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실패한다면 기존 선거구 효력에 대해 '일부 무효-전부 무효' 두 갈래 해석

헌재 "한 부분에 위헌 요소 있다면 선거구 구역표 전체가 위헌 하자 갖는 것으로 봐야"

선거구 무효돼도 현역 의원 지위는 유지…"신인과의 차별 논란 막기 위해 직권상정해야"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데일리한국=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칼럼] 국회의원 선거구 구획을 위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소위 '2+2회담'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몇 차례 열렸으나 아직도 합의하지 못해 12월 24일 또 한 차례 회담을 할 것이라고 한다.

여야 회담에서 사실상 합의된 것은 현재 국회 의석 300석을 유지하되 소선거구 의석은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은 7석 줄이자는 것이라고 한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것은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 방법과 선거연령의 인하 문제인 것 같다. 야당은 몇 차례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 방안을 변경해가며 이를 주장하고 있다. 배분 방안을 변경한 이유는 '안철수 신당'과 정의당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 방식과 선거연령의 인하 문제는 선거제도의 근본적 변혁과 관련된 것으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중대 사항이다. 따라서 여야 대표들이 결정해 이를 의원총회에서 추인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면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는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헌법 제46조 2항),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국회법 제114조의2) 등의 의무가 규정돼 있다. 이는 국회의원의 신성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그런데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나 법사위원회, 운영위원회의 동의 없이 2+2 회담의 합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법을 변경하거나 선거연령을 인하하는 것은 여야 정당 간부의 독재로 이는 헌법과 정당법에도 위배된다. 헌법은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헌법 제8조 2항), '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헌법 제8조 4항)고 규정했다. 정당법이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당의 자의적인 제명에서 보호하는 것은(정당법 제33조) 국회의원의 자유투표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 불발된다면 기존 선거구 효력은?… 두 갈래 해석

국회가 12월 31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법률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사태'라고 생각하여 독자안을 직권상정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금년 말까지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국회 공백이라는 '준국가비사상태'가 생긴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엇갈린 견해가 있다.

일부에서는 12월 31일까지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인구 14만명 이상의 선거구는 폐지하지 않고 존립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위기 상황은 도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인구 과소로 기준 선거구의 2분의 1에 미달하는 선거구만이 무효로 되며, 여타 선거구는 2:1의 편차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한다. 또 헌법소원이 제기되지 않았던 선거구에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를 옳게 읽어보지 않는 잘못에서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30일 결정에서 '선거구 구역표의 일부에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경우 선거구 구역표 전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거구 구역표는 이 선거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가짐으로써 한 부분에서의 변동은 다른 부분에서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거구 구역표는 전체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어느 한 부분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 선거구 구역표 전체가 위헌의 하자를 갖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당해 선거구에 대해서만 인구 과다를 이유로 위헌 선언을 할 경우에는 헌법소원의 청구 기간의 적용 때문에 당해 선거구보다 인구의 불균형이 더 심한 선거구의 선거구 획정이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게 되는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일부 선거구와 선거구 획정에 위헌성이 있다면 이 선거구 구획표의 전부에 관하여 위헌 선언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선판례를 전거로 들고 있다.

이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고 하겠다. 3명의 재판관은 이 결론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인구 편차를 3:1로 하는 것을 합헌이라 주장하고 2:1로 결정하는 다수 의견에 반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이 3:1의 인구편차는 위헌이라고 인정하고 쟁송이 제기된 선거구뿐 아니라 모든 선거구의 위헌을 선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만 이 결정의 소급효를 막기 위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되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당시 선거구 획정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6명의 다수 재판관이 위헌 선언 대신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이미 국회의원선거가 끝났고 또 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 국회의원선거구 구역표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는 법의 공백이 생기게 될 우려가 큰 점 및 국회의 동질성 유지나 선거구 구역표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재선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경우에는 이 사건 선거구 구역표 전체에 의하여 이를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에 비추어 입법자가 2015. 12. 31.을 시한으로 이 사건 선거구 구역표 전체를 개정할 때까지 이 사건 선거구 구역표 전체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국회의원선거구 구역표를 개정하지 않아 법의 공백을 가져오게 될 것 같다. 이같은 법의 공백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조차 아직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구 자체가 없어졌으니 선거구 단위의 선거운동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그리하여 예비후보자의 등록이 무효로 될 것이며, 새로운 선거구 구역표가 확정될 때까지는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은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하여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보고 활동 등을 통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선거권의 불평등이 초래돼 많은 선거소송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선거구 전면 무효된다면 현역 국회의원 지위는 유지되나?

일부에서는 선거구 자체가 공백으로 되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당선된 국회의원도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되고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으며, 세비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예비후보자와 국회의원과의 차별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임기가 종료되는 2015. 5. 29.까지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는 다른 주장도 있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지위를 상실한 예비후보자와 현직 국회의원 간의 선거운동 권리에서 현격한 차별이 생겨 평등선거라고 할 수 없게 되고, 선거무효 소송에서 선거의 전면 무효까지 선언될 수 있다. '국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현 국회의원의 파면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국회 공백 상황을 기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민주정치의 말기 현상이다.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을 늦추는 것은 선거운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치게 된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국정 공백을 피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입법 시한을 꼭 지켜야 할 것이다. 여야 대표들도 국민 불신을 타파하기 위하여 법률 개정을 서둘러 시한 내 입법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의 선택은?… 직권상정

만약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이 성공하지 못해 법률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에 국회의장은 정부의 법률 공포와 시행에 필요한 기간을 감안하여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직권상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때 국회의장은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소선거구 증구와 비례대표 의석 감축을 존중하되 끝내 합의되지 않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과 선거연령 인하 문제를 다음 국회로 미루기로 하여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을 만들어 직권상정해야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반대할지 모른다. 국회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고 당초 반대했던 소신을 살려 국회선진화법 요건의 위헌성을 감안하여 직권상정도 합헌이라고 주장하여 직권상정 가능성을 넓혀 놓아야만 국회의장의 권한을 사실상 강화하고, 야당이 합의한 상임위원회 개최 등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데다 야당 분열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과연 2016년 19대 국회의 임시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제20대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국회선진화법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만을 직권상정하는 경우 여당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거부를 이유로 선거법 개정안까지 부결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일부에서 퍼지고 있다. 여당이 단결하여 국회의장에 대한 일종의 불신임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부결한다면 국회는 완전히 공백 상태가 될 것이고, 다음 선거 실시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따라서 소선거구 증구·비례대표 축소 등을 담고,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선거연령을 현상 유지시키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여가 합의ㆍ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안전행정위·법사위 등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정당의 대표는 19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법안 통과를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국회의원 파면과 국회 해산 요구를 잠재우는 길이다.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 프로필
서울대 법대, 뮌헨대 유학(헌법학), 서울대 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헌법연구소장- 탐라대 총장-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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