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에는 언어는 물론 이미지도 이해하는 우수 인공지능 활용중

기술 수준이 몇 %냐고 묻는 것은 우문...마지막 1%까지 달성해야 의미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를 실현시키는 수단이나 도구로 인공지능 제격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편집자 주=미래탐험가 이준정 박사는 과학기술칼럼니스트로 현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다. 첨단기술들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변화를 과학기술적 통찰로 분석해 미래에 대비하는 기업 및 개인에게 강연을 통해 상상력을 전해주는 '미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후폭풍이 거세다. 인간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제압하는 바둑 실력을 보이자 사람들은 궁금한 게 많아졌다.

우선 인공지능이 바둑과 같은 고난도 게임을 인간보다 완벽하게 추론한다면 인간이 지금 맡고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번 세기의 대결 소식을 처음 접했을때부터 이세돌9단이 100% 불리한 대결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눈총을 산 바 있다. 사람들은 왜 알파고가 센지에 대해선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이세돌9단을 첫판을 맥없이 패하자 언론은 알파고의 승리를 떠벌린(?) 필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리고 던지는 질문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첫째, 왜 알파고가 이긴다고 생각했느냐? 둘째, 인공지능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지금 사용하고 있느냐? 셋째, 우리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면 인간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넷째,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가능한 시나리오냐? 그리고 다섯째,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들이다. 혹시나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필자의 답변들을 정리해봤다.

첫째, 왜 알파고가 이길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설명한 자료가 떠다니니까 이곳에선 생략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한 분석가들이 왜 경기 이전에는 아무 소리가 없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다만, 알파고가 컴퓨터 1202대의 훈수꾼을 동원해 바둑을 둔다는 주장은 좀 어설프다. 원래 계약 시에 클라우드를 통해 병력처리 된 멀티 CPU와 대결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온 세상의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 노트북의 키보드를 치면 순간적으로 세계 각처에 있는 클라우드 컴퓨터가 반응하는 세상이다. 그걸 제한한다는 이야기는 현재까지 발달된 기술의 한계를 제대로 가늠해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원래 이 바둑 대결의 취지에 어긋난다.

특히 이번 대결은 무슨 스포츠 행사가 아니어서 공정성 여부는 핵심사안이 아니다. 서로의 조건을 확인하고 대결을 약속한 만큼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둘째, 인공지능이란 인간과 같은 수준의 판단력을 기계에 부여하는 기술이다. 간단한 기술은 이미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세탁기다. 물론 세탁물을 기계가 스스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코스를 선택하면 알아서 빨고 헹구고 말려준다.

이런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은 일종의 전문가 시스템이다. 빨래 전문가의 지식이 마이크로 칩에 삽입돼 있기 때문에 주부가 빨래조건만 선택해 주면 기계가 알아서 세탁, 헹굼, 건조조건을 스스로 정해 척척 작동한다. 이 보다 수준 높은 인공지능으로는 검색엔진이 있다.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검색기는 입력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자료 중에서 연관 자료를 찾아내 바로 보여준다. 검색기 엔진에는 언어는 물론이고 이미지도 이해하는 매우 우수한 인공지능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도 있다. 복잡한 대화도 가능하며 웬만한 비서역할은 다 해낸다. 채팅이 가능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있다. 대부분 자동화 생산 공정이나 자동화된 서비스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이 알파고와 대등한 수준에 있다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어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방송 인터뷰에서 국내 인공지능 개발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시는 걸 듣고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사실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커다란 수준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선진국 대비 우리의 기술 수준이 몇%나 되냐고 질문하는 건 경제학자들 논리다. 기술 수준은 99%까지 올랐어도 마지막 1%를 달성하지 못하면 0%나 마찬가지다. 우주로켓을 띄웠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마지막 궤도에 안착해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야만 성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술수준이 드러내 놓고 자랑할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사람들이 제일 심각하게 여기는 건 역시 일자리 문제인듯 싶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이유는 설마 이 정도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한 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들 조차 미처 몰랐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전문가들도 기술의 흐름을 계속 추적하지 않으면 세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이 천재기사만큼 바둑을 둘 정도라면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은 거의 모두 자동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화기술의 확산으로 청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알파고 실력을 보니까 앞으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지금까지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영역들마저도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을 막자고 캠페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인류 문명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진화해 오면서 많은 일들이 바뀌었지만 인간사회의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낙(樂)·학(學) 등은 변하지 않았다. 미래에도 이런 현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기술발전에 맞춰 형태가 달라지고 수준이 달라질 뿐이다. 즉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의, 식, 주, 낙, 학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게 올리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미래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차원의 서비스나 상품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서비스와 상품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고민해야 되고 또 만들어 내서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만 한다.

예를 들면 매스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를 발굴해야만 한다. 그것이 홀로그램 방식인지 또 다른 미디어 도구인지는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 기득권을 가진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교육기관도 변하고 주거방식도 변하고 교통기관도 변하고 오락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몰랐던 수많은 새로운 가치들을 발굴할 수 있다.

그런 새로운 가치가 새로운 재화를 만드는 일거리를 수반하게 된다. 지금 일자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릴 겨를도 없다.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편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측은 더욱 바빠지게 된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마도 해야만 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수없이 발생할 수 있다. 눈치 채셨겠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치를 실현시키는 수단이나 도구로 인공지능이 제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듯이 감정을 가진 로봇이나 인조인간의 등장 가능성이다. 스티븐 호킹이나 이안 머스크가 강한 인공지능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인조인간에게 ‘마음’을 심어주면 안 된다는 경고로 이해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감성이 매우 민감하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화려하다. 한번 정을 주면 인연을 쉽게 끊지 못한다.

실제로 가정용 서비스로봇 지보(Jibo)를 개발한 MIT대학의 신디아 브리질 교수는 사람들이 인형로봇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는 걸 보고 표정은 귀엽지만 외모는 가전기기라고 느낄만한 모습으로 지보를 디자인 했다.

사람들은 로봇을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기대하고 의인화하기 쉽다. 고독한 사람에게 심리적 위로를 전달하는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런 로봇이라도 꼭 사람처럼 고차원적인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그냥 깔깔 웃거나 약간 공감한다는 듯 슬픈 표정만 지어도 된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로봇을 인간처럼 스스로 개성을 갖게 해선 곤란하다. 그런 문제는 공론화해서 대책을 세우면 된다.

다섯째, 모두의 잠재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모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인공지능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오픈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

폐쇄적이고 한정된 기관 내에서 기술개발을 진행하기보다 누구나 개발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용 플랫폼을 만들어 기술발전을 촉진시켜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도 당장은 돌파구가 된다고 본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충격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은 미래사회의 발전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실히 깨닫게 해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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