로 분석했을 때 두 후보의 결과는 예측불허다. 한국 선거와 마찬가지로 최종 승부는 경합 지역에 달려있다.

이미 두 후보가 텃밭이거나 강세 지역을 제외하면 선거인단이 비교적 많은 중서부 및 일부 남부지역이 최종적인 경합지로 분류된다. 철강으로 번영했으나 이제는 쇠락했다는 의미에서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르고 정치적으로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가 된다. 한국의 간판 메이저리거인 강정호 선수가 소속된 피츠버그팀도 한때 철강산업의 요람인 러스트 벨트에 위치하고 있다.

성공한 백인들의 이주인구가 많은 플로리다를 포함해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주가 이번 선거의 당락을 틀어쥐고 있다. 최소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승리하는 이번 선거에서 오하이오(18), 플로리다(29), 펜실베이니아(20) 3개 핵심 경합주의 선거인단만 무려 67명이나 된다.

어느 후보라도 이 세 곳을 모두 가져간다면 미국 대통령 당선을 사실상 보장받게 된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은 플로리다주다. 왜냐하면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이곳을 포함해 트럼프는 3개 핵심 경합주 모두를 가져와야만 승리 가능성이 커진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를 이긴다 하더라도 플로리다주를 내준다면 아슬아슬하게 힐러리에게 대통령 자리를 상납할 처지에 놓인다.

히스패닉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지만 핵심 경합주 중에서 성공한 중산층이상 백인 남성 인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아들) 후보가 전국 득표에서는 수십 만 표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가까스로 이기는데 결정적 이정표가 된 지역이 플로리다였다.

이번 선거를 2000년 선거의 재판으로 본다면 당시에 부시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졌지만 오하이오주에서 이기고 플로리다주에서도 이기면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힐러리?남편인 빌 클린턴 후보가 부시(아버지) 대통령을 주저앉혔던 1992년 대선에서는 플로리다주는 이기지 못했지만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는 놓치지 않았다.

정리하면 힐러리는 승리를 위해 3개 핵심 경합주 중 두 개주는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못해도 2000년의 트라우마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를 놓치는 최악의 가정 속에서도 플로리다주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반면에 트럼프는 3개 주를 모두 손에 넣어야만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가능해 보인다. 미국 선거는 이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3개주에 달렸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을 결정짓는 초대형 이벤트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는 초박빙 접전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1차 TV토론 직후 클린턴 우세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분석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가 아무리 과학적인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감히 인간이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후보 개인의 건강 문제부터 아무도 치명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과거사가 밝혀져 후보를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도 한다.

힐러리 후보는 누구나 알고 있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남편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8년을 백악관에서 보내며 대통령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영부인 출신으로 뉴욕주의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초대 국무장관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미국의 ‘슈퍼파워’를 만방에 입증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유일한 여성 정치인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난 26일 1차 TV토론이후 실시된 여론조사(폴리티코와 모닝 컨설트 공동여론조사. 9월 26~27일. 미국 전역1,253명. 표본오차95%신뢰수준±3%P)에서 클린턴 후보는 41%, 트럼프 후보는 38%로 오차범위내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TV토론에서 더 잘한 후보가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힐러리가 잘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TV토론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에 비하면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는 미미한 편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두 차례의 TV토론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불허다. 누가 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되더라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링컨 대통령의 위대한 슬로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민심이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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