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통해 본 '응답하라 2016'… 88년 총선으로 '여소야대'체제

내년에도 여당 압승 쉽지 않아..기존 정치권 비판, 탈이념화 등이 주요 요인

대통령 부정평가 심화, 정당 아닌 후보자 중심 선거, 돌발변수 출현 등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응답하라 1988'. 한 TV채널에서 격동의 80년대 후반을 재조명하며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벌써 30년이 다되어가는 구닥다리 상황이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몰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을 정도로 감성 코드를 건드린다는 전언이다. 1988년은 지금이야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는 잊을 수 없는 시절이다. 88년을 상징하는 이벤트는 단언컨대 ‘서울 올림픽’이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발전상에 전세계가 놀랐다. 지금도 굴렁쇠를 굴리며 메인 스타디움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호돌이 소년을 잊을 수가 없다. 한해 전에는 온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한데 모여 꽃을 피운 ‘6월 항쟁’이 있었다. 연말에는 직선제 개헌에 따라 유신체제 이후 최초의 대통령 직접 선거가 치러졌다. 직접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임기 첫해가 시작되는 1988년. 지역감정으로 얼룩졌고 야권 분열로 군사정권 종식을 무산시킨 양김(김영삼-김대중) 두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한층 커진 해였다.

1988년 4월 26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역대 총선 역사를 따져보더라도 가장 치열했던 선거전으로 꼽을 만한 선거였다. 집권여당 민정당,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민정당이 125석으로 과반 달성에 실패한다. 임기 첫해부터 '여소야대' 정국으로 각종 청문회가 시작되는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여소야대 정국으로 임기 대부분을 야권에 휘둘리게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민도 매우 깊었다. 제 1야당은 김대중 총재가 진두지휘한 평화민주당으로 70석을 확보했다.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은 지역적으로 영남과 수도권에서 민정당 후보들과 충돌하며 59석에 머물렀다.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은 당시 대전이 포함된 충남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며 35석을 확보했다. 야권이 지역적으로 겹치지 않고 영남, 호남, 충청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가지면서 의석을 확보한 결과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어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전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해 과단성 있는 국정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그것도 민주화 세력으로 뭉쳐진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88년 총선은 경쟁력 있는 야당의 등장으로 역동적이었지만 선거가 남긴 상흔도 작지 않았다. 지역감정으로 얼룩졌고 대선 경쟁으로 3당합당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치적 이합집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 통해 미리 보는 '응답하라 2016'

'응답하라 2016'. 2017년 대선을 1년 8개월여 앞두고 총선이 펼쳐진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압도적이었고 내년 총선 결과를 전망하는 질문에도 다수의 응답자가 새누리당의 압승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측처럼 180석 내외 의석을 확보하며 거대 정당으로서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줄 법하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함께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뿌리깊다. 88년 총선에서는 적어도 ‘민주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녹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은 너무도 깊고 넓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랫동안 당내 갈등을 겪으며 비판의 진원지가 되었지만 새누리당도 예외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웃기 어려운 5가지 이유

과연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며 웃을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이 웃기 힘든 5가지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쟁만으론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가 힘든 탈이념화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견인하고 있고 내년 총선의 중요한 간접적인 구심력이 되어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위태롭다. 총선에서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다수의 의석이 걸려있는 수도권·충청권 등에서는 정당 중심의 투표보다는 후보자 중심의 투표가 될 개연성이 커진다. 선거의 판을 뒤흔들어 놓는 돌발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혐오

먼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갈등을 겪으며 결국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귀결되었다. 단순히 야권 분열이라는 현상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웃고 싶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탈당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지난 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지지할지 또는 지지하지 않을지’ 물어본 결과 전체적으로 3명 중 1명이 조금 넘는 35.4%가 안철수 신당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이다. 아직 실체가 없는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 중반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충격적인 점은 기존 정당의 평가에 대한 부분이다. 조사 결과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3명 중 1명 정도(31.6%)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중에서는 10명 중 4명에 가까운 36.8%가 지지 의사를 보여주었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건 지난 2011년의 한국정치 상황처럼 안철수 개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더 커 보이는 이유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14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전국8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5%P)에서 ‘만약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어본 결과 새누리당 후보는 30.2%에 머물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40%대를 상회하던 새누리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3%, 안철수 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견은 18.6%였다. 서울 지역은 더 치열한 3파전을 예고한다. 새누리당 후보에게 23.4%, 새정치민주연합은 24.5%였고 안철수 신당은 21%였다(그림1). 어떤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당선자의 명암은 정당과 상관없이 엇갈릴 전망이다. 88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민정당은 총 42석의 서울 선거에서 10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3당 합당이후인 92년 총선에서도 여당인 민자당은 44석 중 절반도 채 되지 못하는 16석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새누리당이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념 갈등 피로감으로 탈이념화 가속

