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으로 분석한 안철수 대표의 대권 도전 필수 아이템 3가지

새정치-청춘 콘서트의 소통과 신선함- 차별화된 조직의 강점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아무리 아름다운 선거라도 2인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 선거도 각 당의 경선과정에서는 정치권의 영웅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 했었다. 하지만 그토록 난립하던 후보들도 이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이 둘의 불꽃 튀는 선거전도 올 11월이면 자웅이 가려질 것이고, 두 사람 가운데 한명의 패자 즉 2인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불과 수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공화당 후보들이 기억조차 안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 후보자 간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많은 후보가 존재하지만 최종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사람은 단 1명이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됐다. 준수한 외모와 해박한 지식 그리고 부통령으로 8년을 미국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경륜까지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특히 그의 주특기는 인터넷 정보망과 관련된 미래 비전과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과 같은 국민들의 애잔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환경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었다. 대중정치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현직 대통령인 클린턴의 일방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더 억울할 부분은 전체 득표에서는 승리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패배한 유례없는 상황의 희생양이 되었다.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실패를 지적하는 많은 분석 중에서도 설득력을 얻는 건 환경문제 전문가라는 최고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는데 있다. 고어 후보는 대선 경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시(아들)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이어나갔다.

당시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를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태였다. 유권자들은 보수적인 부시 후보의 연설에 솔깃했고 친근하게 느끼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초조해진 고어 후보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환경문제보다는 경제 이슈로 전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대선 광고는 환경 이슈에서 경제 문제로 갑작스레 전환됐고 이미 경제이슈로 앞서가는 부시를 뒤쫓기에는 더욱 힘겨운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는 얘기다.

선거 전략에서 경쟁 후보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으로 쫓아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선점효과(First Mover Advantage) 때문에 후발 주자로 들어가는 상품이나 인물은 별다른 효과와 그에 따른 이득을 누리기 어려워진다. 고어 후보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경문제를 포기함으로써 득표 전략은 초반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한국 정치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어 전 부통령에게 환경 이슈가 전매특허 상품이라면 한국 정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새정치’가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를 표방하며 전격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함께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었다.

새정치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포인트는 바로 청년세대들과 거리감 없이 밀착하는 청춘콘서트였다. 기성 정치인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진솔한 대화 모습에 청년들은 열광했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 사퇴로 대선 문턱에서 꿈이 좌절됐지만 곧바로 보궐선거를 통해 대중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그같은 새정치 이미지가 사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치인 안철수는 새정치를 기치로 내세워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고 공동대표로 야권 세력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당내 계파 갈등의 수렁에서 탈당이라는 선택을 통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총선 결과 38석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가능한 제 3당 정당의 희망을 실현하며 대선 기대를 한껏 높이기도 했다. 결국 당내 리베이트 의혹과 공천 논란 속에서 리더십이 흔들리며 대표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와중에 안 전 대표가 지니고 있던 큰 자산인 새정치도, 청년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던 청춘 콘서트의 신선함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의 차별화된 조직의 강점들을 모두 다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상징적인 리더로서 그리고 차기 정권 창출을 희망하는 대선 후보로서 안 전 대표는 자신의 핵심 무기인 새정치 이미지, 청년들과 소통하는 청춘 콘서트 이미지, 기존정당과는 다른 제 3의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 이미지만큼은 '철수'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유권자들이 안철수라는 후보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첫 번째로 철수 시키지 말아야 할 이미지는 ‘새정치’다. 새정치에 대해서는 수많은 억측과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확하게 실체를 알 수도 없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와, 기득권과, 구태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새정치를 떨쳐버리기도 어렵다.

안철수라는 이 시대의 정치 아이콘이 부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새정치라는 모호한 이미지에 기인한다. 많은 설명과 구차한 사족없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의 탄생으로 새정치는 자리매김했다. 안 전 대표가 이 개념을 사용하고 반복하면서 관심과 기대도 있었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비판과 비아냥거림도 뒤따랐다.

