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선거 때 '북풍' 도발하는 까닭?…관심 증폭, 남남 갈등 극대화

북풍 단기적으론 보수 여당에 유리, 최근 실제 선거 영향은 크지 않아

"여야, 안보 이슈 놓고 극단적 분열보다는 건전한 정책 대결 벌여야"

새누리당 김무성(왼쪽부터)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데일리한국 김광덕 뉴스본부장 칼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4·13 총선에서 어느 당이 더 유리할까?"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야 정당도 이른바 '북풍'(北風)이 가져올 총선 득실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국익이 걸린 안보 현안을 놓고 선거 득실이나 따지며 대립하고 있으니.

이번에 북풍을 몰고온 쪽은 다름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쇄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자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맞서면서 양 측은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고 있다. 북풍은 선거 표심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의 북한 도발은 매우 불행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북한은 2월16일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는데, 4.13 총선과 비슷한 시점인 4월15일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또다시 도발해 우리 총선 표심 왜곡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째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이 왜 우리 선거를 앞두고 자주 북풍을 일으키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이 시시때때로 도발을 감행해왔지만 평소보다 우리 선거를 앞두고 도발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1987년 12월 대선 직전인 11월29일 발생한 KAL기 테러가 대표적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직전인 3월의 천안함 폭침 사건, 2012년 12월 대선 일주일 전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도 선거 직전의 도발이다.

그러면 북한이 우리 선거를 앞두고 자주 도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선거를 앞두고 도발해야 국내외의 시선을 더 모으면서 도발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정부의 대응 카드도 축소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거를 앞두고 도발해야 남쪽의 여야 정당, 진보-보수 세력 간의 남남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은 선거를 앞두고 도발하면 남한 내부의 분열을 극대화하는 한편 한국 국민과 미국 행정부 등의 관심을 더 끄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과 폐쇄 조치는 4·13총선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야권에서는 이번 정세를 놓고 ‘북풍(北風)전략'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여권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선거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보수 성향의 여권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2월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긍정론이 47.5%, 부정론이 44.3%, 잘 모름 8.2%로 나와 오차범위 내에서 긍정론이 우세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서도 찬성 49.4%, 반대 42.3%, 잘 모름 8.3%로 나타났다. 찬성론이 반대론보다 약간 앞서는 조사 결과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5.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안보 이슈의 전면 부각은 보수 정당에 약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보수 쪽으로 기운 응답자가 약간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당에 그리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어차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여야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지만 여야 전선이 안보 이슈로 갈리면 오히려 양쪽의 지지율 차이가 더 줄어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당 지지율에선 새누리당이 30%대 중후반,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초반, 국민의당이 10%대 초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보 현안을 둘러싼 보수·진보 쪽 답변 차이는 오차범위 내에 머무는 경우가 흔하다.

이처럼 안보 이슈를 둘러싼 지지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야당 인사들은 진보층의 의견을 대변해 정부의 조치에 강력 반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야당이 남북관계에서 '햇볕정책' 기조를 계속 밀고나갈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진보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더민주의 새 선장으로 영입된 김종인 대표가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새로운 접근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면 개성공단 중단 이슈가 두 달 후 총선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북관계 이슈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선거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여야의 득실에 미치는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손해보는 정당이 달라질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오히려 여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총선 직전에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15일) 등을 의식해 또다른 도발을 감행한다면 총선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북풍 이슈가 선거에 미치는 파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역대 선거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및 안보 관련 이슈는 1990년대까지는 '보수 분위기 확산'으로 선거에 일부 영향을 줬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1987년 대선 직전인 11월 29일 발생한 KAL기(대한항공 858편) 테러는 보수색이 강한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학원·노동계의 주사파를 적발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이나 1996년 4월 총선 직전에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 시위가 벌어진 것도 여당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 종종 역풍이 부는 경우도 벌어졌다. 2002년 6월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이 터졌고, 그해 10월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됐지만 그해 연말에 진보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는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선 북풍이 오히려 진보 야당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해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나타났다. 이같은 안보 이슈를 놓고 민주당이 ‘1번은 전쟁, 2번은 평화’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것이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201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또 발사했으나, 이 사건의 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풍의 영향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개성공단 중단 문제나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문제를 이번 총선에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2일 회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답을 요구하고 설명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 야권의 단골 메뉴인 '정권 심판론'이 희석된다는 측면에서는 여당이 다소 유리해질 수 있다.

4·13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개성공단 등 안보 이슈는 두 달 동안 어떻게 굴러가고,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까? 거듭 말하지만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야는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극단적으로 분열하기보다는 안보 강화와 국익 추구라는 원칙 속에서 건전한 정책 대결을 벌이는 쪽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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