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올림픽이 대통령 지지율을 좌우하는 결정적 이유는?"
국기효과(Flagship Effect), 시선분산효과, 동반상승효과...그리고 방아쇠 효과까지
남미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리우올림픽(8.6~22)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본없는 드라마에 국민들은 열광하고 패색이 짙은 경기를 뒤엎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에 눈물 흘린다.
스포츠는 직접 참여하는 선수들의 영광과 좌절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온통 뒤흔들어 놓는다. 한국과 일본이 시합을 벌일 때는 내가 선수고 우리 모두가 코칭스태프나 감독이 된다.
심한 경우 응원하는 팀이 시합에서 질 때 받게 되는 트라우마가 정상적인 생활을 힘들게 할 정도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가대표 선수단의 목표가 아니라 어느새 우리 국민들의 목표가 바뀌어가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종목으로 알려진 미식축구 챔피언전이 열리는 1월말이 되면 미국인 대부분이 TV 스크린 앞으로 모여든다. 시합 직전과 중간 그리고 시합직후 광고 한편의 판매 가격이 수십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시청률과 몰입도가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전 세계를 전쟁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나치 독재자 히틀러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자신의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국민의 마음을 살피기에 발 빠른 정치인들 역시 스포츠의 홍보와 광고효과를 놓치지 않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5년차인 2002년 우리 국민의 전설적 이벤트가 돼버린 한일 월드컵을 맞이한다. 김 전 대통령은 IMF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후유증, 카드 연체자 대량 양산, 자식들의 비리 연루,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신랄한 비판에 직면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한껏 올라갔던 대통령 지지율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반전은 월드컵을 통해 이루어졌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회복됐고 국정 막바지까지 주요 정책을 큰 과오 없이 추진하게 됐다. 그 결과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도 결정적인 효자 노릇을 하게 됐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자체 조사로 실시하고 있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전국800~1000명 유선전화조사 또는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0~3.46%P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2002년 1월 조사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7.5%에 그쳤지만 월드컵이 개최된 5월에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44.2%로 치솟아다. 같은해 11월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40%에 가까운 39.3%로 임기말 대통령의 레임덕이라고 하기에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낸다
한일 월드컵 결승전 직전 연평해전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열린 결승전 참석에 대해 두고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했다. 한일 월드컵이 위기에 몰린 김 전 대통령에게는 구세주로 여겨질 만하다.
만약 2002년 월드컵이 없었다면 김 전 대통령에게는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어떤 운명이 찾아왔을까.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초대형 스포츠이벤트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준다. 올림픽을 비롯해 초대형 스포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상승한다.
호사가들은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 때 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1%포인트 가까이 추가로 올라간다고 입방아를 찧어댄다.(일부 전문가들이 흥미 차원에서 설명하기도 하나 구체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올림픽같은 스포츠이벤트가 대통령 지지율에 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일까.
우선 국기효과(Flagship Effect)를 들 수 있다. 태극기로 즉 국기로 상징되는 국가대표들이 각종 스포츠 제전에서 선전하고 땀을 쏟는 건 개인적 기쁨도 있겠지만 국가적 영광이 더 크다. 이념, 지역, 연령, 학력, 빈부, 인종,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이 단 한가지 이유인 같은 국가의 국민으로,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에 몰입한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통일되고 단결해 상대 국가를 이기기위해 악을 쓰며 응원하게 된다. 이때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확보되게 마련이다. 한 배를 타고 떠나는 승객들이 거친 폭풍우를 맞아 선장을 싸잡아 비난하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시선분산효과를 꼽을 수 있다. 정치적 이슈는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인 비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잘 할지 못할지 일단 지켜보는 임기 초반엔 ‘허니문기간’이라고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게 되지만 임기 2년차부터는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임기 4년차 정도에 이르면 마치 잔고가 바닥난 예금 통장을 들고 있는 것처럼 비빌 언덕조차 제대로 마련하기 힘들 지경에 이른다. 각종 대내외 비판에 몰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던 대통령으로서는 온 국민들의 관심이 올림픽, 월드컵 등의 스포츠로 향하면서 일정기간동안 부정평가 부담을 덜어낸다.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동반상승효과다. 단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얼마나 받았느냐가 아니라 지지율 하락으로 수세에 몰린 대통령이 다양한 돌파구를 찾는 도중에 스포츠가 강한 측면지원 작용을 하게 된다.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산업 현장에 대한 문제 해결 노력을 높여가는 도중에 올림픽같은 이벤트가 열릴 경우, 일종의 방아쇠 효과(Trigger Effect)로 지지율 상승을 촉발시키게 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첫 번째 요인은 국기효과(Flagship Effect)다. 일종의 애국효과 또는 국가상징 효과로 이해하면 된다.