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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기고] 김동명 "평양에 제2 고르바초프 나와야… 중국 측의 평화협정 추진 제안 부적절"
  • 기자김동명 독일문제연구소(RIGA) 소장 승인시간승인 2016.02.22 16:38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반도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 제안 수용 어려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비핵화는 이성적인 북한 지도부 등장해야 가능… 중장기적 해법 찾아야
  • 김동명 독일문제연구소 소장
[데일리한국= 김동명 독일문제연구소 소장 칼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월 17일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병행해 추진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마디로 관련 당사국들은 모두 6자회담으로 복귀해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베이징에서 다루자는 취지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론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2005)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NPT(핵확산금지조약) 복귀를 약속하고 있는 9.19 공동성명에는 6자회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해 협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해 대포동 2호를 발사했고, 이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9·19 핵합의는 파기되었다.

1. 왕이 제안: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병행 추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제안은 중국이 장차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주도권을 회복하고, 기존의 대북 레버리지를 계속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제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북한 스스로 비핵화 의사가 없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고 실효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는 물론 양자 차원의 추가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양국은 중국이 느닷없이 북이 입버릇처럼 주장해온 평화협정 논의를 제의함으로써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인 북한 핵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대북 제재에 쏠린 국제사회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일 등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최소한 핵동결 조치 등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2. 왕이 제안과 관련된 안보 이슈 진단

1)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핵심 이해는 안정이다.

이번 왕이 제안이 비록 우리에겐 뜬금없는 물타기 작전으로 비칠 수 있으나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역내 안정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가해지는 미국의 압박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겐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체제의 존속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다. 비록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탐탁지 않게 여기긴 하지만 북한의 체제 붕괴 가치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하지는 않는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인식하며, 북한 핵무기가 자위용·위협용이라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평화에 대한 북한의 호소'를 무시했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실현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핵 개발을 했다고 두둔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간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일관되게 당사자들의 자중을 촉구하며 협상과 대화를 강조해온 배경이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결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사실을 우려한다.

최근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가 중국에게 대북 제재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달갑게 여기는 눈치가 아니다. 중국은 대북 제재 효과가 미미함을 강조하며, 스스로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어겨 왔다. 북한이 고강도 국제 제재로 붕괴될 경우 중국도 덩달아 깊은 물속으로 함께 빠질 수 있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될 경우 중국으로 난민이 밀려들 수 있다는 점과 궁극적으로 전략적 완충지대(buffer zone)를 상실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제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 근본적으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중국은 북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와 같은 중국의 국가이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지속할 것이다.

2)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다뤘던 4자회담은 실패했다.

미국과 함께 정전협정(1953) 서명국인 중국은 주요 핵심 기구(군정위/중감위)가 기능을 못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데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남·북한과 서명국인 미국과 중국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4자회담(제네바)을 개최했으나, 북한의 일방적 참여 거부로 중단되었다.

4자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회담 주제로 인식했다. 반면 북한은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를 중시하지 않은 채 주한미군 철수를 회담 주의제로 요구했다.

북한에 따르면 남북 간에는 불가침선언으로 충분하고, 평화협정은 반드시 미북 간에 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전 이후 북한은 남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1973년 미국이 남북 베트남 정부와 베트콩을 모체로 한 월남임시혁명정부(민족해방전선) 대표자들과 함께 파리 평화협정(1.27)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미군이 철수한 것에 크게 고무되어 1974년부터 남북한 간 대신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오고 있다.

향후 6자회담에서든 아니면 어떤 형태의 평화협정 관련 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의 고정 메뉴인 ①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 ② 주한 미군 철수 ③ 연합사 해체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남·북한은 일관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평행선을 달릴 것임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3) 평화협정만으로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국내 일부 학자나 진보 인사들 중에는 중국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부류들이 있다. 한·중 경제 교류가 증대되면서 국민들 일부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고 중국의 분노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들은 대북 제재보다 대화나 평화로 문제를 풀어야 하며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의 이해를 구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남한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마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곧바로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는 식으로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여론을 형성해 왔다. 이들은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일수록 평화협정이 그 이후의 과정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선(先) 평화체제 구축, 후 군비통제에 의한 군사적 긴장완화'나 '선 평화체제 전환, 후 한반도 비핵화'등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들의 논리를 도식화해보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가 차원의 조약 체결→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미·일 국교 수교→남북 간 전쟁 위협 소멸'이다.

