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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칼럼] 배종찬 "설 민심이 총선 좌우하는 3대 이유… 호남선 표심 쟁탈전 승자는?"
  • 기자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승인시간승인 2016.02.04 10:33
96년처럼 다자 구도인 이번 총선에서 설 연휴 '민심의 용광로' 향배가 중요
세대·지역·이념 간 소통 이뤄지는 명절… 호남서 더민주·국민의당 경쟁 주목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설 명절은 우리 국민들에게 각별하다. 우리의 세시풍속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만복이 서로에게 깃들기를 축원하는 그런 명절이다. 일제 시대 우리의 미풍양속을 말살하려는 총독부의 간악한 시도에도 우리 민족은 굴하지 않았다. 한때 ‘명절의 날’이라는 뜬금없는 제도가 나타났을때도 우리 국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였을 때 가장 큰 힘을 가지는 법이다. 경향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민심의 용광로가 바로 명절이고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 설이다. 수도권에서 영남, 호남, 충남으로 수백만명 아니 지역 내로는 2천만명 이상의 이동이 한순간에 일어나는 상황이 명절이다.

추석 민심은 대선에, 설 민심은 총선에 결정적 영향

정치와 연결하면 하반기에 있는 추석 명절이 주로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명절은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6월 초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그래서 시기적인 이유 때문에 명절 효과(Holiday Effect)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이다. 1996년 설 명절은 선거를 체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2월 19일(월)이었다. 이번 설도 2월 8일(월)이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막연한 상태가 되어 버린 점도 이번 총선과 상당히 닮아 있다.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연말에 대대적인 개각으로 총선 준비 태세에 나섰다. 95년 정계에 복귀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2월 설날 민심을 교두보로 판단하고 총력전을 펼쳐나갔다. 지역적으로는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전북 1석을 제외하고 모든 의석을 가져갔다.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96년 총선의 지역 의석수가 총 253석이었다. 당시 전국구는 각당의 후보들이 얻은 표의 총합이어서 굳이 설명하자면 현재의 정당 투표보다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 투표와 비슷한 성격이었다. 문제는 설날 민심을 통해 지역 간 소통은 이루어졌지만 세대 간 소통이 문제였다. 집권여당은 위기 의식 속에서 새로운 인재 영입을 대거 시도해 서울 지역에서 '정권 심판론'을 뚫고 선전했다. 여당인 신한국당은 서울에서 총 47석 중 27석을 얻은 반면에 상당한 성과가 예상되었던 국민회의는 18석에 그쳤다. '응답하라 1996 세대'가 본격 투표에 참여하는 시기였지만 수도권 2030세대와 40대 화이트칼라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진 못했다. 신한국당의 과반 달성은 저지했지만 국민회의 79석, 자민련 50석, 민주당 15석으로 자민련의 약진이 오히려 두드러진 선거였다. 자민련은 설날 민심 행보를 통해 충청을 묶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을 동시에 공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97년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이 여당으로 이동하면서 김종필 총재와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 사이에는 ‘레테의 강’이 놓여버렸다.

선거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설날 전까지만 하더라도 횡보하던 후보자들과 각 정당의 행보는 설날 이후 빨라지게 된다. 설날 명절은 세대 간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역 간 압축적인 교류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설날 이후 선거와 관련된 유권자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이념 간 교류도 빠트릴 수 없다. 정치적 성향이 제각각인 가족들이 모여 각종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설 명절이 유일하다. 2004년 설 민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고 2012년 설날 표심은 대선을 앞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미소지었다. 이번 설 연휴 민심은 어느 정당에게 마음을 주게 될까.

설 연휴는 '세대 간 소통'의 용광로

먼저 세대 간 소통이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대 간 소통은 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기 진영 기반에 입각하여 세대별로 지지층이 뚜렷하게 나누어진 유권자 환경이다. 평상시 20대와 50대의 소통 기회는 별로 없다. 그러나 설에는 나이를 초월하여 서로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명절 특유의 관계성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후보 경선이 한창이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혼쭐이 나고 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코커스는 당원을 중심으로 당의 핵심 지지층이 참여하는 이벤트라 투표 적극성과 후보에 대한 선택 기준이 일반 유권자와는 다소 다르다. 본선 승리 가능성과 더불어 국가 통치 능력을 함께 검증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 많은 버니 샌더스 후보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 만한 기존 후보(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 유권자들에게 또다른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공화당 열혈 당원들 입장에서 볼 때 훨씬 안정적이다. 트럼프가 얼마나 대중적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인 후보로 다가서진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버니 샌더스 후보는 나이를 초월하여 세대 간 소통에 성공적이었고 지지층의 연령대가 위로 확대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여진다. 2003년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물안개처럼 사라진 하워드 딘 전 주지사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단지 젊은 층만 열광했던 하워든 딘과 세대를 초월하여 지지 기반을 확대한 버니 샌디스, 누가 더 선거에서의 파괴력이 큰지는 자명해진다.

