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에서는 생산성보다 정보분석력이 더욱 중요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산업인터넷..같은 것 다른 이름들

'제4차 산업혁명'..현시점에서 벌어지는 3가지 이유는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산업화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상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원자재를 가공해 공산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재화를 만든다. 산업화 사회의 경제력은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했느냐를 따지는 GDP(국민 총생산액)를 기준으로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지식기반의 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생산성보다 기업의 정보 분석력과 서비스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비즈니스의 원료는 데이터이고 상품은 서비스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의 품질만으론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상품과 함께 제공하는 질 좋은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민첩하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점점 더 다양한 지능을 갖춰야만 한다.

전통산업이든 신산업이든 기업은 모름지기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일처리 방식에 익숙해진뒤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만 한다. 데이터 중심 사회로 탈바꿈한 지식정보 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전략은 산업사회에서와는 전혀 달라야 한다.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을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은 빅 데이터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사물인터넷이라고 지칭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산업인터넷이라고도 부른다.

아예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설명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상품의 제조공정이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뿐 아니라 부품들까지 각기 자신만의 데이터를 내놓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설비를 쉽게 관리하고 또 공정을 잘 제어할 수 있도록 기계 부품들이 스스로 데이터 만들어 작업자는 물론이고 주변 장치들에게 통보해 준다.

도대체 왜 이같은 일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을까? 세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지수함수적인 성능 향상이다. 컴퓨터, 칩, 메모리, 처리공정, 통신 속도 등 모든 컴퓨팅 요소들의 성능이 시간에 따라 지수 함수적으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데이터 저장장치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아주 값싸게 저장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빅 데이터 세상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이다.

데이터는 과학의 원리를 밝히는 일에서 생명을 공급하는 피와 같은 존재다. 데이터는 몰랐던 세상을 파헤치는 근거가 된다. 우리가 세운 이론을 검증해 주고, 우리가 수행한 실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모든 과학 활동에서 데이터는 원자재인 셈이다.

셋째는 데이터가 풍부해 지면서 이전에 불가능 했던 개념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일이 가능해 졌고 이런 결합을 통해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이 가능해 졌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기술은 더 이상 개선사항이 없을 만큼 이미 완성된 기술이지만 엄청난 양의 센서 데이터, 강력한 컴퓨터 그리고 영특한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니까 예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로 거듭나게 됐다. 구글이 개발한 완전 자율운전 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설비들은 주기적인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동차 제조사가 권고하는 부품별 정비 주기가 있다. 산업설비도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잔존 수명을 확인해 줘야만 한다.

하지만 이젠 주기적인 정비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부품에 센서를 삽입해서 측정하면 기계가 언제 수명을 다 하게 되는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설비를 진단하는 방법이 더 정확하고 정교해짐에 따라 예방정비만으로도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정비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정비능력이 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비중도 매우 커졌다. 몇 년 만 더 있으면 기계부품들이 스스로 교체시점을 감지해 물류시스템에 교체시점을 통보하고 정비작업도 자동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부품의 수명에 맞춰 신부품이 공급되고 교체작업도 기계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직관력, 전문성, 경험, 판단력 등 많은 부문에서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많은 변화가 존재한다. 따라서 사람의 직관이나 경험을 너무 신뢰하면 탈이 난다.

우리가 자랑해왔던 직관력이나 오랜 경험적 지식을 앞세우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잘못된 의사결정이 가져다주는 시련도 혹독하다. 이제까지 들어 왔던 위대한 경영자들의 말씀에 의존한 의사결정방식도 잊어야 한다. 사람중심의 의사결정 시대는 이젠 지나갔다.

앞으론 데이터를 좇아서 데이터를 신뢰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보수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직관력이나 경험이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독차지 했다면 앞으론 그런 방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젠 누구나 데이터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론 궁극적으론 경영진이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하지만 그 근거는 모든 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존해야만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젠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기계가 접속하고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증강현실 기술이 산업계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그동안 도면 등에 구현된 2D정보를 마음속으로 3D정보로 바꿔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증강현실 기술이 도입되면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현장에서 시각화 하고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질 상황변화를 미리 가상의 정보를 이용해 영상으로 실현시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이 쉽고 정확해 진다고 할 수 있다. 증강현실 기술은 데이터를 직접 현장에 겹쳐서 보여 주므로 인식의 편차 없이 확실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진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폭넓게 적용되면 모든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성공사례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다. 사무실 자동화 과정에서 문서작성 워드프로세서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 자신이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게 만들어 업무효율을 크게 높였다. 증강현실 기술이 현장에 접목되면 비슷한 상황이 산업계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발전이 제조업을 몰락시키고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다고 우려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불평하지 말고 그 업무에 더욱 창의적인 발상을

아울러 스스로 지능적인 작업자로 변신해야만 한다. 기업의 주력상품이 하드웨어라면 그 상품의 디자인을 바꾸고 상품에 데이터를 심어야 한다. 그리고 상품에 숨겨진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 데이터를 입히는 방법을 모르면 전문기업들과 협력하여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면 이 세상에 없던 상품과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정체된 비즈니스 모델은 수명이 짧고 민첩하게 변신하는 아이디어 기업이 시장을 선도한다. 기업가는 마음을 열고 디지털 지식을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기회들을 발굴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용기를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만으론 변하지 않는다. 재빨리 행동에 옮겨야만 한다. 메마른 땅에도 물을 계속 주다 보면 새싹이 돋듯이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를 강구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비즈니스 기회들이 솟아오르게 된다.

*미래탐험가 이준정 박사는 과학기술칼럼니스트로 현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다. 첨단기술들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변화를 과학기술적 통찰로 분석해 미래에 대비하는 기업 및 개인에게 강연을 통해 상상력을 전해주는 '미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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