따지고 보면 새정치가 안철수만의 전유물은 결코 아니다. 기존 정당 아니면 직전 정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무수히 ‘새롭다’는 의미의 ‘신(新)’을 정당의 명칭 앞에 덧대어 왔다. 새로운 민주당이라는 의미에서 ‘신민당’이 그랬고 과거 공화당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김종필 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탄생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권 교체 당시 정당의 명칭은 ‘새정치국민회의’였다. 이후 신한국당, 새누리당 등의 명칭도 새롭다는 의미 부여의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다.

안 전 대표가 통합 신당의 명칭으로 선택했었던 이름도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유권자들의 새로운 정치, 차별화된 정치, 신선한 정치에 대한 목마름이 새정치라는 준마에 어떻게라도 뛰어오르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

새정치에 대한 갈구는 기성세대보다는 청년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야권후보 중의 한 사람으로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평행이론처럼 재등장할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다면 전통적 야권 지지층인 2030세대의 민심을 붙드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전받고 비판받는 안 전 대표의 새정치가 그래도 관심거리가 될 만한 세대는 주로 2030세대다.

새정치 프레임이 도전받는다고 해서 맛도, 색깔도 모호한 정치색을 드러낸다면 안철수의 전략 무기는 유권자들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는 강풍에 안개 사라지듯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림1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든 일등공신은 기성세대에 희망을 잃은 '삼포세대'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총선 투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전반 연령대의 투표율은 19대 총선의 45.4%에서 55.3%(20대 총선)로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20대 후반은 19대 총선의 37.9%에서 10%포인트 이상 늘어만 20대 총선 49.8%였다. 50대는 62.4%였던 19대 총선 투표율이 이번엔 60.8%로 오히려 뒷걸음쳤다(그림1).

20대 총선은 말그대로 20대의 잔치였다. 일종의 투표율 역주행이 이뤄진 셈이다. 결과는 여소야대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와 30대의 국정 평가를 감안한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때는 이들의 투표율이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놀라운 투표율로 새로운 의회 지형을 만들어낸 신세대의 영향력이 더욱 가공해질 다음 대통령 선거라면 ‘새정치’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새정치 다음으로 안 전 대표가 철수시키지 말아야할 이미지는 청춘 콘서트다. 안 전 대표가 대중적인 인물이 된 결정적 배경에는 청년들과의 대화(토크)를 통해 만들어진 청년 대변자 이미지가 있다. 이 과정에 의사이자 경제분석가로도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이 포진해 있었고, 청년 세대와 공감도가 높은 방송인 김제동도 함께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 인기 절정을 구가했던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가 있었다. 거의 모든 포맷이 토크 형식이었고 안 전 대표에 대한 인간적 매력 또한 이러한 1 대 1 토크를 통해 더욱 증폭되는 현상을 보였다.

2004년 미국 대통령 민주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킨 후보가 하워드 딘이었다. 마치 2016년 미국 대통령 민주당 후보 경선의 버니 샌더스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어떤 정치분석가들은 하워드 딘이 뿌려 놓았던 새로운 민주당 정치의 씨앗을 오바마가 거두어 들였다는 평가를 할 만큼 그의 정치적 유산을 높게 본다. 버몬트 주지사 시절에는 동성애 결혼을 허락하는 법안에 서명을 할 정도로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진보적 인물도 드물었다.

미국 청년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눈높이를 맞춘 하워드 딘에 열광했다. 뉴욕시에서 열린 가두연설에는 청년 대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그 열기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대통령 당선은 몰라도 민주당 후보는 딘의 차지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최종 후보의 당락을 예견하는 전초전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들이 참여하는 경선)에서 딘은 현재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인 케리 돌풍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일까. 당시 민주당 경선의 핵폭풍이었던 하워드 딘 열풍의 근거지는 젊은 세대였다. 그들은 딘이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고 그 모습 그대로 미국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경선 일정이 가까워짐에 따라 딘의 캠페인은 점차 경선 승리와 대통령 당선쪽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특히 버라이어티 쇼의 개그 소재로 인용되기까지한 그의 말실수와 외부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다른 까다로운 실제 성격은 ‘정치 아이돌’ 딘의 생명을 단축시켰다.

