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과 기업들 인재 영입 경쟁의 계절 맞아

능력 있는 인재에게 권한을, 토착 세력에게는 지분을 주라

"설계 없이 우수 인재 영입하면 축복 아니라 재앙 될 수도"

천영준 연세대 책임연구원
[데일리한국= 천영준 연세대 책임연구원 칼럼] 혁신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어딜 가나 새로운 인재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간절하게 들린다. 보통 능력 있는 외부 인재는 두 가지 장점을 갖춘 사람이다. 첫째, 같은 나이대 다른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인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다. 둘째, 글로벌 조직이나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섹시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에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내 정치를 하지도 않는다. 그 흔한 줄을 타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조직은 인연이 없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입 인재 대부분은 최고경영자나 임원들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이 있어 캐스팅되는 스타들이다. 결국 그들도 네트워크의 덕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은 정작 조직 안에 들어와서는 외로운 섬처럼 자기만의 길과 혁신을 추구한다. 애당초 좋은 이미지로 보였던 것과는 정반대로 분란의 씨앗을 낳기도 하고, 조직 내 토착세력들과 융화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오해하지 마시라. 모든 영입 인재가 부적응자라는 뜻이 아니다. 짧은 기간 여러 조직을 옮겨 다니며 자기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신화적인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입은 실패한다. 왜 그럴까? 리더가 그의 조직 내 위치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능력만으로 뽑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입 인재가 조직에 들어오기 전에 그의 직무뿐 아니라 기존 구성원과의 관계 형성, 융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선발 작업을 진행하는 게 현명하다. 채용 시 항상 수반되는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많은 리더의 혜안으로 영입 인재가 갈 길을 정해주어야만 한다. 지도자의 관점에 따라 외부 인재는 대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조직의 빗장을 영원히 걸어 잠그는 쪽박이 될 수도 있다.

한비자, 진(秦)나라의 영입 전략에 경고하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는 조직에 들어온 외부 인재들이 결코 긍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비관적인 말을 남겼다. 왜일까? 일단 영입 인재들은 자기 혼자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혁신에는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가 있다. 영입 인재들은 우수한 선진 조직에서 혁신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훈련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새롭게 채용된 회사는 과거의 일하는 방식과 직원 간 관계, 그리고 문화 등이 이미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는, 컨텍스트가 복잡한 환경이다. 일단 외부 인재들은 자신이 새롭게 접하게 된 컨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중 대다수는 자신의 기존 성공 경험에 도취되어 있거나 언제든지 회사를 상대로 교섭력을 가질 수 있다고 과신한다. 그리고 이미 잔뼈가 굵은 사람들의 자존심이나 피해의식을 건드리기도 한다. ‘우리 XX 회사에서는..’이라는 철 지난 교과서를 들먹이며 그가 현재 어느 소속인지 불분명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영입 인재 스스로 무덤을 파는 모습이다.

또 한비자는 외부 인재가 정치(政治)에 취약하기에 섣불리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秦)나라의 외국인 출신 재상 상앙이다. 그는 법치(法治)의 가치를 중시한 나머지 진나라 안에서 농민들끼리 발생한 패싸움 관련자 70인을 한꺼번에 사형시키거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들을 입안했다. 그리고 황태자든, 농민이든 똑같이 규율을 적용하여 죄를 지었을 때에는 ‘동(同)’의 원리로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당연히 진나라 출신 토착 귀족들의 반발이 거셌고, 상앙을 몰아내기 위한 갖가지 음모가 자행됐다. 그런 와중에 상앙은 보수 세력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신을 영입한 문공(文公)의 권위에 기대어 ‘과감한 개혁’을 추구했다. 결국 문공이 죽고 그 아들인 혜문왕(惠文王)이 들어서자 비빌 언덕이 사라진 상앙은 죽임을 당한다. 원로들과의 관계 조정이 필요했던 혜문왕의 정치적 욕구와 외국인 재상을 몰아내려 했던 토호들의 불만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문제를 지적한 한비자 본인 역시 한(韓)이라는 소국에서 진나라로 이주한 학자였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영입 인재들의 정치적 실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더가 자국 인재가 아니라 외부 인재만을 기용하는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것은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를 끌어내리기 위한 갖가지 시도와 세력 간 갈등 으로 인해 조직 내 화합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전국시대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졌던 국가인 명(明)에서도 영입파와 토착세력 간의 경쟁으로 인해 공신 학살이 일어나는 비극이 연출됐다. 명 태조 주원장은 회서 출신으로 자신의 의병 활동을 도왔던 고향 사람들과 강남(江南)의 문사 출신 행정가들을 함께 등용해 나라를 창건했다. 그런데 주원장이 함께했던 회서인들은 엄밀히 말하면 서로 ‘형, 동생’하는 사이였고, 강남 출신 문사들은 영입 인재로서 전형적인 군신(君臣)관계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회서인들은 주로 무장(武將)이었고, 주원장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활약한 인물들이었다. 당연히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강남인들을 음해하고, 국정의 중심에서 몰아내기 위한 일들을 꾸미게 되었다. 강남 문사의 대표격이자 주원장의 책사였던 유기(劉琦)가 회서인들에게 독살되었다는 의혹이 생겨나자 주원장은 암살 사건을 빌미로 회서 공신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한다. 황제 독재를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기도 했다. 호유용, 이선장 등 주원장의 초기 성공을 이끌었던 공신들이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다. 남옥(藍玉)과 같은 무인들도 이들과 사통했다는 이유로 구족(九族)을 멸하는 형벌을 받았다. 만약 주원장이 처음부터 영입파와 토착 세력 간의 갈등을 간파하고 그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비극이었다.

능력 있는 자에게 권한을, 토착 세력에게는 지분을 주라

일본의 에도 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능력 있는 영입파와 조직 창건에 지분을 가진 토착 세력 간 갈등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중적인 인재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통치 능력과 잠재성으로 무장된 인재들에게는 강한 권한을 주고, 강한 군사력과 충성심으로 무장한 이들에게는 광대한 토지를 하사했다. 리더가 영입파와 토착 세력, 또는 능력 중심 인재와 충성심에 기대는 인재들이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지분 조정이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에도 막부는 긴 전국시대를 끝내고 300여 년 간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지금 4.13 총선을 대비해 각 당의 인재 영입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기업들도 위기에 대비해 해외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을 경영진으로 영입해 난국을 타개하려 시도하고 있다. 의사결정자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인재 영입은 단순 자원 취득이 아니라 사람을 조직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그 자체로 매우 정치적이자 민감한 사안이다. 기존 구성원과의 시너지, 합리적인 보상 체계의 설계 없이 우수 인재를 영입한다면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천영준 연세대 책임연구원 프로필
연세대 경영학과- 연세대 정보산업공학 석사, 기술경영협동과정 박사- 다음소프트 연구자문역- 합창단 Chantez a dieu, 오페라단 '청 ' 자문위원-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현)/저서 <직장인 4대 비극> <바흐, 혁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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