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현 "한미, 주요 선거 앞둔 시점 노려…강력한 대북 제재와 대응 전력 확보를"

신인균 "이번 핵 실험 위력은 정부 발표보다 클 것…증폭핵분열탄 실험일 수도"

정성장 "유엔 안보리 차원 고강도 대북 제재 쉽지 않아… 남북관계 개선 어려워"

전옥현(왼쪽부터) 전 국정원 제1차장,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이 6일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제4차 핵 실험을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낮 12시 30분(평양시간 낮 12시) 특별 중대보도를 통해 수소폭탄 핵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핵 실험은 우리 정부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과거 1~3차 핵 실험 때는 직·간접적으로 핵 실험 계획을 사전에 알렸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북한이 5월 예정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넉 달 앞두고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면서 당분간 남북 관계의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 발표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증폭핵분열탄' 실험 가능성을 거론했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무기로 기존 핵분열 무기보다 수백 배 강한 폭발력을 내야 하지만 북한의 이번 실험은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대화와 압박이라는 기존의 '북핵 해법 투트랙 전략'의 실패로 규정하며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와 대응 전력의 확보를 주문했다.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전옥현 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올해 김정은 체제가 5년 차에 들어가는데 북한은 5년차, 10년차 등을 꺾어지는 해라며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대내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핵 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미국이 모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을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는 시각이 맞부딪히게 해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의도도 다분하다"면서 "북한으로선 4·13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점이 적기"라고 말했다. 전 전 교수는 "미국도 이미 대선 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는 것을 노리고 핵 실험을 감행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전 교수는 "지금까지는 북핵에 대해서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써왔는데 이번 핵 실험으로 이 전략은 명백히 실패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의 호전성·예측 불가성과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을 볼 때 진전이 없는 6자회담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정치 핵 이론의 ABC"라며 미국의 전술 핵무기 반입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무기의 위력은 과거 원자폭탄 실험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며 "북한의 주장처럼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기 보다는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전 전 교수는 "북한이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기술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도는 한미 양국의 대북 억제와 고강도 제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지 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의 기만 전술에 말려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은 수소폭탄의 입문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볼 수 있다"며 "3년 정도 지나면 5차 핵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는 제대로 된 수소폭탄 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북한의 선행 핵 실험을 가지고 이번 핵 실험의 위력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인공 지진파가 0.2가 상승하면 위력이 2배로 올라간다. 이번 이번 핵 폭탄의 위력을 4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이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3년 2월 12일 3차 핵 실험 때 지진 규모는 4.9~5.2로 알려졌지만 4.9로 보는 것이 중론이고 실질적인 위력은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6~7kt보다 훨씬 높은 20kt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지진 규모가 5.1(유럽지중해지진센터·미국지질조사국·중국 지진센터 발표 기준)이면 40kt의 위력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 기존의 재래식 원자폭탄으로는 40kt의 위력을 내기는 힘들다"면서 "중간에 삼중수소, 중수소, 리튬 등을 첨가해 일시적으로 더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폭발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16kt였는데 수적으로 2.5배 이상"이라면서 "국정원은 북한의 핵 실험 위력을 6kt, 지진 규모가 4.8이라고 발표했고 중국에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위력과 비슷하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정치적 이유로 북한의 핵 능력을 축소시켜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도 굳이 히로시마 급이라거나 실질적인 위력 수준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없다"면서 "이는 북한의 협상력이나 대외적 위상만 높이는 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를 제대로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실험을 지속적으로 했으므로 몇 년 내 전력화가 가능하다면 소형화된 핵무기가 동해상의 어디에서 날아갈지 모른다"면서 "현재로선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할 능력이 전혀 없으므로 하루빨리 전력을 갖춰 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핵 실험 강행 배경에 대해 "수소탄 개발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특히 올해 미국 대선 및 정권 교체 전에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이번 핵 실험을 통해 미국이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직접 대화에 나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북미 평화협정에 서명하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과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 실장은 "북한 성명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북한은 이번 핵 실험을 통해 한국 정부로 하여금 '통일 준비'와 '통일 외교'를 포기하고 대북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것을 의도했다"면서 "그러나 북한의 핵 실험으로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 정 실장은 북한의 제4차 핵 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고강도 제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에 과연 러시아가 얼마나 협조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불편하고,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강도 제재에는 동의해도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중국의 양비론적 입장에 대한 북한의 불만으로 북중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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