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의 국회 상대 부작위 위법 소송, 승소해도 구속력은 강하지 않아"

"현역 의원 상대 '의정보고서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은 승소 어려울 듯"

"현역-신인 간뿐 아니라 신인 간에도 불평등 경쟁…법적 분쟁 비화 조짐"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 지연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가 벌어지고 일부 정치 신인들이 국회나 현역 의원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 "총선이 끝난 뒤 낙선자들이 무더기로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헌법학자인 김 교수는 5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 신인들의 소송 제기에 대해 "승소 여부를 떠나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라 현역 의원들과 비교해 불평등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 신인들의 불만 표시로 볼 수 있다"면서 "승소할 가능성이 낮거나 승소하더라도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에 낙선한 사람들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십, 수백 건의 소송들"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선거구 무효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하며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촉구했다.

실제로 4·13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점점 더 불리한 여건에 놓여진 정치 신인들이나 예비후보자들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며 급기야 법적 대응까지 나선 상황이다.

새누리당 일부 예비후보들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조속한 선거구 획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치 신인들이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不作爲) 위법 확인 소송을 한 것인데, 이는 해야 될 일을 불법적으로 안 했기 때문에 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라면서 "이 같은 부작위 위법 소송은 성공할 확률은 있지만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부작위 소송을 하면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결정을 할 수는 있지만 다시 하라는 행위 명령은 잘 안 내리고 있다"면서 "법원에서 '국회가 선거구 구획을 기한 내에 결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다'는 식의 말은 하겠지만 언제까지 하라고 밝히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 예비후보가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 간 선거운동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지역구 현역 의원을 상대로 '의정보고서 발송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현역 의원과 예비 후보자 간 불평등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법원은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와 같은 행위를 당연한 권리라고 간주해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재판부가 결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적극적인 판결은 잘 안 내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현역 의원의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것이 수용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무소속 예비후보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현행 선거구 효력 잠정 유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이번 선거구 획정법 개정은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에 의한 것이며, 12월 31일까지 획정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 획정법이 무효된 것"이라며 전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 낙선한 사람들이 제기할 소송들에 대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김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 간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의 '불평등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246개 선거구의 법적 효력이 사라진 상태여서 1월 1일 이후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지연을 감안해 오는 8일까지 선거운동 단속을 안 하기로 했다"면서 "이미 작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은 현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이지만 단속을 안 할 뿐이지 불법은 불법"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선거구가 없어지면서 추가로 예비후보 등록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럴 경우 낙선자들 중 예비후보 등록이 지연돼 그 기간에 선거운동을 못했던 사람들이 "불평등하게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당선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이 같은 소송이 수십, 수백 건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 과연 법원이 적극적인 판결을 해줄 것이냐, 소송 기간은 또 얼마나 걸릴 것이냐 등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앞서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현행 의석 비율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주문했지만 4대4 동수인 여야 추천위원들의 대립으로 직권상정 계획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선거구 공백 상태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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