돌이켜보면 딘은 그의 가장 큰 강점인 젊은 세대와의 토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했어야만 했다.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를 키워드로 만들어 더 확산시켰더라면 대통령 자리는 딘에게로 돌아갔을지 모를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시절 전략 캠프는 수많은 젊은 세대와의 대화를 통해 '시대정신'을 이끌어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좌절과 자괴감에 투표조차 하지 않으려는 청년 세대들에게 ‘Yes, We Change(우리는 바꿀 수 있다)’라는 긍정과 희망을 선물했다. 오바마라는 인물에게 순간적으로 열광만 하고 끝난게 아니라 세력화하고 투표장을 향해 걸어나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데는 청년 세대들의 지원에 힘입은바 크다. 2012년 총선에서도 안 전 대표는 출마하지 않았지만 청년 세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집권 여당에 대한 견제는 투표로 응답해야 한다는 앵그리버드(2030세대의 정부 비판, 현실 혁신 등의 현상)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리베이트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시점에 안 전 대표는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퇴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로 보이지는 않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 결과에 한껏 고무되었던 안 전 대표를 물러나게한 원인은 당내의 복잡한 갈등으로 인한 공천 및 선거과정 의혹도 있겠지만 예민한 문제로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책임도 커 보인다.

일반 대중의 여론을 경청하는 ‘안철수식 민생대장정’도 일견 좋은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의 진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2030세대와 화이트칼라, 학생들과의 ‘청춘 토크 콘서트’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대선 경쟁자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안 전 대표의 ‘청춘 콘서트’ 이미지 강화는 더욱 시급해졌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4월 26~28일 실시하고 29일 발표한 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할당후 가중치적용 응답률20%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여야 후보를 망라하여)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21%로 가장 높았고 2위였던 문재인 전 대표와는 4%포인트 격차를 두었다.

전체 순위도 중요하지만 누가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견인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20대에서 26%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화이트칼라와 학생층에서도 20%를 상회하며 문 전 대표와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접전 양상으로 나타났다. 안 전 대표가 차기 대선후보로 주가를 올리는 상황에선 여지없이 20대와 화이트칼라 그리고 학생층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이념적으로 진보층을 껴안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더욱 대등한 대결을 펼치는데도 청춘 청년 세대의 지원은 필수불가결이다.

그런데 선거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이 조사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선택지로 포함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변화의 폭은 예상밖이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6월 7~9일 실시하고 10일 발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할당후 가중치적용 응답률21%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로 후보 중 3위였다. 1위는 반 총장으로 26%였고 문 전 대표는 16%로 견고한 지지층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림2
4월 조사와 비교하면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나버렸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을 견인했던 20대와 화이트칼라 그리고 학생층의 지지율 역시 엑소더스처럼 이탈했다(그림2).

반 총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킨 영향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안 전 대표 자신에게 있다. 선거 이전 또는 선거 과정 그리고 선거 이후에 안 전 대표가 보여준 행보에서 몇 번 우려낸 에스프레소처럼 ‘청춘 콘서트’ 이미지를 진하게 느끼긴 힘들었다.

선관위의 김수민 의원 고발 건에다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한 지도부의 갈 짓자 대응 논란은 지지율 폭락에 한몫했다. 몇 차례의 정치적 변곡점 상황에서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철수’를 선택했다. 비판과 비난도 뒤따랐다. 정치적 경륜이 짧은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의 핵심 콘텐츠가 될 ‘청춘 콘서트’ 이미지는 안 전 대표가 무슨일이 있더라도 절대 철수해선 안되는 절대적 이미지다.

마지막으로 안 전 대표가 철수하지 말아야 할 이미지는 ‘신선한 조직 구성’이다. 안 전 대표는 지지층을 향해, 그리고 국민을 향해 여러차례 중견기업 경영자를 거쳤기 때문에 누구보다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고 세상 물정을 잘 안다고 설명해 온 것으로 이해된다.

많은 정치인들의 오류는 대부분 자신 스스로가 현자(賢者)라고 판단하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선거 과정에는 모든 국민들 그리고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다 집어삼킬 것처럼 덤벼들어 경청하지만 일단 되고나면 어떤 주제든 경청보다 설명과 주장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식상한 모습이고 올드패션이다.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제 3의 선택을 원하고 기대한다. 국민들이 실망했던 정당들의 모습을 답습한다면 굳이 제 3 정당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진다. 오히려 더 혼란해지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탈리아 선거에서 무명의 오성정당은 2500여년 로마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시장을 탄생시켰다. 화보에서 툭 튀어나온 듯 한 미모의 여성 후보인 비르지니아 라지 후보는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눌렀다.

