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편집자 주=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평양김책공업종합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북한의 함흥컴퓨터기술대학과 함흥공산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4년에 탈북,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한국에 온 이후 한신대학교, 경기대학교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으며, 사단법인 NK지식인연대 대표를 맡아 통일부정책자문위원, 국방부 북한전략정보자문위원, 북한연구소 자문위원 등 북한관련 정책통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전 북한 함흥공산대학 교수)]

유엔안보리는 지난 3월 2일, 15개 이사국 전원 찬성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 무기, 광물 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포괄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새 결의안은 북한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한 '검열'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즉 '의심 정보'만으로도 모든 회원국이 영해에서 북한 선박을 검사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규정을 포함시킨 것이다.

또한 북한의 대표적 교역물품인 석탄을 포함해 철, 금, 희토류 등의 북한 수출을 금지했다. 여기에다 안보리 차원에서의 금융제재도 강화, 북한 은행과 북한 내 해외은행의 계좌를 동결하는 조치 등을 두루 담았다.

항공유와 로켓연료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봉쇄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개인 17명과 12개 단체를 제재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북한의 정찰총국과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구 등이 포함된 초강력 제재안이 아닐 수 없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새 결의안에 대해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북한의 대응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에도 북한이 온갖 술수와 기기묘묘한 술책을 동원해 안보리결의를 무력화시키면서 은밀하게 국제거래를 지속하면서 핵과 미사일개발을 예전처럼 밀어붙일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북한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새로운 안보리결의안은 종래 북한이 교모하게 활용하던 모든 ‘뒷문’을 모조리 찾아 단속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결의안을 실천하는 과정에 유엔 회원국들이 얼마나 단호하게 원칙적인 의지를 갖고 제제조치를 확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가에 따라 ‘뒷문’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든다.

비록 안보리가 예상하는 효과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어도 북한은 결국 국제사회가 똘똘뭉쳐 밀어붙이는 단합된 제재 앞에 백기를 들고 항복선언을 하든지 아니면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하지만 막판에 몰린 김정은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어떤 압력에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할 것이 분명하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공식 통과된 이후 김정은이 '실전 배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북한이 내부적으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음을 알 수 있다. 핵탄두 발언은 궁지에 몰렸을 경우, 극한수단 선택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력화시켰던 온갖 권모술수와 흉계를 다해 끝까지 안보리 비핵화 요구에 정면 도전하면서 핵과 미사일개발을 지속하려 획책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안보리제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술책들을 전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은 지금까지 상투적으로 써 오던 “뒷문활용‘‘공작에 계속 매달릴 공산이 크다. 북한은 새로운 안보리결의안이 마련되는 초기 단계에서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어떤 제재에도 동참하기를 꺼리는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도 ’중국통 뒷문‘을 활용하면 어떠한 수준의 안보리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타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름 계산해왔던 과거와 달리, ’중국통 뒷문‘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중국마저 안보리 결의에 적극 동참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면서 북한은 이제 떨어지는 뭇매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찔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의 배를 빌려 불법거래를 자행하던 ’바닷길 뒷문‘이나, 항공기를 이용하던 ’하늘길 뒷문‘도 이번 제제조치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북한은 그나마 ’생계형 무역‘통로가 차단되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중국과의 빅딜, 혹은 협박을 통해 아주 좁은 ’통로‘를 야금야금 넓혀가면서 조여오는 숨통이라도 트려는 묘책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은 유엔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견딜 새로운 대안으로서 북중간, 북러간 밀수통로를 대대적으로 개척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중반에 초래됐던 ‘고난의 행군’시기에 북한은 북중국경에서 밀수를 통해 필로폰 마약과 수퍼노트등 불법거래를 성사시켰으며 이 과정에 많은 미화(달러)를 벌어들여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충당해왔다.

이 시기, 북한이 특수부대 요원들까지 동원해 러시아 조폭들과 마약밀거래까지 했던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대북 제재안은 김정은 마저 호화사치를 마음 껏 누릴 수 없을 정도로 일체의 사치품 조달을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부분 밀수나 외국의 조폭조직에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 통로를 새로 개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철저한 대비와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셋째, 새로운 안보리 제제에 직면한 김정은의 고민은 무엇보다 130여만명에 이르는 북한 군인에게 제공할 식량과 피복, 장구류를 어떻게 보급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한계선상에서 가까스로 유지해나가고 있는 북한군의 보급실태가 현상태에서 더 나빠지면 결국 부대 탈영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걸음 나아가 생존을 위해 야기되는 군인들의 노략질과 보급물자의 경쟁적인 약취, 이와관련된 군 간부들의 비행이 엄중한 수준에서 벌어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도는 총칼 밖에 없지만 그것도 영원히 통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기에 북한군 내에서 모종의 변화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가 덜 미치는 해외인력파견에 의존해 달러를 벌어들이려는 일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한의 노동자 해외파견에 대한 제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북한이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무연탄 가격 하락 등으로 대외교역이 하락세를 보이자 노동력의 해외송출이라는 새로운 외화벌이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향해 초강경 경제 제재를 밀어붙이는 목적은 명확하다. 김정은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등 대량살상무기개발에서 손을 떼고 정상적인 국가로 복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런 상황에서도 국제사회의 강경한 입장과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인민이야 굶어죽든 말든, 아랑곳 없이 계속 유엔안보리에 강대강으로 맞선다면 북한체제는 그야말로 '서산낙일(西山落日)'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 너무나 뻔히 보인다.

북한은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고 배급과 공급제를 실시해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체제다. 북한은 식량배급제와 생필품 공급제를 포기하고 사실상 주민들의 자구적 시장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제도로 바뀌고 있다. 이과정에서 국가가 주민들에게 베푸는 것이란 꼬물(북한용어·눈꼽의 의미)만큼도 없이, 오히려 각종 명목의 가렴잡세(가렴주구의 뜻)로 주민들의 재산을 수탈 해가는 압박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체제는 문제점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나라보다도 통치효율이 높다. 즉 적은 돈으로 주민들을 손쉽게 노예처럼 부릴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안이 본격 가동되면 김정은의 통치자금 고갈응 불가피해 보인다. 그럴 경우 김정은의 선택은 주민들로부터 더 많이 수탈하려 들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손에 든 마지막 생계수단마저 빼앗기게 된 주민들은 마침내 중동민주화혁명이 촉발된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중적 저항과 봉기를 모색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북한군부내 변동 가능성 등 몇가지 돌발변수가 터질수도 있지만 이같은 큰 흐름이 앞으로 머지 않은 장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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