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로봇으로 인해 일본 산업인구의 49% 대체"..한국,로봇화에 적극적인 국가

"로봇 시대, 당신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정부, 로봇 산업·노동정책 동시에 고민해야

천영준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데일리한국= 천영준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칼럼] 얼마 전 직원들의 대량 퇴직을 유도했다고 알려진 어느 회사는 원래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은 조직이었다. 말단 직원들과 허물없는 의사소통을 시도해 왔던 최고경영자의 개방성, 과감한 신사업 투자와 M&A로 기업의 체질을 탈바꿈시키는 능력 등이 항상 ‘성공 사례’로 읊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산업과 시장은 항상 불확실한 것이고 언제나 생명주기라는 것이 있기에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쁜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이 기업은 결국 엄청난 중공업 경기 불황과 각종 수종 사업 분야의 부진으로 인해 대량 해고를 감행해야 했다. 심지어 ‘희망퇴직’을 거부한 몇몇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퇴직 사유서를 쓰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설(說)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개개인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려운 기업이 정리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부 정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흐름으로 살펴보면 지금과 다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놓쳐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별로 맞지 않다. 모든 기업 경영은 자원과 정보의 제약 하에서 이루어진다. 특정 시점에서는 지극히 옳은 행동이 다른 상황과 환경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의사결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처럼 잔인한 구조조정이 앞으로는 전혀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몇 년 안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기업들이 대량 실업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로봇 시대, 당신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는 ‘로봇’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대부분의 기술은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정도와 방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항상 기술 혁신과 진보는 성공에 따르는 번영과 불필요한 인건비 감축으로 인한 실업을 함께 야기해왔다. 대표적 사례가 러다이트 운동이다. 19세기 말엽 영국에서 방적기가 도입되자 숙련 직조공이 기업에서 필요 없어졌다. 직물회사들은 인건비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도시의 공장을 돌아다니며 기물을 파손하기 시작했다.

요즘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과 딜로이트 컨설팅이 함께 연구한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 영국에서는 모바일 폰의 음성인식 기술(예 : 아이폰의 Siri)과 메모 기능 때문에 10만 여 개의 비서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일련의 기술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저장하는 기능 등을 자동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2025년까지 로봇으로 인해 일본의 산업 인구 49%가 대체될 전망이고, 유럽 전역은 30% 중반대, 미국은 40% 초반 대까지 노동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정부는 노동 개혁을 통해 일자리 총량은 늘리고 저생산 근로, 지나친 연공서열 기반의 봉급 체계 관행 등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로봇화(robotization)’가 진행되면 어떨까. 그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로봇화에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각종 정부 사업, 기업들의 R&D(연구·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그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또 해당 기술 도입으로 인해 평균 인건비의 33%까지 절감할 수 있을 정도로 로봇화가 한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무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과거에는 공작기계용 제조 로봇이 로봇 시장의 대부분을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약간의 감정신호 처리와 가사 노동 등을 대신하는 서비스용 로봇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생산 노동뿐 아니라 회사에서의 업무노동과 같은 것들도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것이다. 물론 고도의 추상화나 추론, 자료 분석 등은 로봇이 대행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와 이런저런 여건이 맞물려 제약 조건들이 해결된 후 우리 노동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로봇화 이후 미래에 대한 안이한 대처는 금물

아직까지 정부가 로봇화 이후 대규모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로봇 관련 기관이나 노동부 산하 조직들은 오히려 로봇화가 로봇산업 특유의 고용유발계수 및 높은 산업 연관계수 등으로 인해 전체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로봇 도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이해관계자 및 분석가, 법률가(지적재산권 등) 관련 직무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관들도 있다. 그런데 노무라종합연구소가 내놓은 ‘로봇으로 인해 없어지는 직업’과 ‘대체되지 않는 직업’들의 리스트를 보면 정확하게 실업으로 인한 보전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공장 생산 노동자, 치위생사, 사무직원 등은 로봇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성악가, 큐레이터, 벤처사업가 등은 로봇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구구절절이 맞는 지적이지만 전자는 상당수 경제활동인구들이 종사하는 분야, 후자는 소수의 창조적 계층만이 영위할 수 있는 분야라는 특징이 있다. 현실적으로 로봇으로 인해 실직하는 사람들을 새로운 ‘창직’(創職)으로 도와주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특히 경제학계 권위자인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는 로봇화 이후를 대비한 재분배 정책이 없다면 극심한 사회 불안이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삭스 교수가 동료들과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한 바에 따르면 로봇화는 단기적으로는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사회적 총후생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량 실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한 재분배 정책과 ‘창직’ 프로그램이 가동될 때에는 총후생 감소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국민들이 상당수 정부 정책의 효과를 불신하고 있는 시대에 ‘일자리’는 그들의 심적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는 로봇화 이후의 미래를 단단히 대비해야만 한다.

로봇 산업·노동 정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물론 로봇 산업 정책은 정말 중요하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중 일부인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패키지 중 하나가 로봇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선진화 및 스마트 생산 인프라 구축이다. 그런데 미래부, 산업부를 비롯해 정부가 내놓은 플랜들 중에 로봇 산업 진흥 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로봇화 이후의 노동 정책에 대한 고민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들을 구분하고, 당장 2025년부터 발생하게 될 충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문제는 노동경제학, 연금복지 분야의 전문가 등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와 협력하여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산업계와의 합의 조성도 필요하다. 로봇을 기반으로 생산 시설을 효율화해 나가되, 도의적인 수준의 고용 유지선과 관련된 지속적 토론이 절실한 시점이다. 게다가 지금은 모든 기업들이 비용 감축과 구조조정의 유혹에 시달리는 시기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로봇 산업 정책과 함께 ‘로봇 노동 정책’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천영준 연세대 책임연구원 프로필 연세대 경영학과- 연세대 정보산업공학 석사, 기술경영협동과정 박사- 다음소프트 연구자문역- 합창단 Chantez a dieu, 오페라단 '청 ' 자문위원- 연세대 기술경영연구센터 책임연구원(현)/저서 <직장인 4대 비극> <바흐, 혁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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