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포 그친다면 더 심리적 수세… 추가 미사일 발사 등 대북 피로감 높일 듯"

"北 당·군부 섣불리 움직였다간 '공포 정치' 제물 돼… 정변 가능성 되레 낮아"

"사이버테러방지법·특정금융정보법·통신비밀보호법 등 시급히 일괄 처리해야"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차관급)은 8일 북한의 연일 강도 높은 대남 위협과 관련, "이번에는 북한의 실제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전옥현 전 차장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근 연일 '말폭탄'의 수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에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추후 무력 시위가 발생했을 때 실제적 도발의 책임을 미국에 덧씌우기 위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 한미 연합군의 '강력한 대북 억지력' 천명에 대한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 전 차장은 "현 상황에서는 '김정은식 공포 정치'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일사불란한 충성심을 보일 것"이라며 북한 내부 쿠데타 등 정변 가능성은 오히려 낮게 봤다.

그는 특히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 중단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테러 예방과 대응을 위해 사이버테러방지법 뿐 아니라 특정금융정보법(FIU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강조했다.

-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대북 제재조치에 대해 북한이 '선제 타격' 등을 언급하며 연일 강도높은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도발 가능성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현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북한의 대남 위협에는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본격화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반발이자 내부적으로는 오는 5월 당 대회를 위해 체제 결속을 이루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실제적인 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단순 엄포에 그친다면 더욱 심리적 수세 국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기간인 만큼 물리적인 무력 도발에 나서기 보다는 추가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대북 이슈에 대한 피로감을 높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사이버 테러 활동과 함께 해외에서 주요 요인에 대한 암살·납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군이 '참수작전' 등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 유엔의 대북제재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흘러 들어가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 등 체제 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북한의 노동당이나 군부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바로 '김정은식 공포 정치'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예전보다 더욱 일사불란한 충성심을 보일 것이다. 다만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 장마당 경제가 위축되면서 생활에 압박을 받는 주민들의 불만이 내재화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주민 불만보다는 공포정치가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지도층에게까지 여파가 확산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정부가 대북 해운제재에 추진에 따라 남·북·러 3국 협력 사업으로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을 결정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현재 시범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보다는 강도가 낮다. 하지만 다른 대북 제재들과 동시에 시행되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석탄을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54km 구간을 철도로 옮긴 뒤 다시 배편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으로 북러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를 예외 조항으로 챙긴 바 있다. 북한의 모든 뱃길을 차단하는 해운제재와 맞물려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중단은 북한과 러시아의 석탄 사업뿐 아니라 김정은 체제 들어서 수차례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외자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 온 5개의 경제특구와 위화도경제개발구, 임도관광개발구, 황금평경제개발구 등 20여개의 경제 개발구 추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이 외교·안보 라인 등 정부의 주요 인사 수 십 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했고 금융전산망 대량 파괴를 시도하는 등 사이버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밝혔는데 사이버테러에 대한 올바른 대응방법은?

"국제사회에서 '테러 지원 가능국'으로 지목된 북한이 보내는 테러 자금으로 진행됐다고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 활동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동조자 포섭을 막고 국가기간시설 전산망에 대한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앞서 북한은 방송사와 은행 전산망을 마비시키고,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서버를 해킹하는 등 가공할 수준의 사이버테러를 이미 보여 왔다.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북한을 4년 연속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면서 각별한 대응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이버테러방지법 미비로 인해 민간 산업부문에 대한 기초 조사나 지원 조치도 할 수 없이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과 더불어 사이버테러방지법, 특정금융정보법(FIU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모두 4개 법안을 일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 적극적인 테러 예방과 대응을 위해 매우 시급한 법안들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