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왔을때 완벽한 정책으로 다듬고 수정해야

정부의 사고 전환과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 탈락 업체가 발생하자 큰 파장이 일기 시작했고 그 후유증과 여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재승인 심사결과 롯데 월드타워점, SK 워커힐점이 면세점 특허를 상실하면서 해당 업체의 대량 실업, 재고처리 관련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현행 ‘5년 허가제 면세점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급기야 특허기간 연장, 신규 시내면세점 추가 등의 해결방안을 찾고 나서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긴급처방전이 당장의 부작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지적이 고개를 들면서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국면이다.

정부는 2013년 관세법을 개정해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갱신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를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점검받도록 하자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현 제도하에서는 특허 만료 시점에서 면세점 사업을 희망하는 다른 사업자와 제한된 수의 특허권을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구도다. 이같은 방식은 특혜 방지 등 취지 자체는 좋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내 면세점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등 몇가지 문제점을 떠안고 있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첫째, 미래 특허권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그 결과 투자가 위축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부지 확보, 상품 계약, 마케팅전략 수립 등 초기에 막대한 인프라 투자 등이 소요되므로 이를 상쇄하는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번 롯데와 SK의 특허권 탈락으로 불거진 직원고용 불안, 재고처리 문제, 협력사들과의 계약파기 문제 등과 같이 기업 신뢰성 하락의 위험마저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국제 면세점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업자 선정시 정부가 적극 개입하게 되므로 ‘공정성’ 이슈가 늘 제기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면세점 특허 심사기준으로는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관리 역량(250),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등이 있다. 특히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정도(150) 등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항목도 일부 포함돼 있다. 아울러 채점표 작성 등의 모든 심사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므로 태생적으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최근 정부는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 후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기간 만료 시 결격사유가 없다면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기존의 5년 허가제 하에서는 영업의 지속성에 대한 보장이 없어 투자가 위축되고 그 결과 면세점 사업 자체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에 관해서는 결정을 미루었지만 4월 이후 신규 발급 가능성이 커지자 롯데와 SK네트웍스의 영업 자동연장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면세점 업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 개선 방안이 현행 면세점 정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되기에는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면세점 사업의 시장 진입 여부를 결국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기이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면세점 사업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중소, 중견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하에 2013년 관세법을 개정했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법안이 통과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라 할 수 있다. 면세점 특허 자체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황금열쇠'는 아닌데 이같은 점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과거 특허권을 자진 반납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마련이다. 이는 각 기업의 마케팅전략, 매장관리, 명품매장 입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총체적 결과이며, 특허권 자체가 사업성공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면세점 사업의 경쟁자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세계 면세점 시장이다. 한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의 면세점은 몸집을 불리며 면세점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하이난 섬, 베이징 그리고 상하이에 초대형 면세점을 열고 규제를 점차 완화해나가고 있다. 일본도 올 1월 도쿄 긴자에 초대형 시내면세점을 개장하며 약진하고 있다.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면세점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의 칼을 내려놓고 진입 장벽을 낮춰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경쟁을 통한 기업 생산성 향상에 목표를 두고 얼마나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지에 달려있다. 단순히 특허권 기간을 연장하고 몇 개의 업체를 추가로 선정하는 선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문제를 키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면세점 정책이 공론화된 이번 기회에 면세점을 '허가제'가 아닌 엄격하게 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신고제'로 전면 개방하는 방안을 업계와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당장 전면 개방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고제를 도입하는 단계적인 계획이 준비돼야 한다. 면세점 정책은 더이상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번 기회에 총체적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정부의 사고 전환과 함께 단호한 결단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 학사, 석사)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박사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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