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이터 분석하면 제 3지대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보여"

출중한 인물-대박공약-무당층의 비율 등 3가지를 들여다보면 제3지대론의 미래 보여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나라가 난세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지도층은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국가 경제는 어느 수준까지 뒷걸음칠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2인자는 소속된 기업과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고귀한 목숨을 내던졌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막강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국내 한 언론사의 유명 언론인은 부실로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 혐의로 수십 년간 몸담아온 직장을 사직하고 말았다.

야당이 연일 총 공세를 퍼붓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어떤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수사하던 특별감찰관이 제 임기를 채우지도 못한채 물러났다. 이 정도면 난세중의 난세가 아닐까.

지구촌 무한경쟁시대에서 국가의 존망은 지도부의 지혜로운 결단과 일사불란한 추진력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호’는 어느 순간 좌초될지 모를 위기에 직면에 있다고 볼수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 불안 상황 속에서 사드배치로 온 국민이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대북 태세에 큰 구멍이 뚫려 버렸다.

이 와중에 다음 대통령을 뽑는 차기 대통령 선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는 많지만 대통령감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총선에서 제3 정당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겼지만 국민과 유권자들의 혁신과 변화를 향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당하고 만다. 그게 순리다.

일본 정치사에서 자민당은 거의 정치적 철옹성으로 군림해왔다. 지금의 아베 총리는 물론이거니와 전후 일본의 정계를 지배해온 세력은 자민당이었다. 그 외 다른 정당은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일본에도 새로운 세력으로 발돋움한 사회당의 역사가 있다. 자민당 일당 체제가 더욱 공고화돼 가면서 일본 국민들의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1986년 9월 8일, 일본 사회당의 위원장으로 여성인 도이 다카코가 취임하면서 일본의 의회정당으로는 최초의 여성 당수가 되었다. 변화의 물결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당은 1989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46석을 차지해 자민당(36석)을 눌렀다.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무참히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는 불가능의 승리였다. 결국 자민당은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고 급기야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위원장을 옹립해 총리로 내세우는 상황까지 현실화됐다.

사회당 출신의 총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데다 무라야마 위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전국적인 인지도가 크게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당 출신 총리의 통치도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공약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자 국민 여론은 금세 싸늘해졌다. 정책적 구상없이 오직 자민당과 함께 달콤한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사회당의 태도에 일본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제 3지대론’을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기존 정치권과 구별되는 ‘뉴노멀 폴리틱스(New Normal Politics: 새롭게 일반화될 수 있는 정치형태)’로 이해된다. 정치권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제3 지대론’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성패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지속되거나 날로 커져야 한다는 전제부터 충족돼야 한다.

기존 정당에 대해 지지 의사가 없는 유권자층이 많다는 현실은 바꾸어 설명하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을 원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제3 지대론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중한 인물이 있어야 한다. 그 세력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장이 과연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제3 지대론이 내년 12월20일 치러질 대선에서 폭발적인 파괴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오성운동정당’의 공약처럼 국민들의 심금을 울릴 대박 공약을 끄집어내야 한다. 누구나 정치적 수사는 자유롭게 구사할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특히 실천에 대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제3 지대론’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인지 부터 짚어보자. 제3 지대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일본에서도 자민당에 대한 극도의 혐오가 제3의 인물, 무라야마 총리를 탄생시켰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체감하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도 크지만 데이터상의 현실정치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선거를 통해 지역과 연령, 이념적 성향을 달리하는 3개의 정당이 탄생했고,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정의당이 건재하지만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무려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매주 실시하는 조사(매주 전국 천여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더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총선직후 14%였던 무당층은 6월말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 수준인 25%내외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실망스런 행보를 20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보여주었던 7월말에는 응답자 3명중 1명에 육박하는 30%로 급상승했다. 한마디로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로 여겨진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23~25일까지의 조사에서도 무응답 비율은 무려 28%였다.