그러나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치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남북정상의 합의만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당장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고, 한편으로는 북한 측의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북한은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핵을 내려놓을 것이고, 그 조건은 바로 평화협정 체결과 미·북 수교임을 주장한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한반도의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전반적으로 대결 구조가 해소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한반도에 곧장 평화체제가 도래한다는 망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평화체제란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정전협정이 남북 평화협정으로 전환되고 남북한을 중심으로 한 4강의 교차 승인도 이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한 간 군비 통제로 상호 신뢰 구축 및 군사적 긴장 완화→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북핵 문제 및 대량살상무기 해결로 북-미·일 국교 수교→평화체제 구축'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관건은 ‘북한의 평화에 대한 의지’일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 평화협정만을 고집할 경우 북한의 평화에 대한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 지도부의 의지와 과감한 인식 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평화체제 전환 방안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한은 이미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채택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까지 모두 마련해둔 상태에서 이행만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오래 전에 이와 같은 합의들을 모두 무산시켜 버렸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현저히 완화되는 남북연합 단계(평화공존 단계)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상태가 확고히 구축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은 준수되어야 하고, 유엔사 위상과 역할도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정전협정의 주요 기구들이 기능을 상실하여 이를 장성급회담이 뒷받침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이행 감시 수단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기구가 기능을 못한다고 하여 여건 조성도 안 된 상태에서 정전협정 자체를 폐기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향후 정부 대처 방안

1) 왕이 제안 관련 중국 정부에 취할 태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병행하는 제안은 비핵화의 본질을 흐리는 것임을 지적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이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G-2로서 역할을 해야 할 시점으로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강력한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핵개발로 국제사회의 지탄이 되고 있는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끝내야 한다.

중국은 6자회담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선호하는 대북 협상론은 시간 낭비만을 초래할 뿐이다. 6자회담에서의 ‘전혀 이행되지 않은 합의’를 대가로 그간 북한은 한편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벗어나고 경제 지원을 도모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은 오히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란 기대는 이제 버려야 할 시점이다.

참고적으로 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 이전부터 미국과의 평화협정, 평화체제 논의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거부해왔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2) 북한 핵문제 해결 관련 정부 입장 재정립

북한은 이미 네 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무장에 성공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체제 유지의 유일한 수단인 핵무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는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중·장기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단기간에 유일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핵시설 및 군사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일 것이지만 이는 제 2의 한국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는 '국제적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차례에 걸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실용적 사고의 이성적인 북한 지도부가 등장할 경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즉 '북한 민주화→수 차례에 걸친 정권 교체 후 실용주의 지도부 등장→핵 개발 자진포기'.

그때까지 북한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한 내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일이다. 동서 냉전 당시 양 진영 간 군축 협상에서 나타난 교훈에 따르면 ‘핵무기에는 핵무기로'(nukes for nukes) 대응해야 한다. 동서 냉전 당시 소련이 중거리핵미사일 SS-20을 동구권에 배치(1977)하자 나토 진영은 서독에 핵탄두를 장착한 Pershing II와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배치(1983)함으로써 이를 억제했다.

한국 내 핵무기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①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하든지(자위적 핵무장론), 아니면 ② 미국의 전술핵을 재반입하여 남한 내 배치시키는 것이다.

NPT를 탈퇴하여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및 북한과 같이 자위적 핵무장을 하는 방안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동맹국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초래할 국제 핵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핵무장 이후 파급될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자위적 핵무장은 이제까지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해온 우리의 일관된 정책과도 위배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국내적으로 자위적 핵무장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활발해지는 것은, 북한 핵무장에 대한 컨센서스가 미형성된 현시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하다. 국내적으론 핵개발 요구가 강하다는 상황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 주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나 대중·대일·대미 핵 외교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증가할수록 한국도 핵무장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또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방치 혹은 지원했던 나라다. 한국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저지할 논리가 없다. 북한의 핵 위협 아래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자위적 핵무장론이 현실 정치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운 대안인 반면, 북한 핵무장 위협에 대한 유일한 억제 수단은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반입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 간 협의로 가능할 것이다.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북한의 핵무기는 무용지물이 된다. 또 남북간 전략적 균형이 달성됨으로써 북한의 재래무기에 의한 국지전 도발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한편 한국 사회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과 핵을 포함한 그 어떤 도발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칠 것이다.