다음은 탈이념화 가속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필두로 이념 전쟁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역대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한 이유도 어느 한쪽 이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이념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이념적 대결 구도는 유효한 것으로 보였다. 내년 총선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신당 출현 가능성과 기대감은 높아졌다.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생 정당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층을 중심으로 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념적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도실용을 강조해온 중도층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선호하는 정당을 찾기 어렵고 비슷한 정치성향의 후보자를 찾기도 힘들었다. 교과서 논쟁과 같은 이념적 갈등은 사회 발전에 필요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경우 우리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지난 지방선거와 최근의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 다수의 무소속 당선자를 발견하게 된다. 새누리당 소속인 이정현 의원의 재보궐 당선을 보더라도 이념만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구호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지난 6월 12~3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대면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정치성향’에 대해 물어본 결과, 중도층이 47.4%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보수는 28.7%였고 진보는 20.5%였다(그림2). 이 결과를 보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원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경우에 따라 새누리당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자칫 경제 민주화와 무상 보육 등 진보와 중도가 우세한 이슈에서 보수성이 강화될 경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2016년 총선은 이념 갈등에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의 탈이념화 성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보수화 경향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던 새누리당 선거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웃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심화 현상

새누리당이 웃을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는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심화 현상이다. 현재로선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비율이 엇비슷하지만 총선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임기 4년차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성격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의 성격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나 정권에 대한 평가보다는 국회에 대한 평가 성격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임기 4년차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대한 평가 성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내년 총선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 성격에다 미래 정치 판도(차기 대선)에 따른 유권자들의 전망적 투표 성격도 다분하다. 그렇다면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통령의 ‘박심 마케팅’이 직간접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수도권 중심으로는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된다. 소위 '친박 공천'이 감행될 경우 선거의 성격을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쪽으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두 명 이상의 유력 야권 후보가 나올 경우 새누리당 후보의 개인 경쟁력을 무력화시키고 박 대통령에 대한 비토(veto)프레임에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본 결과, 서울 지역에서 부정 평가는 45%로 절반에 가까웠다.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있는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부정 평가가 절반이 넘는 52%였다. 충청권의 부정 평가는 41%였고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PK지역에서는 44%가 부정평가였다(그림3). 선거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박 대통령의 부정 평가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어떤 후보들이 어느 지역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대통령에 대한 평가 프레임에 빠지게 되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정당 아닌 후보자 중심 선거 가능성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내년 선거가 후보자 중심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지역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험지 출마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다. 영남을 중심으로 공천 경쟁이 사실상의 본선이나 다름없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정당보다는 후보자를 선택하려는 경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인 영등포(서울) 광역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인물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전통적인 텃밭은 수도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강원도 압승의 발판으로 새누리당의 안보강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었지만 중도적인 정치 세력이 탄생하면 보수 일변도의 당 색깔로 후보 경쟁력을 강화시켜주긴 더욱 힘들어진다. 최근 여론은 내년 총선에서 후보자 중심 선거의 방향이 여당 후보보다는 야당 후보쪽으로 더 옮겨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추석 직전인 9월 22~2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할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할지’물어본 결과,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여당 후보 당선’과 ‘야당 후보 당선’ 의견이 엇비슷했다(그림4).

