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영국 사회의 양극화와, 실질
임금의 감소 등으로 영국 국민의 분노가 브렉시트로 터진 것"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조하현 연세대 교수]

지난 6월 23일 전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렉시트가 불러올 자국의 경제적 손실과 혼란 등을 이성적으로 판단했을때 브렉시트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모든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준 것이다.

브렉시트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역시 금융시장이었다. 브렉시트 직후, 글로벌 투자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화, 그리고 일본 엔화에 몰리면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각국의 증시 하락폭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제한적이었지만,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불확실성’에 금융시장 또한 언제 요동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원지인 영국의 파운드화도 브렉시트 직후 7.6% 폭락했고, 7월 6일 기준으로는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과 영국에 대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불안한 길을 걷도록 만들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과거에 그랬듯 개방, 통합, 협력이 아닌 고립, 폐쇄, 자국우선의 길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강력하게 표방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서게 된 미국 대선 풍경도 궤를 같이 한다.

이처럼 브렉시트로 인한 파장은 영국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브렉시트가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분석하는 등 움직임이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고립 전선에 대해 논하며 브렉시트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주목하는 것이다.

개표 이후 많은 영국 국민들이 EU와 또 EU 탈퇴에 따른 영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이 왜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원인은.. 영국 내 사회통합에 대한 소망과 정치권의 도박

영국 국민들로 하여금 길거리에서 브렉시트를 외치게 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외국인 이주민과 난민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EU 회원국 내 자유이동 보장에 따라 영국내 EU출신 이민자 수도 점차 증가해 2015년에는 전체 인구의 4.6%인 313만 명에 달했고, 이에 더해 2015년 말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유입 사태가 심각해지고 파리 총격테러 등의 여파로 이민자와 난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지출 확대로 영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감소하고, 일자리 중에서도 특히 저임금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일자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 불만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뚜렷하게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사회 내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 이주민에게서 찾을 수는 없으나 영국민들로 하여금 가장 가까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문제임은 분명하다. 즉, 몇 십년간 심화돼 온 영국 사회의 양극화와, 실질임금의 감소 등으로 인한 영국 국민들의 분노가 브렉시트를 계기로 일련의 합의로 표출된 셈이다.

또한 EU의 과도한 규제가 영국의 발전과 주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도 민심을 동요시킨 주된 원인이다. 어업 쿼터, 금융 규제 등의 경제적 규제를 비롯하여 EU의 분담금 순기여국임에도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판단 저변에는 EU 탈퇴시 발생하는 매년 60억 파운드 가량의 재정환수금을 자국에 재투자해 양극화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을 해결하길 원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EU에 대한 불만의 씨앗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2013년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도박의 성격으로 2017년 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속했고 2016년, 자신의 잔류 의지와는 반대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제시한 공약이 영국의 세대간, 지역간, 인종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고, 유럽의 통합에 있어서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루비콘 강을 건너게 했다는 얘기다.

세계경제는.. 불안정성 증가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등에서는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반EU 정서가 형성되고 있어 이같은 유럽의 행보는 향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주, 금융시장은 다시금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렉시트는 영국의 실물시장과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도 이로 인한 여파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사태, 부동산 펀드환매(펀드런) 등으로 금융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이 같이 영국 내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향후 브렉시트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본 투자가 보류될 경우 실물경제도 덩달아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경기침체의 여파는 세계경제 저성장의 덫과 맞물려 EU는 물론 나머지 국가들에게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영국의 내년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기존 2%에서 1.5%로, 유로존은 1.5%에서 1.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0.2%p 끌어내리며 3%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으며, 그 외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금융기구에서도 잇따라 유로존, 미국,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불확실성’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국發위기 대응 방안은..

브렉시트가 국내에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 영향은 영국의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과 EU와의 구체적인 협상에 따라 현실화되겠지만 한-영FTA의 체결 및 한-EU FTA 재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협상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적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흡수되고 다시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가계부채,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국내 리스크요인이 브렉시트 충격과 결합돼 되어 장기적인 성장둔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경편성과 같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내수활성화 및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브렉시트가 미국의 실물경제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더라도 미국 연준(FRB)은 향후 여파를 고려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 입장에서 국내 리스크와 내수 부진 등을 해결하는데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 시장안정화와 더불어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체크하고 꼼꼼히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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