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박원순+손학규 드림 연대'가 야권의 필승 카드인 이유… 새정치+내공

야권, 총선·대선 연패로 절체절명 위기… "'문·안·박! 손잡다'는 기사 제목 보고 싶어"

민병덕 변호사
[데일리한국= 민병덕 변호사 칼럼] 그 유명한 손자병법은 세(勢)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무거운 바윗돌을 높은 산 위에서 굴리면 힘들이지 않고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을 세(勢)라고 하는 것이다. 군대를 잘 싸우게 하려면 이런 세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싸움에서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은 뒤에 싸우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해놓고 뒤에 이기려고 한다”는 말로 세를 규합하고 진영을 짜는 일이 얼마나 싸움의 승패에 중요한지 이르고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 말은 지금 야권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손자병법의 교훈…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필요성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은 전쟁에서의 전투에 비유할 수 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지역을 사수하기 위한 전투이다. 그러기 위해 야권은 세를 규합하고 이기는 싸움으로 진영을 짜야 한다. 최근 새정치민준연합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론 움직임도 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연대가 ‘이기는 싸움’이 되기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물음표를 붙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안·박'(文安朴)은 모두 일정한 세력을 갖고 있고, '새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되는 선거 패배 속에서 야권의 무능과 내분에 대한 책임론 제기로 지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기는 싸움, 산 위에서 굴릴 무거운 바윗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허심탄회한 소통, 그 소통을 위한 박원순 시장의 적극적 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와같은 '문·안·박 연대'와 더불어 손학규 전 대표가 합세하는 '문·안·박, 손(손학규)잡다'의 구도를 감히 제안해 본다.

‘문·안·박(文安朴)연대'에 손학규가 가세해야 하는 까닭?

왜 하필 손학규인가? 현재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2007년 민주당적을 취한 이후 민주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았다. 2008년 정권을 빼앗긴 패배감 속에서 대표를 맡아 총선을 치러냈으며, 2011년 민주당이 또 위기에 몰리자 야권의 불모지였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재선거에 나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특히 2014년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을 한 수원 팔달구에 출마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이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대가 구원투수로서의 손 전 대표의 활약에 대한 보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같은 연대가 가시화할 경우 지금의 '문·안·박 연대'에는 없는 그 무엇, 정치적 내공이라고도 할 수 있고 정치적 노련함과 경륜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서는 자고로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 ‘큰 틀을 위해 나의 쓰임을 아는 것’ 이 중요하다. 손 전 대표가 지금까지 쌓아온 정치 이력은 그야말로 탄탄한 근력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손학규 카드는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전체 호남 정치세력의 통합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다.

이러한 '문·안·박 연대'는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대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새정치의 아이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여권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야권으로서는 굉장한 자산이다. 여기에 오랜 세월 한국 정치의 흙먼지를 뒤집어 쓴 ‘손’의 노련함이 더해져 호남 민심을 위로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이기는 싸움을 위한 진영 짜기'가 될 것이다.

야권, 8년 간 총선·대선 잇단 패배… 절체절명 위기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가 지은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영국 자유당의 역사>란 책은 우리에게 정당 몰락의 배경과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세기에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영국 자유당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사실은 지금 대한민국의 야권에 경종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재 야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패했다. '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에서도 이겨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2012년 총선에서는 당초에는 분명 이길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도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여러 가지 진단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이길 수 있는 진영을 짜는 일’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기는 싸움을 위한 진영 짜기, 그것은 어느 한 대권주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70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야당을 지키는 일이며, 더 크게는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구원해내는 일이 될 것아다.

총선 전에 '문·안·박! 손잡다'는 조간신문의 기사 제목을 새벽 동틀 무렵에 보고 싶다. 그 꿈틀대는 희망의 씨앗을 본다면 그 얼마나 상쾌하겠는가! 이같은 드림팀 구성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당사자뿐 아니라 야권 사람들이 모두 심혈을 기울일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로서 민생경제 분야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중에 민변의 선배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법률지원단장 역할을 했던 사람이다. 요즘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을 만나보았는데,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시면서 현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지만 그 대항마로서 야권에 대한 불만 또한 극에 치닫고 있었다. 이 글은 바닥 민심을 피부로 느끼면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쓴 것이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민병덕 변호사 프로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현)-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법률지원단장(2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총괄간사- 경기도 교육감 고문변호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