이탈리아 정치권도 놀랐지만 세계인들은 더욱 놀랐다. 그녀의 소속정당인 오성정당은 실천 공약을 분명히 한 정당으로 알려진다. 정치풍자코메디로 유명한 베페 그릴로가 2009년 만든 정당이다. 토리노 시장 자리에도 자당 후보인 키아라 아펜디노를 당선시켰다.

이탈리아를 부패 이미지로 둔갑시켰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실각하고 이탈리아 개혁을 부르짖으며 등장한 세력이 마테오 렌치 총리의 집권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집권 민주당도 국민들의 개혁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자 이탈리아 국민들은 다시 오성정당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전 대표도 오성정당의 성공스토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들이 그리고 유권자들이 어떤 조직 구성의 모습을 보고 싶은지 통찰력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정책에 집중하는 신선한 조직 구성이야말로 안철수의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의 불세출 수준의 노련함도 신선하고 혁신적인 조직 구성의 이미지 위에서 발휘돼야만 제 맛이 우러나온다.

그림3
선거 직후 4월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23%였고 같은 조사에서 안 전 대표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은 거의 비슷한 21%였다. 그러나 한달 반 정도 이후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17% 그리고 안 전 대표 지지율은 10%로 떨어졌다(그림3).

정당 지지율 하락 속도보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 폭이 큰 것은 국민의당 조직이 온전히 혁신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있어 안 전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의 고난과 역경을 넘어 국민의당 창당으로까지 달려온 안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은 그의 정치 생명이자 미래의 젓줄이다. 국민의당 조직을 얼마나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 만드느냐에 안 전 대표의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

한국 정치는 기로에 서있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혼란(아마게돈)의 가시밭길에 직면해 있다. 브렉시트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로 글로벌 경제 환경은 더욱 예축 불가능해졌다. 각국은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북한의 정권 불안은 한반도 상황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조선과 해운 구조 조정의 길목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마어마한 도덕적 해이를 정치권과 경제계로부터 발견했다. 경제 구조의 불합리와 정부의 복지부동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빛과 소금이 돼야할 정치권은 소득 없는 정치쇼에 몰두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다음 대통령은 그리고 미래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인물이라야 한다. 출사표를 던질 잠룡들은 많지만 한국 경제를 깨우고 통합의 골을 매울 현인은 찾아 보기 힘들다.

마른 장마처럼 ‘후보 가뭄론’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의 아름다운 변신은 유죄가 아니라 무죄다. 유력 차기 대선후보이자 국민의당의 실질적 리더인 안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훌륭한 지도자의 탄생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하다. 아직도 유력 정치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본인의 강점을 제대로 살릴만한 이미지를 뚜렷하게 강조하지 못했다.

좋은 인물 그리고 능력있는 리더는 분명하지만 필살기 이미지 없이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저 민생대장정이 아닌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굴하고 청년 세대를 결집하며 혁신적인 정치세력으로 모아지는 ‘민생대장정 정당’으로 발전했더라면 손 전 지사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손 전 지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비록 국민의당 대표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전략무기인 핵심 이미지만큼은 절대로 철수시키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에 대한 이미지, ‘청춘 콘서트’로 상징화되는 청년세대와의 교감이미지, 제 3당 정당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혁신적이고 차별적인 ‘조직 구성’의 이미지 말이다. 너무 어려운 숙제인지 몰라도 하워드 딘, 버락 오바마, 버니 샌더스를 다 합한 이미지가 야권 후보로서는 가장 경쟁력있는 모델일수도 있다.

물론 그 이전에 평당원으로 돌아간 안 전 대표가 반드시 챙겨야 할 일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일이다. “정치인의 역할은 과학자처럼 정확하게 국민의 뜻을 표현하는데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대문호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당시에는 영국 국민들이 새겨들어야할 말이었지만 지금은 안 전 대표가 가슴깊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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