1996년 총선에서 민정당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자유민주연합은 총 13석이 걸려있는 대구에서 과반이 넘는 8석을 차지했다. 무소속이 3석이었고 여당인 신한국당은 2석에 머물렀다. 신한국당의 대구·경북 공천 과정에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이 켜켜이 쌓인데다 지역에서의 인물 평가 역시 자유민주연합의 후보들이 나았던 결과였다. 경북에서도 무소속이 다섯명이나 당선되었다. 후보자 개인의 경쟁력이 함량 미달인 경우 지배적인 정당 영향력과 별개로 당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신인과 여성 그리고 사회적 소수층을 대변할 수 있는 공천 방식인지 여부에 대해 당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공천 과정에서 그리고 공천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은 예상보다 크게 출렁거릴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민한 돌발변수 갑자기 나타날 수도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돌발 변수의 출현이다. 정량적으로 미치는 영향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선거에 있어 돌발 변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연결된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대세론을 만들어 갔지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돌발 변수 후폭풍을 감당해내진 못했다. 2004년 총선을 몇 개월여 앞두고 압승을 예상했던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에다 '차떼기당' 오명까지 뒤집어쓰며 천막당사로 내동댕이쳐졌다. 누가 이런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했을까. 그저 일어난 일이고 벌어진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돌발 변수가 숫적 우위 또는 영향력 우위에 서 있는 경우 더 예민하게 반응된다는 점이다. 이미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을대로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안 의원의 탈당으로 바닥까지 거의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줄곧 40%대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대통령의 후광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새누리당과 현 정부는 야당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숫적으로 그리고 영향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내년 총선에서 또 하나의 야당이 왕성하게 작동할 경우 대여 공세는 강화되고 정부 견제에 대한 감시의 눈은 강화된다. 아직도 국민들은 '성완종 리스트' 조사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받지 못했다. 아직도 국민들?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선거일과 가까운 세월호 2주기에 즈음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유권자들의 요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쓰나미급 파장을 국민들은 제대로 예상하기 어렵다. 이 모든 중차대한 이슈에 대해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선거 결과를 지금의 새누리당 지지율과 대통령의 후광효과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숫적으로 그리고 영향력에서 덩치가 큰 만큼 돌발 변수에 대한 가능성은 높아진다.

리서치앤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10~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이 23.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부정부패 척결’, ‘빈부 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해소’, ‘실업과 취업난 해소’, ‘저출산 및 고령화 대비’, ‘남북대치 상황 완화’, ‘이념과 지역, 세대갈등 해소’ 등의 순이었다.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은 여당과 야당의 공동책임 성격이 강하다면 나머지 정책 과제들은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염원하는 과제 해결이 되지 못하는 내년 초 상황이라면 새누리당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돌발 변수와 집권 여당 4년차로서의 정치적 사안이 아닌 정책적 사안에서의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정책적 추진의 난맥상도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아서라고 탓을 돌릴 수 있겠지만 150석이 넘는 집권여당의 해명으로는 유권자들에게 군색하게 비친다.

1985년 제 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민정당은 총 276석 중에서 148석으로 무난히 과반 정당이 되었다. 4년 전 선거인 제 11대 국회의원 선거(81년)에서는 151석으로 제 1당이 되었다. 85년 선거에서 신한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67석을 획득했지만 민정당이 얻은 의석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민정당이 88년 선거에서는 야당의 총공세에 혼쭐이 나며 125석에 그쳤다.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88년 선거 이전 여러 차례 개혁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제기되었지만 야권의 총력전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이 누리고 있는 정치적 지위도 유권자들의 이유있는 만족감보다 다른 정당의 무기력함에 편승한 탓이 더 커 보인다. 정당의 선택지가 더 넓어지고 기존 정당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불어오다면 새누리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야권발 지형 변화가 새누리당에 가져올 영향도 예측 불허이다. 야권 분열에 의한 전면적인 반사이익을 붙잡기는커녕 칼집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만큼이나 두려운 결과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은 5가지 이유에서 웃기 어려운 총선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이념 갈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탈이념화가 가속되고 중도층의 정치적 관심과 적극적인 투표 참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심화되고 있다. 정당 의존형 선거가 아닌 후보자 중심의 투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를 비롯해 여당과 현 정부를 둘러싼 예민한 돌발 변수 출현은 선거 전체를 뒤흔들어놓게 된다. 이러한 우려를 극복할 가장 현명한 해법은 무엇일까. 선거 제도의 특성상 국민들의 일상적인 평가에 더욱 예민해져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에만 반짝 나타나 무엇이든 다 해줄 것 같은 이른바 ‘슈퍼맨 캠페인(Superman Campaign)’식이 아니라 겸손하고 공손하게 민심에 귀기울여주는 정치 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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