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여론으로 분석한 사드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해법 제시

대중국우려(경제), 남남갈등우려(국내), 배치지역우려(성주)- 3대 해법은 여기서 나온다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사드 배치 이슈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많은 현안들이 있다. 그 중에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국가 경제의 중대 전환점에 결정적 영향을 줄 사안들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이슈는 온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을 지배하는 절대적 이슈로 부각돼 있다.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드 배치 이슈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 정부와 국민, 여당과 야당, 국민과 국민 사이에 충분한 대화나 관련 이슈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차분한 문제 해결 노력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해 가장 손쉽게 떠올리게 되는 국가 지도자는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윌슨 레이건이다. 레이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리고 그가 다루었던 국정 현안의 주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하지만 2011년 미국 갤럽에서 실시한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누구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에이브라함 링컨이었다. 얼마나 미국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과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가 남아 있는지를 알게 되는 대목이다.

레이건 대통령 임기 동안 가장 예민한 안보문제는 소련과의 충돌이었다. 특히 소련의 핵미사일에 대한 위협을 강조했다. 이러한 위협을 무너뜨리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은 1983년 3월 23일 TV연설을 통해 적국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을 발표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스타워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련을 공격하는 목적이 아니라 소련의 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격파한다는 방어 계획이었다. 레이저나 입자빔 인공위성과 같은 첨단의 기술을 이용하여 소련의 공격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접근 방법은 정부의 패트리엇과 사드 방어 계획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위구상과 관련해서 의회 내 야당(민주당), 국민들의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첫해만 7차례의 TV연설을 비롯해 수년간 여러 차례의 대국민 설득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야당의 협력에 있어서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므로 일일이 설명의 장에 대화 파트너로 불러들였다. 방어 3단계 계획에 대한 설명도 매우 구체적이었다.

1단계는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되는 추진체와 탄두의 분리 전에 요격하는 초기요격방법(Primary Defense)이었고 2단계와 3단계는 각각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중도요격방법(Mid-course Defense)과 본토 상공에서 해결하는 최종요격단계(Terminal Defense)로 구분되었다.

실지로 1985년에는 하와이 상공에서 발사된 레이저 광선으로 실험에 동원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맞추는데 성공하였다. 이에 크게 부담을 느끼게 된 쪽은 소련이었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냉전의 막을 내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동구권의 공산당 세력이 몰락하는 서막이 열렸다.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에 있어 주목해야할 3가지가 있다.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은 우방국인 영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자칫 미국의 정책에 영국이 반대를 한다면 큰 난관에 봉착할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아무리 대처 총리와의 관계가 좋다고 하더라도 영국과의 관계 유지와 발전에 레이건 대통령은 총력을 기울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레이건 대통령의 구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또 설명하며 자신의 우군을 넓혀 나갔다. 국민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대국민 TV 연설과 현장 연설을 이어갔다. 오죽했으면 군사 전략적인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그리고 영화 시리즈인 스타워즈 계획으로 불렸을까.

한국은 지금 온통 사드 배치 이슈로 온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더 나은 해법을 고민하기 보다는 각자의 주장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사드 배치를 하는 결정을 하던 하지 않는 결정을 하던 모든 일의 중심에는 국민의 안전과 국민 재산의 보호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안보’라고 부른다.

성주 군민들의 분노를 야기할 만큼 일을 노련하게 처리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면 어떤 방법이 민심을 통해 살펴볼 때 가장 효과적인 해법일까. 대체적인 국민 여론을 들여다보면 사드 배치 논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에 원인을 두고 있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지 않는다면 다수의 국민들 또한 방어적 군사 무기라 할지라도 선뜻 동의하긴 힘들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미사일 무기가 방어 계획으로 세워졌다면 왜 가장 중요한 해법의 매직카드는 빠뜨린 것일까.

국민여론에서 나타나는 우려는 대중국우려(경제), 남남갈등우려(국내), 배치지역우려(성주)로 요약할 수 있다. 완벽한 정책은 없는 것이지만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필요충분조건은 존재한다.

사드 배치 갈등은 심각한 국론 분열의 서곡이 될 여지가 있다. 소통이 되지 않는 정책은 상책이 아니라 하책 중의 최하책으로 분류된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뒤늦었지만 3장의 매직카드를 지체 없이 꺼내들어야 한다.