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평론가들의 평점에 대해 시비가 붙여진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대표적인 국기효과의 매개로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난후 느끼게 되는 감정은 관람 전과는 분명히 다를 게 뻔하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힘겨운 상황에서 첩보작전을 수행해내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애국애족의 마음이 샘솟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6·25 전쟁의 향수와 산업화의 성공을 실감나게 조명했던 영화 ‘국제시장’은 그 내용 가운데 남녀 주연배우가 싸우다가도 국기 게양 사이렌이 울리면 가슴에 손을 올리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 지지율을 견인하는 올림픽의 약발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2012년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연차에 해당된다. 차기 대통령후보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집권여당의 권력마저도 다 넘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수영에서 선전하고 펜싱에서도 연일 낭보가 날아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리얼미터가 그 해 실시했던 대통령 정기조사(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7월 30일 21.8%의 지지율이 올림픽 직후에는 28.8%(8월 27일)로 7%포인트 수직상승하는 등 수치로 입증이 됐기 때문이다. 지지율 상승에 불을 지른 이벤트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일 축구였다.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국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태극기 아래 대한민국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 박종우 선수의 ‘독도는 우리땅’ 역사 세리모니도 국민들은 비판하기는 커녕 일본의 과거 만행을 성토하며 하나로 똘똘 뭉쳤다. 국기효과가 제대로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임기중반인 2010년 수도권 이전에 대한 수정안과 무상급식 관련 문제 등 정치적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이번에는 동계 올림픽이 구세주가 됐다.
리얼미터 조사(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 의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동계올림픽 직전 30%대로 추락했지만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 소식을 전한 직후에는 거의 지지율이 50%가까이 급등했었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수확하자 더 이상의 정치 공방은 사치로 보였다. 김연아 선수가 대한민국이었고 대한민국이 김연아 선수였다.
올림픽이 대통령 지지율을 추켜 올린 두번째 이유는 시선분산효과 때문이다.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로서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대상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기사화 되고 화제거리가 된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국정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을 받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법이다.
인간의 능력이란 유한하므로 아무리 대통령이라해도 큰 압박감을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고, 유한한 자원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다수의 국민들을 만족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래서 많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의 패기 넘치는 출발에도 불구하고 1년, 2년 흘러가면서 불통의 아이콘이 되고 신문지상에 그리고 술자리의 거친 안주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분산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오죽했으면 대중홍보의 대가인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3S(Screen, Sports, Sex)정책을 웬만하면 일반인들까지 알고 있을까. 러시아의 절대 군주로 군림하고 있는 ‘차르’ 푸틴 대통령만큼 올림픽을 잘 이용하는 지도자도 드물다.
자신의 오랜 통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틀 통해 이리저리 곡예사처럼 피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개최된 소치 올림픽은 전적으로 푸틴의 작품이다. 대통령이 되기도 전인 총리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력히 밀어붙였던 평창을 물리치고 얻어낸 전리품이기도 하다.
푸틴은 소치 동계 올림픽을 통해 장기 집권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비판을 분산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첸 내전과 러시아내 빈부격차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억압으로 불평이 고조되는 시점에 동계올림픽 최강대국 러시아의 저력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준 이벤트가 됐다는 얘기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선수인 안현수를 귀화시켜 ‘빅토르 안’의 금메달 퍼레이드를 가능케 만든 것도 푸틴이었다. 안현수를 영웅으로 만들어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약물복용 사건으로 올림픽 출전길이 막힌 장대높이뛰기 세계 1인자인 ‘이신바예바’를 대통령궁으로 불러 눈물의 기자회견 장면까지 연출하는 탁월함이 돋보인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 자신의 실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예상한 의도된 이벤트로까지 읽히는 대목이다. 올림픽을 통해 시선분산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임기 첫 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자리 수까지 급전직하한 이 전 대통령에게 해법은 없어 보였다. 촛불집회에 대해 '아침이슬' 운운하며 언급한 내용은 광화문 집회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콘테이너를 이어붙인 이른바 ‘명박산성’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불통의 상징 그리고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어려운 국면을 반전시킨 것은 정책도 해외 순방도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일본과 쿠바를 연거푸 격파하고 우승을 일궈내고 박태환 선수가 만리장성을 넘어 금메달을 따내자 단번에 국면의 급반전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인간승리를 만들어낸 박 선수에게 축전을 보냈고 국민들과 함께 열광했다. 당시 박 선수의 경기 장면을 중계하던 해설자는 박태환 선수의 은빛 질주에 아무런 해설도 못하고 시작부터 끝까지 박태환 선수 이름만을 연호할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16.5%(7월 31일)였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 29.1%(8월 28일)로 무려 12.6%포인트나 껑충 뛰어 올랐다. 만약 베이징 올림픽이 없었다면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얼마나 고꾸라졌을까. 이 전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면서 위기 국면에서 가까스로 지지율을 회복해 친서민 중도 실용정책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명박산성을 뛰어넘은 건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도 정부가 내민 처방도 아닌 바로 올림픽이었다.