혹자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 정부의 한반도의 비핵화 정책과 일치하지 않고, 지역 내 핵확산을 부추김으로써 NPT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북한에 의해 이미 한반도에 핵확산이 야기된 시점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는 기존의 미국 핵자산을 대북 핵 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오히려 전술핵 재배치로 인해 한국은 자위적 핵무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재배치 문제는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정책과 결코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미국의 전술핵은 자동적으로 한반도에서 철수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평화체제 진입 후 혹은 통일 후 한반도가 비핵화될 것임을 일관되게 공언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핵비확산 정책’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이제까지 현재의 핵우산으로도 한반도 방어가 충분하기 때문에 주변국의 우려를 고려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2012년 5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서태평양 지역의 재래식 및 핵무기 추가 배치의 전략적 가치와 실행 가능성'을 타진하는 법안('Amendment to the 2013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채택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1월 2일 이에 서명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013년 7월 초 미국 국방부에 의해 하원에 보고된 결과는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핵무장은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점에서 전술핵 재반입과 관련해 미국을 설득할 논리는 충분하다. 한반도에 반입 가용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대상은 하와이와 괌 등에 저장되어 있는 약 700-800기와, 나토 회원국 5개국, 즉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태리, 터키에 배치되어 있는 240기다. 나토 배치 240기 중 약 80%는 전투기(F-16과 Tornado) 투하용 B-61 중력탄이고, 100기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탑재용이다. 2009년 이래 나토 회원국 간에는 전술핵 철수 논의가 한창이다. 나토 회원국 28개국 중 독일을 위시한 24개국은 미국의 전술핵을 유럽에서 철수시키자는 입장이다. 이에 반대하는 국가는 프랑스, 헝가리, 리투아니아뿐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전술핵 감축 협정이 타결되기 전까지 기존의 배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 중 자국으로부터 핵철수를 주장하는 국가에 배치된 전술핵은 독일 20기, 벨기에 20기, 네덜란드 20기 등 모두 60기에 달한다.

1998년 미국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30기의 전술핵을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2002년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도 불량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 대한 핵공격 사용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핵전략을 감안할 때 전술핵 재반입은 협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전략 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술핵 재반입을 위해 미국 정부와 물밑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한 상황에서 과도기적으로 한미 당국은 한반도 해역에 미국의 핵탄두 탑재 잠수함을 배치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먼저 핵 억제력을 구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나, 적의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에 대비한 방어 대책을 갖추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사드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핵탄두를 탑재한 노동미사일에 대하여 고고도에서 2회 정도 요격하고, 실패할 경우 저고도 방어수단인 패트리엇 체계로 요격함으로써 방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되게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 다음 사항을 강조해야 한다. ① 북한은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한반도 문제가 국제 무대에서 주변국들의 우려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②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이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 하여금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여 간섭할 빌미를 줄 것이고, 이는 또 다시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③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 정부가 민족의 공동 번영과 통일을 고려하여 북한의 경제 성장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게 인식시킨다.

3) 한반도 문제 해결 관련 입장… 평양에 제2고르바초프 나와야

한국 정부는 비핵화를 위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여파로 남북관계는 급랭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 이와 같은 조치가 포괄적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당장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핵 문제는 남아공 사례대로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지도부가 등장할 때 비로소 자진 핵 폐기로 해결될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정권 퇴진 후 수차례에 걸친 정권교체가 필요할지 모른다. 따라서 비핵화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북 제재가 지금 당장 비핵화에 기여하지는 못할지 모르나 김정은 정권 교체를 위한 첫발자국이란 점에서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한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대북 제재 여파로 대신 남북관계가 경색됨으로써 한반도 안보 리스크는 점차 커질 것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군사훈련 강화,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한반도 냉전 구도가 첨예화될 것이다. 이는 점차 경제 분야에서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날 것임을 암시한다. 국내 정치적으로 통일 지향 세력들의 반발이 예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문제에서 해결의 돌파구가 없을 경우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남북 간 교류협력이나 북한의 대미·대일 수교, 그리고 군사·정치적 분야에서 그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남북한이 공동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양에 반드시 제2의 고르바초프와 같은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치지도자만이 북한 사회를 개혁·개방시키고, 민주화시킬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내 개혁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성적 지도부가 새로 평양에 등장할 경우 남·북한은 한반도 냉전체제 하에서 남북 문제가 동시에 국제 문제란 성격을 띠고 있음을 인식하고 냉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어떠한 돌출 행위도 삼가는 데 합의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남북간 교류·협력은 확대될 것이다. 그때 가서야 비로소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평화통일의 물꼬도 트일 것이다.

■김동명 독일문제연구소 소장 프로필
육군사관학교, 서울대 독어독문과, 독일 콘스탄츠대 국제정치학·독문학 석사, 콘스탄츠대 국제정치학 박사-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북한 핵문제 담당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국방정책 담당관- 주독 한국대사관 국방무관-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대북정책과장- 국제기구 포괄적 핵실험 금지기구(CTBTO) 국제협력과장- 독일문제연구소 소장(현)/저서 <독일 통일 그리고 한반도의 선택>(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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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2/22 16:38:28 수정시간 : 2020/02/07 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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