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사드와 가스 냄새를 둘러싼 괴담과 음모론을 파헤친다

신율 명지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루머나 음모, 괴담이 판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이유를 따지자면 이렇다.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바로 사회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이라는 단어는 19세기 토크빌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그후 이 단어는 사회과학에서 잊혀진듯하다가 다시 20세기 말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을 쓴 미국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프란시스 후쿠야마도 사회자본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했고, 미국의 정치사회학자 푸트남 역시 사회자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후쿠야마의 사회자본에 대한 개념이나 푸트남의 사회자본에 대한 정의의 공통점은, 사회자본의 저변에는 사회적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신뢰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즉, 집단적 이익 추구 현상보다 개인적 차원의 이익 추구 현상이 두드러지는 후기산업사회의 시민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회적 신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회적 신뢰가 약한 사회일수록 음모론이나 괴담이 판친다.

한마디로 시민사회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사회적 신뢰가 약하다면, 이런 시민사회는 정상적인 시민사회라 할 수 없다. 즉, 사회적 신뢰가 약한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적 이익추구만 판칠 뿐, 개인적 이익의 공통분모는 도출되기 어려워져, 무한 투쟁의 혼란으로 빠져 들기 십상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상대방과 정부 혹은 제도를 못 믿어 괴담과 음모론이 고개를 들고 횡행하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얼마 전에 발생했던 터키의 쿠데타를 들 수 있다. 터키의 국민소득은 우리의 3분의 1정도 수준인데,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발하자 터키 국내와 외국에서는 집권 세력의 “계획된 쿠데타” 혹은 “묵인된 쿠데타”였다는 루머가 돌았다.

한마디로 집권 세력이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쿠데타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일부러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쿠데타가 일어나자 이런 루머가 확산됐다는 점에서 터키의 사회적 신뢰 수준이 상당이 미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루머 혹은 음모론이 반드시 개발도상국 혹은 신흥국에서만 횡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새겨볼만 하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도 음모론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도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심지어 다큐 형식의 영화까지 만들어져 인터넷에 떠돈 적도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대목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어디서나 음모론이나 괴담이 나올 수는 있지만, 이런 괴담이나 음모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느냐는 해당 국가의 사회적 신뢰 수준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도 루머나 괴담 혹은 음모론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이런 사회에서의 괴담이나 음모론의 확산은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선진 시민사회의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아 괴담 등이 발붙일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시각을 갖고 요즘 우리 사회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사드 괴담' 혹은 '가스 괴담'을 진단해 보자.

지금 사드 배치 지역에 나도는 괴담들은 다음과 같다. 사드 전자파가 기형아 출산, 불임, 암 뇌종양, 백혈병 유발한다든지, 강한 전자파로 돌연변이 생물 출현과 전자파 참외 등 농산물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꿀벌이 사라지고 참외가 안 열리며 주변 땅을 못 쓰게 된다거나, 전자파가 수분을 빨아들여 인근 주민 신체 내부에 화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우리 군은 이런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전자파가 인체 조직에 화상을 입힐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사드 레이더는 최소 500m 이상 떨어진 기지 내부에 있어 울타리 밖 주민들에게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사나 눈비가 오면 전자파가 반사(산란)되고 엄청난 에너지가 지표면에 전달돼 농작물 변형이 온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사드 레이더와 같은 고출력 빔은 황사, 비, 구름 등 기상상황이 악화되더라도 높은 출력으로 인해 반사될 확률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성주 군민들의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군 당국은 미군 측을 설득해 역사상 최초로 괌에 있는 사드 기지를 우리나라 기자들과 함께 방문해 전자파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번 전자파 측정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금 성주 주민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주민 밀집지역이 사드 레이더에서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괌의 경우, 사드 레이더 기지 3km 이내에는 민가가 없는데, 우리는 사드 예정 부지 1.5km에 민가들이 밀집된 지역이 있기에, 사드의 전자파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번 괌 기지를 방문한 우리 군 관계자와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사드 레이더 1.6Km 되는 지점에서 전자파를 측정했다. 괌 기지를 방문했던 이들의 말에 의하면, 사드 레이더로부터 1.6km 떨어진 지점에는 미군의 훈련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번에 전자파를 측정한 곳은 바로 이 훈련장이었다. 측정 결과는, 전자파가 상당히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즉, 최대치만을 놓고 보자면, 인체 유해기준의 0.007%에 불과했고, 평균 전자파를 놓고 보면 인체 유해 기준의 0.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측정 결과 덕분에, 많은 이들이 안도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괴담과 음모론이 판치는 사회는,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상대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즉 사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불신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드의 경우 말고도, 지난 번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원인모를 가스 냄새기 퍼졌을 때도 온갖 음모와 괴담이 나돌았다.

당시 부산 울산을 중심으로 갖가지 괴담이 떠돌았는데, 예를 들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든지. 혹은 미군의 실험 때문이라는 등의 온갖 루머가 온라인 등의 매개체를 통해 유포된바 있다.

이런 것 역시 사드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신뢰가 낮은 곳에서 언제든지 목도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드 문제나 가스 냄새 문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어떤 설명을 하거나 증거를 들이대도 괴담이 계속 나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나 사회적 지도층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그동안 사회적 신뢰를 깨는 행위들을 반복했기 때문인데, 이런 사회적 토양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했다 하더라도 사회적 신뢰는 좀처럼 성장하기 힘들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사회를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보다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야하고, 시민사회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권력을 가진 이들, 돈이 많은 이들은 자신들부터 솔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이 그같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레주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누리는 만큼 베풀고 나눠야 한다. 그래야만 기형적인 시민사회가 신뢰을 바탕으로 하는 정상의 시민사회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1987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떠났다. 1991년에 독일 프라이브르크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1995년 독일 프라이브르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귀국해 1996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세계지역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를 시작으로 현재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YTN TV의 '신율의 시사탕탕'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9대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으며, 이번 20대 4·13총선에서도 여당이 과반을 넘지 못해 여소야대 정국이 될 것임을 총선 전 컬럼을 통해 수차례 밝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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