대통령의 운명을 뒤바꾼 올림픽의 영향력은 동반상승효과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어차피 국기효과(Flagship Effect)나 시선분산효과는 스스로 만들어냈다기 보다 외부로부터 찾아든 원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속되지도 않는다.
특히 모든 올림픽이나 대형 스포츠에서 효과를 볼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지지율 반전을 위한 여러 노력과 스포츠 효과가 결집해 지지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를 동반상승효과로 일컫는다.
위기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2002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자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맛보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광우병 파동’이후 대국민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홍보 기능을 강화했고 외부 전문가를 통해 대국민 소통 기반을 강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쏟아 부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본뜬 라디오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책을 알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떠나 지지율 상승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올림픽을 만나 지지율을 올리기가 가능했다. 2014년 러시아의 유명 휴양지 소치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2월 7일~23일)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종합순위 13순위로 동계 올림픽 강국인 스웨덴과 일본보다 앞섰지만 대통령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었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55%(2월 3~6일)였던 지지율은 끝난 이후에도 55%(3월 10~13일) 그대로였다. 올림픽 기간 중에 약간의 상승 국면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임기 초반이라 지지율이 기본적으로 높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올림픽외에 지지율을 견인할만한 다른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수행의 다른 장치가 왕성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가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방아쇠 효과(Trigger Effect)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관통하며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데에는 동반상승효과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올림픽은 대통령 지지율을 움직인다. 심지어는 위기에 빠진 대통령을 구하는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올림픽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는 올림픽과 같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경제, 북한, 공공개혁과 같은 국가 운영의 핵심과제들이다.
경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통해 국가를 부강 시키고 국민들을 살찌운다면 어느 국민인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마처럼 얽혀있는 남북 대치 국면에 평화의 희망 한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 시행만 놓고도 호들갑을 떠는 정치권과 일부 국민들에게 추상같은 사자후를 토해내는 대통령이라면 국민들은 존경의 마음이 절로 생겨날 것이다.
올림픽은 국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지구촌 대축제다. 이 기간만큼은 온 국민이 수백 년 전 고대 아테네 올림피아 성전의 장엄한 축제를 연상하며 몰입하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로 시상대로 오른 손기정 옹이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가슴에 달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원통해하는 것도 조국을 대표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국기효과, 시선분산효과, 동반상승효과를 통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농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미국 대학농구 시즌이 시작되면 농구장 관중석 한켠에 일반 국민들과 뒤섞여 농구삼매경에 빠진 최고 인기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 된다.
메이져리그 프로야구 개막식 때는 응원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경기를 보느라 예정된 업무를 놓치기까지 한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스탠리컵을 거머쥔 아이스하키 우승팀이나 각종 운동경기 우승팀과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격려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스포츠를 통한 지지율 관리 목적도 있겠지만 이쯤 되면 거의 중독 수준이라 할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 수단을 다양화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스포츠를 함께 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미국 사회를 바라보고 정책을 구상한다는 점이다.
리우 올림픽, 긴 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무릅쓰고 태극전사들은 한 달 가까이 열전을 아니 혈전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금상첨화겠지만 노메달이라고 해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결코 가볍게 여겨지진 않는다.
아무리 올림픽이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성이 높다하더라도 올림픽에 기대어 지지율을 높이고, 민감한 중요 현안들을 유야무야 넘겨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시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노력해온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처럼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의 지도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민생을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 지지율 조사표를 쳐다보기 이전에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더 전력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더 멀리, 더 빨리, 더 높이.’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