무당층-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추이

이 조사에서 새누리당이 29%였고 더불어민주당이 26%로 나타났으니 단순 계산상으로는 무당층만 다 끌어들이면 제3 지대에서 ‘제1 당’으로 부상하는 가능성마저 열려있다.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비중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만약 추석을 지나서도 경제, 대북, 개혁에 대해 기존정당이 유능 경쟁이 아닌 무능 경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제3 지대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더욱 커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현재의 제반 환경에 비춰보면 ‘제3 지대론’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꼼지락꼼지락 피어날 수 있는 최상의 시점에 와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무당층 지지율에 ‘제3 지대론’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는 국민의당 지지율까지 합하면 무려 40%가 넘는 수준이다. 대세론에 머무르지 않고 대세 정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3 지대론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그 다음 잣대는 바로 인물이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사람이 없다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여자 배구팀은 홈코트의 잇점을 안고 뛰었지만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을 해줄 핵심 선수가 없어 중국의 만리장성 수비 네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3 지대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일본 사회당에서도 무라야마 도미이치 같은 불세출의 인물이 있었기에 자민당내 인물과 사회당 위원장과의 맞대결에서 예상을 깨고 총리 자리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이 국민의당 미래와 관련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총선을 통해 중도 정당으로의 입지는 닦았지만 수십년을 가는 정당을 만들기에는 사람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보니 손학규 전 지사 등 외부인물에 눈을 돌리고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형국인 셈이다.

‘제3 지대론’의 고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정당의 대선 후보를 능가하거나 못해도 대등한 대결이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인물의 참여가 절실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서는 ‘제3 지대론’은 전혀 탄력을 받기 어렵다.

즉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현재 지지율이 높은 편이고 정당의 러브콜(친박) 또는 최종대선후보로 자리매김이 된 상태라 제3 지대 세력결합에 관심을 보이기 어렵다.

지지율이 고만고만한 후보들 1~2명이 모이는 구조가 되어서는 더욱 주목받기 힘들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여당후보였지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싫어서라기보다는 더 주목을 끄는 후보들간의 경쟁이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흥행을 거두며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의 2007년 대통령 경선은 단순히 후보 경선이 아니라 대통령을 결정짓는 맞대결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제3 지대론에 대한 관심과 대통령 선거과정에서의 흥행을 바란다면 유력하지 않은 후보 몇 명의 형식적인 참여는 제3 지대론의 희망과 관심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가장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한국갤럽. 2016년 8월 9~11일. 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적용.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더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8%로 가장 높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6%로 그 다음이었다. 반 총장과는 12%포인트 차이가 나고 있다. 그 뒤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8%를 나타내고 있고 박원순 시장, 오세훈 전 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은 오십보백보 수준 차이에 머무르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현실적으로 ‘제3 지대’로 합류하기 힘든 반 총장과 문 전 대표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 3지대 참여가 불투명한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과반에 근접하는 44%나 된다.

반면에 제3 지대로의 동참 가능성을 타진(가정)해 볼 수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지지율을 합하면 채 30%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제3 지대로 어벤저스 군단이 꾸려져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가정되는 후보들 상호간에 지지율을 갉아먹는 간섭현상도 만만치 않다. 전현직 시장으로 갈등이 내재되어 있는 박 시장과 오 전 시장이 한배를 탈 수 있을까.

이번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구에 야당 깃발을 꽂은 김부겸 의원은 ‘제3 지대론’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위기다. 단순 계산상으로 강력하게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선 잠룡들의 지지율 합계가 줄잡아 40%가까이 육박해야 국민들의 관심은 모아진다.

후보 집단 내에서 한 후보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선출될 경우 후보들 개인의 지지율을 모두 합친데다 단일 후보가 탄생되는 시너지 효과마저 챙길 수 있다는 셈법 때문이다. 40%가까운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가 ‘제3 지대론’에서 둥지를 트고 대통령 선거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면 대권 당선 고지에 다다를 경쟁력이 매우 커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제3 지대론’의 성패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잣대는 ‘대박 공약’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은 더욱 깐깐해지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들은 취임이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선거 공학적 접근이 많았고 정작 당선되더라도 숱한 정치적 공방에서 표류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공약실천 동력을 곧잘 잃어왔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므로 다음 대통령 후보를 향해서는 지키지도 못 할 거창한 구호에만 현혹되지 않으려는 몸부림 중이다.

‘제3 지대론’에서 공약은 기존의 어떤 정당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새로운 인물을 찾아 나선다 하더라도 기존 정치인, 기성 정치인의 참여를 가로막거나 완전히 ‘별에서 온 그대’처럼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이 등장할리도 만무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여자들의 틈바구니에서 통합과 혁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해 꼭 실천해야할 공약의 이름으로 이해하고 모여드는 길 외엔 없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괄목할만한 역할을 하고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교체 과정에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데는 그가 주창해온 ‘경제민주화’와 무관치 않다. 현 정부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공약은 고스란히 차기 정권과 차기 대선 후보자들의 몫이 된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 29~3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 가중치 적용. 응답률11.4% 더 자세한 사항은 보도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현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주력해야 할 경제 정책 방향’을 물어본 결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가 65.1%였고 ‘복지확대와 일자리 나누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22.8%였다.