우선 대중국우려(경제)를 해소할 매직카드를 집어 들어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전략방어구상을 진전시키는데 있어 국외로 자유 우방 국가들의 지원을 크게 받아내려 노력했고 결국 성공했다. 그들 중에는 소련과의 관계가 중요한 국가들도 여럿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과의 군축회담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의 미사일 감축은 논외로 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처 총리는 훗날 소련과 동구권 몰락의 공을 전적으로 레이건 대통령에게 돌렸다. 소련이라는 상대를 향해 자유 우방국 특히 영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돈독히 한데 따른 찬사였다.

현 시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역대 어느 때보다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정상 간의 관계에 있어 다른 국가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특별한 관계로 비쳐진다.

박 대통령 또한 유창한 중국어 구사가 가능할 정도로 중국 대중과의 만남에도 스스럼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한중관계는 한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십 수억 인구의 세계최대 국가인 중국에서 한류는 최첨단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태양의 후예’ 출연으로 일약 ‘대륙의 영웅’으로 거듭난 배우 송중기에 대한 열광과 팬심은 말로 설명하기 조차 힘들 지경이다. 한중 관계는 정치와 문화적 관계를 넘어 가장 강력한 경제적 동반자 관계에 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애용하고 유력 대기업의 주력 공장은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그리고 많은 대기업들의 중국 비즈니스가 그룹 매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긴장관계에 있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도 경제 분야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하고 15일 발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0%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한국과 미국의 합의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사드배치 찬성’은 응답자의 절반인 50%였고 반대는 32%로 나왔다.

북한으로부터 받는 위협이 핵심적인 찬성 이유로 꼽혔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드 필요하지 않음/효과 없음’, ‘미국 눈치 봄’, ‘중국 등 주변국 관계 악화’, ‘경제에 악영향’, ‘안전문제/전자파우려’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1).

우려의 큰 부분은 중국과의 관계 특히 경제적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정치적으로야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국가 존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볼 일은 결단코 아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그냥 넘길 정도로 가볍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접경지역에 한반도 전역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설치하고 있고 한미 방위 체계의 핵심인 항공모함을 타격할 최신예 둥펑 미사일을 한반도 방향으로 정조준하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중대한 위협 그것도 공격용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데 방어용 미사일을 우리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에 대해 분노 섞인 반응이 흘러나온다.

특히 중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에 결정적 역할을 중국이 제대로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사드 배치로 귀결되었다는 중국 책임론에도 힘이 실린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이 힘의 논리로 치고 나온다고 우리마저 힘의 논리로 중국과 대결 구도를 만들 이유는 없다. 특히 경제 분야는 더욱 그렇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어 있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생각할 때 경제적 보복을 가해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앙통제적 성격이 강한 중국 정부의 눈치를 기업들이 그리고 기업인들이 보지 않을 순 없다. 공개적인 무역 제재 조치가 아니더라도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거나 연간 수백만에 이르는 한국방문 중국 관광객들을 여행자관리 강화 정책으로 영향을 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대목은 유무형의 경제적 제재 조치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감정이다. 지금이야 한류 열풍으로 한국 그리고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최고조이지만 언제 반한 감정으로 기류가 돌변할지 알 수 없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면 끈끈한 한미 동맹에다 사드 배치까지 이루어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언제까지나 좋을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소식이 전격 발표된 이후 중국 관련주는 증시에서 출렁거렸다. 중국의 한류 최대 수혜주인 화장품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가파른 등락을 거듭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전체 화장품 산업의 25%가 대중국 수요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이웃 일본의 화장품 업계도 중일 관계 악화로 수출 시장을 회복하는데 장시간이 걸렸다. 우려가 기우에 그친다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 특히 자영업에 종사하고 수출 및 투자 기업과 관련 있는 이들에게는 절체절명의 현실적 문제다.

중국에 정치적, 외교적으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굴욕외교’ 운운하며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안보와 경제 어느 것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 안보가 언제 올지 모르는 위협에 대한 대비라면 경제 문제는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의 대비다.

