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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화 국회의장 독일 방문기] "남북한·독일 국회의원들이 베를린에서 함께 만나자…중재역 요청"
  • 기자정의화 국회의장 승인시간승인 2015.12.07 17:46
독일 하원의장 만나 "독일 의회, 한반도 평화 ·통일 기원 결의안 통과시켜 달라"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 토론… "동독 근로자 임금 서독에 맞추다보니 경쟁력 잃어"
YS 국가장 참석차 귀국하면서 "내년에 독일에 체류하며 통일 교훈 배우고 싶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2일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하원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일하원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대변인실 제공
*편집자 주= 정의화 국회의장은 11월21일부터 24일까지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정 의장은 외교 활동을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차원에서 중남미/일본/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라오스/미국/필리핀·베트남/인도·캄보디아/체코·헝가리·크로아티아/중미 3개국/러시아·핀란드에 이어 독일 방문 리포트를 써서 데일리한국에 특별 기고를 했습니다.

[데일리한국= 정의화 국회의장 독일 방문기] 지난 11월21일부터 24일까지 독일을 방문했다.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한 후에야 알게 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국회에서 거행된 국가장(國家葬) 참석 때문에 방문 일정이 하루 당겨졌다. 독일에서 만난 모든 정치지도자들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왔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통해했다. 20년 전 이른바 ‘YS 키즈’의 한 명으로 정치를 시작한 나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비보(悲報)에 비통한 슬픔이 가슴 깊이 몰려왔다. 대한민국 정치의 영웅이 사라진 셈이었다. 나는 현지에서 곧바로 페이스북에다 “그토록 염원하던 남북통일을 못 보시고 떠남이 참으로 슬프다. 천상에서 영면하시기를”이라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가지려던 특강 등 나머지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독일 대학생들에게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독일 통일 25주년, 한반도 분단 70년 맞아 통일 경험 공유

초선 의원과 국회부의장으로서 1997년과 2011년에 각각 독일을 방문했던 것과는 별개로, 2002년 11월 박관용 국회의장이 방독한 이후 국회의장으로서 13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순방은 광복·분단 70주년 및 독일 통일 25주년을 계기로 한-독 의회 정상외교를 통한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 외에도 독일 통일의 경험을 공유하여 미래 한반도 통일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다.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자 유물인 ‘베를린 장벽 지구’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순방 마지막 날인 11월 24일에 둘러보았다. 통일 25주년을 맞아 다시 찾은 독일의 모습은 달랐다. 독일의 GDP(국내총생산)는 통일 시점의 거의 2배(*1991년 1.5조 유로→2013년 2.7조 유로)로 커졌다. 특히, 구동독 지역은 3배나 성장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독일은 유럽연합(EU)의 명실상부한 중심 국가이자,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지도적 국가로 도약하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하원의장 만나 남북 통일 위한 독일 의회의 중재역 요청

독일을 떠나기 직전 노르베르트 람메르트 하원의장을 만나 내가 전달한 이야기 역시 남북 통일에 관한 것이었다. 나와 국회 대표단인 우윤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강석호·홍일표·박인숙·류지영 의원(이상 새누리당) 등이 람메르트 의장과 가진 면담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당부했다.