다시 1996년 총선으로 돌아가보자. 설 명절을 관통한 세대 소통은 선거에 강력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2030세대의 투표율은 높지 않았다. 20대는 전체 평균 투표율과 20%나 차이나는 44.8%였고 30대 초반은 5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듬해 치러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20대의 투표율이 거의 70%에 가까울 정도로 껑충 뛰었고 30대의 투표율은 40대 이상의 투표율과 비교해도 별로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그림1). 96년 수도권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가 두드러진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한 것은 설 명절 세대 간 소통에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낼 메시지 전달에 성공적이진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간·지역 내 소통…호남 민심 쟁탈전 치열

다음으로 지역 간 또는 지역 내 소통이다. 전국적인 민심이 뒤섞이는 가운데에 지역 내 선거 영향력이 강화되는 기간이 명절이다. 비슷한 유권자 특성과 선거 환경을 가지고 있는 지역 내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된다. 1996년 총선 결과에서 보듯 세대 간 소통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역 내 소통은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서도 호남 민심 쟁탈전이 치열하다. 기존의 민주당이 텃밭으로 삼았던 호남 정서를 국민의당이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한국 선거에서 유권자의 결집도가 가장 높은 호남 출향인들의 정서를 고려할 때 호남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정당, 호남을 심장이자 아성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너무도 당연하다. 특히 지역 기반이 더욱 부각되는 총선에서는 재차 강조할 필요없이 중요한 대목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기능은 지역을 대표하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6년 선거를 돌아보면 PK(부산·울산·경남)지역은 직접적인 영향력은 아니더라도 현직 대통령(김영삼 대통령)이 있었고, 호남 지역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충청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신한국당 상황을 보면 영남 지역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총 13석 중 2석에 그쳤다. 김영삼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TK지역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자민련 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 내 통합에 김 대통령은 오히려 긍정적인 변수 즉 아무런 구심점이 되지 못했다. 유권자들 역시 PK 위주의 당 운영과 정부 인사 구성에 불만이 커져갔고 설날 민심을 통해 재확인한 셈이다. 어쨌거나 96년 총선에서 지역 영향력은 살아 있었다. 호남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가 1석을 제외하고 모두 석권했고, 총 28석이 걸린 충청에서는 4석을 제외하고는 자민련이 싹쓸이했다(그림2). 명절을 통해 지역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향 유권자들에게 단지 손을 흔들고 선거용 함박미소를 연신 지어보이는 것보다는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정책적으로 전달해주는 환송 퍼포먼스가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가족끼리 '이념 간 소통' 이뤄진 뒤 결과는?

마지막으로 설 명절이 선거에 주는 영향은 이념 소통이다. 보통의 경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잘 만나질 않는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경우 관련 주제에 대해 심층적 토론을 하거나 장시간 협의를 하는 상황은 주로 정치권이나 전문적인 그룹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렇지만 명절은 다르다. 각종 중요한 현안에 대해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경우에도 가족들, 친지들과의 대화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일종의 명절 밥상머리 토크가 되는 경우이다. 연령, 세대를 초월해 청년 일자리, 보육 예산, 노동개혁, 북한인권법 등 다소 무거운 주제라 할지라도 흉허물 없이 털어놓게 마련이다. 객지에 나가 있는 며느리가 손주들 보육하는 데 힘들어 하는 걸 듣노라면 보수적이었던 생각이 있더라도 현안에 따라 다른 이념적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평소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아들 내외라 할지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접하게 되면 북한인권법에 대해 보수적 시각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도 된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처럼 온 국민이 주목하게 되고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되는 이슈는 이념적 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해준다. 무상급식과 비슷한 이슈로 누리 보육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누리 보육예산의 미집행 가능성이 커진 상황과 관련 책임 공방이 뜨겁다. 시·도교육청의 책임의 크다는 의견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엇갈리고 있다. 현안의 성격에 따라 이번 총선의 구도 자체를 뒤흔들 설날 민심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국민의당이라는 제3의 정당의 생겼고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이념적 이동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생겼다.

설은 단순한 명절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에도 가족들이 한데 엉키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관통하며 정치권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진다.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다. 특히 가족들이 모여 소통하는 명절은 여론의 용광로 역할을 한다. 특히 총선을 앞둔 설 명절은 수천만명의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이동을 통해 표심을 좌우한다. 평상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세대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지역 간 소통이 발생한다. 선거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관련해 이념적 소통도 활발해진다. 가장 중요한 설 민심과의 만남은 진정성이다. 한 표를 얻기 위한 캠페인보다는 유권자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해줄 각오만 있다면 설날 민심은 그 후보의 그리고 그 정당의 몫이 될 것이다. 4월 총선을 좌우하는 설날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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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2/04 10:33:32 수정시간 : 2020/02/07 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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