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3년 전부터 심상치 않아… 2012년 성장률 7%대로 떨어져

중국 경제난 구조적 문제 아니다… "경제정책 실패가 빚은 일시적 결과"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유도하는 환율 정책 계속 펼치면 어려워"

최용식 정치경제평론가(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데일리한국=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칼럼] 새해 벽두부터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가 경제의 건강성과 성장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주가지수가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한때는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6천을 향해 치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3천선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거래정지(서킷브레이크)가 일어나 주식시장이 마감하기도 전에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올해 성장률은 6%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중국 경제가 위기적 상황으로 치달리고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중국 경제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몰렸을까? 중국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거의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9.2%와 10.4%를 기록한데 이어 2011년 역시 9.3%를 기록함으로써 세계 경제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말이다.

중국 경제, 3년 전부터 심상치 않아… 성장률 둔화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벌써 3년 이상 지났다. 9~10%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성장률이 2012년에는 갑자기 7%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했다. 2013년과 2014년 역시 7%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어도 지금처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더욱 빠르게 하강하면서 뭔가 중대한 사태가 터질 것 같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2014년 4분기에 5.7%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은 2015년 1분기에 더 떨어져 5.1%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7.4%를 기록하여 경기가 상승했지만, 이것은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금융업이 활황을 보임에 따라 거둔 성과라는 게 중국 정책당국의 진단이었다. 실제로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1분기에 3천5백선에서 등락하다가 6월 중순에는 5천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8월 중순에는 한때 3천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으므로 3분기 성장률은 낮아진 것이 확실하지만, 중국 정책당국은 7%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게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경기 하강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경제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만약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경제난은 점점 심각해지고 장기화할 것이다. 진짜로 그럴까? 아니다. 만약 구조적인 문제라면 성장률은 오래 전부터 점진적으로 둔화됐어야 했는데, 불과 4년 전까지는 성장률이 9% 이상을 기록했다. 따라서 최근의 경기 하강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의 실패가 빚은 일시적인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중국 경제난 구조적 문제 아니다… "정책 실패가 원인"

만약 중국이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에서 벗어나면 최소 8%의 성장은 지속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 정책이 실패하여 경기 하강을 초래했을까? 중국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졌다면, 그 이전에 무엇인가 중대하고 이상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지표를 꼼꼼히 살피면 그런 변화를 일으킨 변수를 얼마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외환 보유고이다. 중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외환 보유고는 그만큼 증가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던 2012년부터는 외환 보유고가 경상수지 흑자보다 훨씬 적게 증가했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하반기 이후에는 외환 보유고가 크게 감소했다. 그래서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외환 보유고와 경제성장률은 어떤 상관관계이기에 중국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을까? 외환 보유고가 줄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투자로 유출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 투자로 유출된다는 것은 수출로 애써 벌어들인 소득이 즉각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국내소득이 해외로 유출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성장률은 당연히 낮아진다. 간단히 말해, 중국 경제정책 당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 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경제난이 빚어진 것이다.

근래에는 환율까지 크게 올랐다. 2015년 연초에는 6.1 위안 선에서 등락하던 환율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했다. 2015년 8월11일부터 13일 사이에만 4.66%가 한꺼번에 상승했고, 2016년 연초에는 6.6 위안 선까지 올라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국내 경기가 부진해지니까 환율을 올려서 수출이라도 증가시키자는 게 중국 정책 당국의 의도일 것이다. 그 영향으로 중국 수출은 올해 2월에 무려 48.9%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것은 더 나쁜 결과를 빚을 것이 빤하다. 환율을 이처럼 상승시키면 경상수지 흑자는 더 커질 것이다. 실제로 2월 무역수지는 60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만큼의 외환이 중국 국내로 유입되므로 위안화의 가치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중국 당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내 경기는 더욱 부진해질 것이며, 기업들은 수출에 더욱 목을 맬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환율 상승이 직격탄을 날린 곳은 주식시장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을 입게 되고,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한다. 국내 자금 역시 환차익을 노리고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해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이처럼 해외로 유출되면 주식시장은 하락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할수록 중국 주식시장은 점점 더 약세를 보이는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주식시장이 줄기차게 하락세를 보였던 것은 그동안 환율이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약세를 보이면 국내 경기는 하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정책당국은 위와 같은 악순환을 초래할 정책을 왜 추진하는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은 이런 정책을 펼쳤다가 4반세기나 초장기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국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에 환율을 끌어올림으로써 경기가 살아났다고 분석하지만, 일본의 2014년과 2015년의 성장률은 마이너스와 0% 대를 오갔다. 이런 실적을 확인하지 않은 경제전문가들이 그런 엉터리 분석을 했을 따름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환율을 끌어올려봤지만, 그래서 한때는 140엔대를 훌쩍 넘긴 적도 있지만 끝내 국내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과다한 나라는 거의 모두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독일 역시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했는데 평균적인 성장률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았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에는 유럽의 유동자금이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독일로 몰려들면서 한때 3~4%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유럽 경제가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다시 0%대 성장률로 돌아가고 말았다. 대만도 마찬가지이고,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당국이나 경제전문가나 언론이나 경상수지 흑자는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경제변수일지라도 과도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중국 경제가 계속 악순환을 벌인다면 우리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므로 그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고(총 수출의 약 1/4을 중국에 의존), 대 중국 경상수지 흑자는 전체보다 더 크므로 중국 경제의 향방은 중요하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의 경기 하강은 국내 경기의 부진에 훌륭한 변명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기 부진을 초래한 원인 분석을 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정책 실패를 반성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킬 게 빤하다.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은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세계 경제가 부진할 때에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높거나 경기가 빠르게 상승한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하게 한다. 그러므로 국내 경기의 하강이나 부진은 내생변수 즉, 정책당국의 정책 실패가 빚은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현실적으로 국내 경기는 중국과 똑같은 원인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유도하는 정책이 국내 경기를 부진의 늪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 펼치면 대체로 국내 경기는 하강"

고환율 정책을 펼치면 국내 경기는 하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고환율은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함으로써 성장 기여도가 91%에 달하는 내수를 위축시킨다. 같은 소득으로 적게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자재 등을 비싸게 사와야 하는데, 판매가격은 경기부진 때문에 올릴 수 없다. 그러면 기업의 경영수지는 악화되며, 생산은 줄고 투자와 고용은 실종된다. 정책당국이 고환율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경기 부진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역시 중국 경제의 영향을 치명적으로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우는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제3세계 중에서도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은 중국 경제의 경기 하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와 브라질의 환율이 급등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이것은 중국의 경기 하강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중국의 주식시장이 현재보다 크게 하락한다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한때는 5천억 달러에 육박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2~3천억 달러에 달하므로, 유동성은 그만큼 풍부하다. 따라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다. 다만, 중국의 대형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영수지가 극단적으로 악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인 나라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 경제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중 하나는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이 생산자물가의 상승률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6% 상승한 반면에 생산자물가지수는 5.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가 생산자물가지수보다 높으면, 기업의 이익은 그만큼 증가하고,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 생산과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 정책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정책을 계속 펼치면, 국내 경기는 끝내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의 해외 유출은 국내 경기의 향방에 물가지수 격차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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