정부의 역점 경제 과제

내년의 대선 시대정신 또한 ‘경제’와 ‘복지’ 두 마리 토기 잡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안보에서 큰 이견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제3 지대론’ 형성 여부의 3번째 잣대는 ‘경제 대박’ 비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지에 달렸다.

정치는 더운 여름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큰 나무의 큰 그늘 같아야 한다. 폭염 속에서도 저 사람만 있으면, 저 정당의 활동만 있으면, 저 정부의 헌신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정치는 짜증의 온상이 되고 있고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고 있다. 실망스럽다. 정치권에서 나부끼는 ‘제3 지대론’ 논의를 지켜보며 이탈리아에서 ‘정치 대박’을 불러온 오성 운동 정당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제1 야당인 오성운동이 대약진을 했다.

소속 후보인 비르지니아 라지는 수도 로마 시장이 되었고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렸던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의 아펜디노 후보가 예상을 깨고 시장자리에 올랐다. 오성운동 정당의 탄생은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시작되었다.

정치인이 아닌 코메디언 베페 그릴로가 ‘정직’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오성운동의 뿌리가 기성정치인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제 3지대론’의 미래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작 대통령이 되겠다는 몇몇 유력 정치인들만이 모여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일반 국민들이 주저함 없이 참여 가능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치에서 대박을 터뜨린 오성운동 정당은 이념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다. 우파와 좌파로 나누어지는 기존 정당 체계를 부정한다. 그래서 오성이라는 당명처럼 어떤 일에 당의 목표가 있고 사명이 있으며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오성은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성, 환경 등 생활 밀착형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 일반 국민들과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당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실로 매우 공감이 가는 현상이다. 아무리 사드 배치 문제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중요하더라도 모든 정치인들이, 모든 정부 부처가 다 하나의 이슈에만 매몰돼서는 정치의 미래도 없지만 국가의 미래도 없다.

오성운동은 5가지 핵심 어젠다에 당력과 당 소속 의원들의 역량이 집중되어 있지만 정권을 잡게되면 수많은 정부 부처의 전문 인력과 기존의 공조직과 협력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정치 공방으로 숱한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는 우리 국회의 현주소와는 단언컨대 멀어 보인다.

물론 오성운동이 완벽한 정당의 모델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무결점 정당은 아니다. 수많은 관찰자로부터 포퓰리즘에 경도된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당수인 베페 그릴로의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당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성운동 정당이 승승장구하는데는 분명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 바로 기존 정당의 무능과 부패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더 이상 봐 줄 수도 없고 침묵하고 있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3 지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고 오성운동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성공을 위한 추가적인 필요충분 요건은 사람과 공약이다. 로마시장으로 당선한 라니를 비롯해 여성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물 혁신을 이루어냈다.

오성의 5가지 핵심공약외에도 정부재정건전성 확보, 불필요한 지출 삭감, 조세 포탈 엄단, 화이트칼라범죄 엄벌, 자영업자 세금감면, 공공기관 연금 삭감, 방만한 공공기관 민영화 등 한국사회에서 구호만 외치는 많은 혁신 운동의 중심에 오성운동이 우뚝 서있었다.

국민들은 그런 정당의 출연에 목말라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라는 선택지가 늘었음에도 여태껏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30%내외라는 것은 여전히 ‘제3 지대론’이 가능하다는 무언의 함성이다. 이제 ‘제3 지대론’의 성패는 출중한 인물과 그 사람의 믿을만한 약속에 달려있다.

대선 잠룡들만 모여서는 ‘제3 지대’는 또다시 1회용 모임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오성운동에 모여들었던 이탈리아의 청춘남녀처럼 젊은 지도자들과 여성 운동가들이 들불처럼 활활 의지를 태우며 모여들어야 한다.

있으나마나한 공약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오성운동 정당의 5가지 오성 공약처럼 명확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 조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제3 지대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오성운동 창당을 주도한 베페 그릴로는 ‘진실을 말하는 광대’로 묘사되기도 하고 급진적인 성향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점점 명확해지는 것은 2018년 2월 한국에서 오성운동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제3 지대’에 참여할 사람과 공약을 찾아내기 이전에 ‘베페 그릴로’ 같은 인물을 '발굴'해내는 일이 급선무일 수도 있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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