중국발 우려(경제)를 극복하는 매직카드는 우리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 노력을 중국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다 해야 한다는데 있다. 정부는 외교 채널과 의원 외교 그리고 민간 공공 외교를 총 가동하여 중국의 북한 핵 위협을 해소하거나 불가피한 사드 배치를 이해해 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사 중국이 이해의 폭과 깊이를 좁게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외교 노력을 중국 정부와 국민 그리고 우리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의 이웃 나라를 향해 다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더 끈끈한 꾸안시(관계)를 맺어 실타래처럼 양국의 이해가 더 얽히고설킨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적으로도 양국간 상상을 초월한 대규모 교류를 통해 남북 대치 관계가 얼마나 한국민들에게 심각한 역사이고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임을 중국 방문객과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역으로 중국 국민들의 남북 관계 인식이 중국 정부에 심리적으로 부담 주도록 되어야 한다. 용의주도한 대통령과 정부가 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 대중국 인식 전환의 사령탑이 되어야할 ‘꼿꼿장수’ 김장수 주중대사와 ‘축복외교’의 윤병세 장관의 역할은 어디로 간 것인가. 늦었지만 대중국 채널을 모든 분야에서 총력 가동해야만 국민들의 노심초사가 달래질 매직카드가 될 법하다.

다음으로 사드 배치 갈등을 해소할 매직카드는 ‘남남갈등(국내)우려’를 극복하는데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드 배치 여부의 근본 기준은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 가능성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여부가 차분한 대응으로 연결되지 않고 국론이 분열되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 배치 여부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이 논리적으로 국익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정쟁화되고 대결 구도로 빠져들었다.

군사 국방 전문가가 아닌 국민들이 사드의 군사적 기술적 성능과 전략적 목적을 다 이해하긴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고 설명이 필요한 일이었다.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찬반에 대한 의견만 물어보았지 연령대별로 지역별로 그리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인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한 관련 정보는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한미FTA에 대한 이해관계만을 기준으로 삼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기준으로 대답하게 되는 ‘찬반질문’을 수도 없이 일삼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미국 수입소고기 수입 파동 이른바 ‘광우병 파동’때도 찬반질문만 주구장창 등장했지 내용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수입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디까지 인지, 수입이 허용되는 소고기 연령과 부위는 무엇 정도인지 그리고 국민 위생 보건을 위해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는 차분하게 논의되지 못했다.

지금도 사드 배치에 대해 여론은 극도의 흥분상태에 놓여 있다.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체 정당간 입장의 대립 그리고 찬반세력의 장외 세몰이가 될 경우 격한 정쟁으로 얼룩질 상황임은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아무리 군사 보안상 필요하더라도 일반적인 이해와 상식적인 소통은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한국정치학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2~4일 실시한 조사(전국2008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발표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신속한 사드 배치’와 관련 ‘(총선당시 공약) 정책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알고 있다’는 인지 응답은 50.9%였고 모르고 있다는 의견은 49.1%나 되었다.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이름은 들어보았을 지라도 제대로 그 내용과 필요성 그리고 사드 배치가 가져올 우려 사항에 대해선 심각한 검토나 충분한 인식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남남갈등 우려의 해법은 ‘중간 소통’에 달려있다.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국민의 뜻을 대변할 역할은 국회에 있다. 정당 대표들에게 그리고 국회의원들에게 정부는 설명할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보안을 당부해 국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그래서 의문이 없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을 구하는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절차로 보여 진다.

정보주체(정부)의 명확한 내용 공유와 ‘중간 소통’의 공감 과정이 없는 정책은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국무총리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의 일환으로 성주군을 향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지난 13일 실시하고 14일 발표한 조사(전국547명 유무선RDD자동응답 및 스마트폰앱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2%P 응답률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사드 배치 관련 국회의 동의가 필鄂譏贅?갼咀?결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1.1%로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응답 34%보다 더 높아 국회 동의 쪽에 무게가 실렸다(그림2).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의견이 반대보다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동의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은 것은 ‘중간소통’ 과정 생략에 대한 국민 불만이 표출된 것이고 절차를 중시하는 국민여론으로 풀이된다.

레이건 대통령은 전략방어구상(SDI)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수도 없는 언급과 설명 그리고 설득을 수시로 해나갔다. 그래도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운 데는 그러한 노력을 평가해준 지지층들의 지원 사격에 힘입은바 크다.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해 한쪽에서는 반발하고 다른 성향의 단체에서 맞불작전으로 주변에서 대응 시위를 하는 형태로는 정책의 추진도 남남갈등의 우려도 극복하긴 힘들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팽배해진 남남갈등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두터운 ‘중간소통’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대중들의 설득 이전에 국회를 대상으로 설명과 설득, 지역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과 설득이 우선이다.