첫째,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독일의 정책이 옳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북한 의원들과 독일 (연방 하원)의원들이 독일에서 만날 수 있도록 독일이 적극적으로 중재해주기를 요청했다. 나는 북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장소에 관계없이 만날 것을 이미 제의해 놓은 상태임도 밝혔다. 둘째, 독일이 이란 핵협상에서 커다란 기여를 했듯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했다. 셋째, 가능한 올해가 가기 전에 독일 의회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결의안을 만들어 통과시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독의원친선협회 독일 측 회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친한(親韓) 정치인 하르무트 코쉭 의원이 과거 각기 당이 다른 여러 분의 의원들과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으므로 (코쉭 의원이 주도하여) 결의안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했다. 이에 대해 람메르트 의장은 7년 전에 자신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독일은 한국과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동시에, 나의 제안에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첫 번째 방문지인 바이에른은 독일의 16개 주들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크며 경제력이 1위(독일 경제의 17.4%)이다. 일례로, 세계적 기업인 BMW, AUDI, 지멘스, 알리안츠, 아디다스 등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방문단을 위해 만찬을 마련해준 바이에른주의 대표적 정치인 바바라 슈탐 주의회 의장은 ‘바이에른의 사회적 양심’으로서 의정평가 설문조사에서 2014-15년 연속 '가장 훌륭한 정치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의회 광장에 대한민국 국기까지 게양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슈탐 주의회 의장과의 만찬에서 나는 최근 파리와 말리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해 언급하면서 야만적인 테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들 간 연대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그리고 과거 한국이 어려운 시절에 독일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면서 도와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나는 평소 독일을 매우 ‘존경하는 나라’로 생각하여 한국이 독일에서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보은(報恩)의 나라’로서 한번 은혜를 진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의장으로서 약속한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러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한스자이델 재단 이사장 마련한 오찬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국회 대변인실 제공
프라운호퍼 연구협회와 한스자이델 재단과의 만남

방문 이틀 날인 11월 23일 오전에 들른 ‘프라운호퍼’ 연구협회는 오늘날 독일 국가경쟁력의 저력을 이해하는 단서가 됐다. ‘프라운호퍼’는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라이프니츠’와 함께하는 대표적인 산학연(産學硏) 조직이다. ‘프라운호퍼’는 특히 지구환경, 에너지 및 우주 등과 관련한 18개 연구센터를 가지고 산업체 간 협력체계를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혁신과 글로벌 미래비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이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독일의 국가 연구개발 투자는 GDP 대비 2.88%로 국가 목표인 2015년 3%에 근접하는 등 EU 내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리고 독일은 세계 무역의 12%를 차지하는 연구집약 제품의 수출에서 선두 국가 그룹에 속하며, 유럽에서 가장 연구집약적 기업 10개 중 5개가 독일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 출연 연구소의 효율화 등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되고 있는데 ‘프라운호퍼’ 연구협회가 ‘응용 분야의 비밀 병기’로서 과학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운호퍼 연구협회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이동한 후 우리 일행은 우어줄라 맨레 한스자이델 재단 이사장이 마련한 오찬에 참석했다. 사실 한스자이델 재단에 대해서는 이전에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롤프 라파엘 주한 독일대사와 한스자이델 재단 관계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자세히 알게 됐다.

1964년에 설립된 한스자이델은 '기독교적 토대를 바탕으로 독일 국민들의 민주교육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과 연대라는 가치, 그리고 자유로운 자아 실현과 자주의식을 갖춘 인간상을 토대로 한 민주시민 교육을 지향하는 기사당의 정치 재단이다. 맨레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커다란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깊은 조의를 표하면서, “얼마 전 타계한 헬뮤트 슈미트 전 총리의 장례식이 오늘 함부르크에서 거행된다”고 했다. 오찬장 창문 너머 마리엔 광장에 내걸린 커다란 조기(弔旗)가 순간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번 일정이 여의치 않아 참석이 어려움을 유감스럽다고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여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맨레 이사장은 재단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년 독일에서 개최한 크리스마스 행사 때 남(탈북한 남한 거주 학생)과 북에서 온 학생들끼리 함께 아리랑을 불렀던 일을 소개하면서, 아리랑의 내용을 알기에 어떤 정치적 만남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덧붙여 독일 통일은 큰 선물이었으며, 한국도 하루빨리 통일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에 대해 동서독이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통일이 된 것이 매우 부럽다고 말하면서, 한국에서도 한스자이델 재단처럼 민주시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북자와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년 5월 국회의장직을 떠난 후에 한스자이델 재단과 함께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는 개인적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맨레 이사장은 나를 고문으로 모시겠다고 구두 승낙을 하였다.

독일 통일 전문가들과의 격의 없는 토론…남북 통일 위한 시사점은?

