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덩어리 명품 만드는 노하우… 숙성 시간과 원산지 공개 등이 중요

'48시간 전 도축한 나주 농협 원플러스 돼지고기'… 도축증명원도 함께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칼럼] 한국인은 김치를 좋아한다. 두 번 이야기하면 입 아프다. 그래서 김치를 이용한 메뉴도 많다. 볶은 김치, 김치찌개, 김치찜, 김치전... 그 중에서도 단연 김치찌개는 인기다. 대부분의 고깃집과 분식집 그리고 배달 전문점에서 김치를 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든든하게 한 끼 때우는 데 이만한 녀석도 없다. 게다가 두툼하게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는 식욕을 돋운다. 칼칼한 김치찌개 국물과 어우러지는 녹진한 고소함을 따라 올 메뉴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메뉴에도 늘 김치는 따라 붙는다.

2015년은 이 땅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난 한 해이다. 외식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으로 직장인들의 인기 메뉴 순위가 바뀌었다. 당당히 10여 년 간 1위를 지키던 김치찌개가 집 밥에 밀렸다. 백반에 그 영광을 내어준 것이다. 우리는 엄마 밥이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백반에도 의례 김치와 고기가 들어간다. 물론 김치찌개를 백반이라는 이름으로 내는 식당도 꽤 된다. 한국인의 혈관에는 오늘도 김치찌개와 돼지고기가 흐르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인데 별로 친절하지 않다. 어디 김치를 사용하는지 어떤 돼지고기를 사용하는지 자세히 적는 일이 별로 없다. 이걸 꼭 지적하고 싶었다. 달랑 국내산이라고만 적어서는 변별력이 없다. 신뢰는 물론이고 성의도 느낄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식재료만 쓴다고 아무리 우겨봐야 소용없다.

고깃집 매출 올리는 노하우… 숙성 시간과 원산지·등급 공개 등 중요

종종 고깃집을 운영하는 오너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어찌하면 매출이 오르겠느냐고 물어온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대충만 가르쳐준다. 대신 내 시간 아까운 만큼 남의 시간도 아까운 줄 아는 분들에게는 필살기를 전수한다. 자~ 생각해보자. 당신이 고깃집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격? 중량? 서비스? 땡~ 틀렸다. 바로 맛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고기 중에서 어떤 고기가 가장 맛있는 고기일까? 하이포크, 한돈, 미래축산, 지엠, 보람...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이 녀석들을 도입하면 나도 최고의 맛집이 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고수들은 이 고깃덩어리들을 명품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숙성이 바로 그 답이다. 하지만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기업비밀이니까. 고객들에게도 적당한 선만 공개한다. 72시간 숙성, 저온 숙성, 수중 숙성 등 알듯 모를듯 ‘있어 보이는’ 선에서 마무리짓는다. 아무리 따라 해도 그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시간뿐 아니라 온도, 습도 등도 종합적으로 까다롭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장취업이라도 해야 한다는 소린가? 아니다. 맛있어 보이도록 포장하는 기술이 더 유용하다. 앞서 설명한 숙성육도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다. 타 점포들과는 거리를 두면서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안간힘이다. 숙성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안 되는데 단기간에 맛있어 보이도록 설득하는 기술이 하나 있다. 엉망인 고기 쓰면서 이 스킬을 사용하면 사기꾼이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러니 이름을 걸고 양심을 지켜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겠다면 따라해 보라.

식당 입구에 '48시간 전에 도축한 나주 농협의 원플러스 돼지고기'

일단 다이소로 간다. 동아에서 나온 ‘블랙 보드 마커’라는 게 있다. 형광펜인데 가격 대비 성능비가 우수하다. 쓰기도 쉽고 지우기도 편하다. 물수건으로 쓱쓱 문대면 감쪽 같이 지워지는 일명 ‘물 백묵’이다. 손님이 밀고 들어오는 유리에 이렇게 쓰자.

“오늘 드시는 고기는 48시간 전에 도축한 나주 농협의 원플러스 돼지고기입니다”

글씨가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다. 하루에 1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면 그 중 절반은 당신의 글을 읽으며 흐뭇해 할 것이다. 그래 내가 먹는 고기는 신선하겠구나. 스스로를 설득하며 만족해한다.

이미 저지른 선택이 후회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을 광고학에서는 ‘고전적 조건화 모델’이라 부른다. 복잡한 이야기 적으면 책을 접을지 모르니 아주 쉽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영업 사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다. 이미 잡은 고기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먹이를 주는 노하우다. 그럼 고객은 이리 생각한다. 엥? 끝난 게 아니었어? 내가 산 제품이 이리 훌륭한 것이었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도 자동차 영업사원들은 고객이 산 차가 유럽 등지에서 실시한 성능 테스트에서 1등 했다는 DM을 보내고 또 보내는 것이다. 이러면 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마구 오른다. 고깃집이라고 다르지 않다. 48시간 전에 잡은 고기로 끓인 김치찌개란 소리지? 좋아, 맛있겠는데! 계산을 치르고 나오면서도 한 소리 한다.

“김 과장~ 나주 고기 맛있네. 탁월한 선택이야. 다음 회식은 여기서 하자고”

믿겨지지 않는다면 당장 물 백묵으로 잘난 척을 해보자. 밑져야 2000원 아닌가!

단, 시도한다면 매일 적어야 한다.

그것도 등급판정서나 도축증명원을 함께 붙여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프로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MBC프로덕션 PD- 공주대·덕성여대 객원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식음료 총괄 컨설턴트- 김유진제작소 대표(현) *<장사의 신> 등 저서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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