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취지는 소비·투자 증가 및 주가 상승 통해 경기 부양

최근 일본 등에서 득보다 실(失)이 많아…실물가격 급등, 환율 전쟁 심화 우려

우리 중앙은행도 국내외 상황 고려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적절히 대응해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NIRP, Negative Interest Rate Policy)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유로존 19개국과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지난 1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함에 따라 그 후폭풍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다. 은행으로 하여금 시장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돈을 쌓아놓을 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므로 마이너스 금리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가치 하락, 주가 상승을 이끌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취지는 소비·투자 늘려 경기 부양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 회복을 위한 묘수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재까지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는 득(得)보다는 실(失)이 크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선언한 지난달 29일 이후 2주 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5%나 상승했으며 일본 증시는 8% 넘게 급락했다. 유럽 역시 지난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한 후 유로 가치는 올해에만 4% 넘게 상승했으며 경기 회복세는 아직 미미하다. 또한 최근 유럽의 대형은행 도이체방크(독일)를 비롯해 유로존 은행 파산설이 도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당국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들자 투자자들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더 이상 쓸 수 있는 경기 부양책도 거의 없다는 불안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꺼내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지난 3일 일본 니케이 지수는 3%가 넘는 폭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은 금융시장의 변동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관이다. 은행으로서는 마이너스 금리 하에 수수료를 내가며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이유가 없으므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자금을 다른 곳에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축,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운용 위험이 커져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고 오히려 현재까지 늘려온 유동성이 짐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 도입 발표 후 일본 은행주는 20% 이상 폭락했다. 유럽 은행주도 올해 들어 20% 이상, 미국 은행주는 15% 가량 각각 하락했다. 장기 불황에 기존 대출들이 부실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출은 오히려 부실만 늘려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만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한 시장의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에 각 은행의 감독 부서에서는 은행의 수익성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에서 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지속이 예측되면 사람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은행 예금을 인출하여 실물자산에 투자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실물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것이며 대규모 예금 인출을 뜻하는 ‘뱅크런'(bank run)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최근 득보다 실 많아…자산 버블과 환율 전쟁 심화 우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로 억지로 돈을 풀면 침체된 경제 상황 속에서 돈은 갈 길을 잃고 결국 자산 버블로 연결된다. 돈이 시장에 돌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인 과잉설비, 과잉생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억지 투자를 유도한다면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 가능한 경기 진작 효과를 내기는 힘들다. 실제 2012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앞장섰던 덴마크는 마이너스 금리로 시장에 풀린 돈이 결국 자산의 명목가치만 높이는 버블을 형성하여 2015년 상반기 중 아파트 평균가격이 8~16%나 상승했다. 결국 덴마크 정부는 작년 11월 대출 규제를 도입해 주택시장의 이상과열을 잠재우고자 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동성 확대를 통한 소비와 투자의 증대뿐 아니라 통화가치의 하락 또한 이끈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의 실질적 취지는 외국자본 이탈을 통한 엔화의 평가절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일각에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사실상 ‘환율 조작’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에 이어 미국, 체코 등 유럽의 다른 중앙은행들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각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각국의 통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 전쟁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위와 같은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기준금리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쓸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 한국은행은 최근 1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 의견도 나와 향후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 정책 방향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국내 경제 상황과 대외경제 요건을 신중히 고려하여 새로운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나가주기를 바란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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