이후 독일 방문 이틀째인 11월 23일에는 비행기로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옮겨, 독일 한국대사관저에서 독일 통일 전문가 초청 간담회 겸 만찬을 하였다. 나와 대표단 일행들은 호기심이 많은 학생처럼 참석한 다섯 명의 전문가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다. 자연히 식사 시간도 예정보다 길어졌다. 독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독일의 통일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통일국가 청사진 마련도 없었다고 했다. 동독 주민들에 대한 재산권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으며, 동독 근로자들의 임금 역시 서독 근로자들에 맞추다보니 동독이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소련이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한편, 나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 독일 보건의료협정에 관심이 많음을 이야기하면서 동서독 의료협정이 냉전 시대에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물었다. 사실 1973년 4월 말 동독 측은 기본조약 후속 조치로써 보건의료 협력 분야에서 협상을 제일 먼저 제안해왔었다. 이는 양측의 쟁점이 가장 적은 분야가 보건의료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동독 측은 동독 체제를 서독에 크게 개방하지 않아도 되는 분야에서부터 서독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원하였기 때문에 빌리 브란트 총리의 ‘접근을 통한 변화’ 원칙에 부합되게 결과적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과거 동독 여행자들이 서독 방문 후 친지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중고 의류에 대해 과거에는 소득증명서를 요구해왔으나, 보건협정 이후에는 이를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다. 점차 학문적 교류까지 이어져 동독 정부가 통제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 또한 점차 단계적으로 접촉을 해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동독의 의료시설이 낙후되어 서독이 이를 지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느냐고 질문하자, 독일 전문가는 당시 여행자들에 대한 의료 지원이 주요 계기가 되었다고 답했다. 이 외에 인도주의적 관점도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이후 의료보건 관련법이 개정되거나 수정된 적이 있었는지 재차 묻자, 수정된 것은 없었으며 추가된 부분만 있었다는 답을 들었다.

한편, 의료협정이 동독인들의 삶에 크게 기여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독일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긍정적 역할을 부인할 수도 없고 동독에도 지역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CT 촬영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독의 의료체계가 ‘평등’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었겠지만 이를 두고 동독의 의료체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통일 후 동독 의료시설 중 거의 80%가 새롭게 복구되어야 할 형편이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당시 동독은 외화 부족으로 의료시설을 유지·보수할 여력이 없었다고도 했다.

참석자 중 한명은 북한 해주 방문 시 수술 후 봉합실이 없어 수술 부위에 스테이플러를 사용한 것을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력이 부족하여 낮에 햇볕이 있을 때에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치과에서는 옆에 자전거 바퀴를 돌리면서 치과 기구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의료시설이 당시 동독과는 도저히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임기 마친 뒤 베를린 체류하며 통일 교훈 배우고 싶다"

일정 마지막 날 람메르트 하원의장과 면담 및 오찬을 갖기에 앞서 랄프 빌란트 베를린 주의회 의장과의 환담 자리에서는 베를린이 유럽의 핵심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서울과 베를린이 인류 평화의 중심 도시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베를린 장벽과 브란덴부르크 문 등 통일 현장을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년 5월 전에 한국을 방문해주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빌란트 주의회 의장은 감사의 인사에 이어 방한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빌란트 의장은 면담장이 당시 동서독 경계를 나타내는 지역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그러한 경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완전한 통합이 이루어졌다는 의미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베를린에 우리 유학생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베를린 주의회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참석하기 위해 갑작스레 조정된 일정을 끝내면서 귀국 길에 올랐다. 귀국 길에 나는 '기회가 된다면 내년 5월에 의장직을 성공리에 마치고서 독일에 체류하면서 독일 통일의 힘과 교훈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통일과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 더욱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부산고. 부산대 의대-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18대 후반기 국회부의장, 국회의장 직무대행-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장- 5선 국회의원(현, 부산 중구·동구)- 19대 후반기 국회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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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2/07 17:46:51 수정시간 : 2020/02/07 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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