마지막으로 사드 갈등을 이겨내기 위해 지역배치(성주군)의 우려를 극복하는 매직카드를 빼들어야 한다. 전국적인 여론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한 여론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여론은 지역배치와 관련된 사안이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을 이어 살아온 토착 주민들에게 국가적인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집중되는 이슈를 홀로 감당케 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 Yard)으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일반적으로 님비현상은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거나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내 지역에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뜻한다.

인구 5만의 군 지역인 성주군이 이전에 누린 혜택이 타 지역보다 월등하지도 않아 보인다. 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워서 국가 안보에 대해 깡그리 눈을 감고 있는 주민들은 더더구나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갖는 본능이다.

사드 배치 지역 발표가 성주 군민들에겐 경천동지할 일이고 날벼락으로 느껴졌음에 틀림없다. 지역의 모든 활동을 관장하는 기초자치단체장조차 전혀 몰랐었다는 사실에는 아연실색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 위협은 더 직접적인 두려움으로 엄습해 온다.

국내의 주요 레이더 시설 그리고 괌 사드배치 군부대에서 이루어진 전자파 측정에 따르면 전자파 위협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배치되는 지역만큼은 찬성과 반대의 동의 여부를 떠나 즉시 궁금해질 부분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정보가 제공되었어야 했다.

정치적인 이해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배치 지역에 당면한 과제는 지역 경제 차원이 더 크다.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에 노출돼 있는 지역에 대해 근본적인 안전 대책(정기적 검진 및 건상 상태 기록 시스템 구축)과 경제적인 보상 정책(주요 작물인 참외를 비롯한 농작물과 군부대 주면 부동산 가치 변화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적 지원)이 제시돼야 마땅하다.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없다는 정보를 근거 자료를 통해 차분하게 이해시키고 이번 배치로 인해 훼손되는 주민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합당한 정부의 지원과 보상이 사전에 논의되었더라면 군민들과 보다 더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했을 장면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12~14일 조사에서 ‘귀하께서 살고 계시는 지역 근처에 사드를 배치하게 된다면 수용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사드 배치 수용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46%였고 ‘수용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39%였다. 사드 배치의 찬반으로 물어보았을 때와는 분명 다른 결과다. 전국적 또는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보았을 때는 ‘사드 배치 찬성’의견이 조금 높았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나누어보면 20대부터 40대까지는 수용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난다. 50대와 60세 이상에서만 수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그림3). 성주군이 농촌 지역이고 고령화 된 곳이라고 생각해서 또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성격이 강한 지역이라 하여 충분한 설명과 합리적인 보상을 논하지 않았다면 무책임한 처사이다.

성주군의 민심을 달래는 최소한의 매직카드는 성주 지역의 안전에 대한 국가적 관리와 경제적 가치 하락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다.

브렉시트 가결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잠시 불안했다 다시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입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뿌리 깊은 세계 정치 경제의 변화 흐름은 ‘신의 한수’로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유로 2016으로 축제 분위기였던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휴양지 중 한 곳인 니스의 트럭 테러로 핏빛 축제로 돌변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에서는 난데없는 쿠데타 시도로 지역 정치 불안정성은 가중됐다. 한국의 유력 게임 업체는 검찰과의 유착 및 거래 의혹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 몰락했던 닌텐도 제국은 ‘포켓몬고’ 하나로 세계 게임 산업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국민들은 유례없는 지구촌 변화에 걱정스런 눈길로 두려워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과 걱정을 해소하는 주된 역할은 정부와 국회 앞에 놓여 있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정책 혼선으로 국가적 에너지와 성장 동력을 상실해왔다.

한미FTA논란, 광우병사태, 세월호참사, 메르스광풍 등 이루 열거조차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다. 갈등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구태의연하고 소모적인 갈등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최고의 베테랑이어야 한다. 국민들이 마주하기조차 두려운 의제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대면하고 혼란하고 흥분하기 쉬운 이슈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일흔이 넘어 권좌에 올랐지만 이웃국가와의 소통에, 국민들과의 대화에 그리고 의회와의 협력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역사의 평가는 아직도 더 남아있겠지만 전략방어구상(SDI)를 통해 강한 미국을 재현했고 소련의 몰락과 함께 동구권의 붕괴를 가져왔다. 비판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평가처럼 ‘자유 민주주의의 총사령관’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다. 사드 갈등의 전격적인 극복을 위해 대중국(경제)우려, 남남갈등(국내)우려, 지역배치(성주)우려를 극복할 3장의 매직카드를 바로 빼들고 적극 나서야 한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