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장거리미사일 개발 집착하는 것은 체제 안보 유일 수단 판단

중국의 협조 없이는 유엔 제재 등 효과 없어… 중국은 현상유지에 주력

미국의 적극적 역할과 민간 주도 경협 통해 북한 사회를 개방시켜야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
[데일리한국=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칼럼]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핵과 장거리 마시일 문제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한국은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B-52 폭격기를 포함한 미군의 전략적 자산들을 한반도에 단계적으로 전개할 계획을 발표하였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내세우면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의 한국 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군사적 공조체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한국과 미국은 ‘중국 역할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중국에게 대북 제재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하였고, 중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새로운 대결 양상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의 전선이 이런 식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북한은 2일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기구들에 8~25일 명칭이 '광명성'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도 등 잇따라 도발하는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북한은 세계가 모두 반대하는 핵에 집착할까?

왜 북한은 전 세계가 비판·경고하고 심지어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하는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보유가 체제 안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혀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고, 북중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는 북한 정권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북한은 리비아 핵무기 포기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은 듯하다. 북한 정권은 미국과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한 가다피가 결국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해 비참하게 제거되는 것을 목도한 이후 리비아식 핵 포기는 정권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유엔 제재 조치 등과 같은 대응들 효과 거두지 못해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여느 때와 같이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나섰고,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제휴, 한·미·일 간 군사적 공조체제를 강화하여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는 한편 8.25 남북 합의 이후 중단되었던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하였다. 또 한국과 미국은 공조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자산 동결 및 경제 제재 강화 조치를 담은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예정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에게 보다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고, 핵무기 개발을 실제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압력을 북한에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북 제재 조치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어 온 것이고, 현재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데 있어서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역할론'의 한계…중국, 한반도 현상유지에 우선순위

이번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에 적극 동참하고,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게 실제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냉정과 절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다. 또 중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개최 제안을 즉각적으로 거부하는 대신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매우 다른 대북한 이익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대북관계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저지보다는 북한 체제 안정과 한반도 현상 유지에 더 중요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즉, 중국 정부는 북한 체제의 붕괴와 이에 따른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미국이나 한국이 중국에게 북한 핵무기 포기를 위한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요구를 하더라도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공산은 매우 낮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 될수록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은 중국이 대북 제재 조치를 강하게 취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은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게는 북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무척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주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한국이나 미국과는 전혀 다른 손익계산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적극적 역할과 민간 주도 경협 등 북한 사회 개방 노력 필요

북한의 핵은 한국의 안보나 동북아 국제관계의 안정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기존의 방법들이 효과가 없었다면, 이제 다른 방법들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보다 미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여전히 자신의 안보 측면에서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북한의 체제 안보를 보장해주는 것과 북한의 핵 포기와 맞교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수를 증가시켜왔다.

이와 동시에 한국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경제 협력 활성화를 통해 북한 사회에서 개방으로의 변화 물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으로서는 현재 약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제협력특구를 북한 전역에 5-6개 추가로 만들어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경제적 지원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조치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정책이 현재까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해왔다. 그 이유는 중국이 여전히 뒤에서 북한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협조 없이 북한을 완벽하게 고립시켜 숨통을 죄어 스스로 붕괴되는 시나리오는 성립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 사회에 변화와 개방의 숨결을 적극적으로 유입시켜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박사 -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현),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대학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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