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 "한국이 중국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앞선 한중 정상회담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한미동맹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조야의 이 같은 우려가 완전히 기우였다는 점을 인식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전 교수는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재확인하면서 양국 관계를 더욱 진화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박 대통령 미국 방문의 눈에 띄는 성과로 평가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전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국제 규범과 법 준수를 언급하며 중국이 이를 위반할 경우 한국도 이에 대해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에 주목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와 관련된 중·일 간의 영토 분쟁 등에 대해 향후 우리가 중립을 취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이해를 같이할 것을 요구한 상당한 압박"이라며 "사실상 미국이 우리의 실천 의지와 선택을 테스트할 속셈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전 교수는 "한미 정상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을 갖고 다루겠다고 밝히며 비핵화 방식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 등 강한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북핵 문제만 별도로 담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전 교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토대 마련, 우주협력협정 체결 추진, 사이버안보 분야 협력 강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신종 감염병이나 에볼라 등의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등 글로벌 이슈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봤다.

그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과 관련 4개 핵심기술 이전 요청이 거부 당한 것과 관련해선 "미국의 대외 양허 정책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업 전면 재검토 등 빠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답.

- 박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중국 전승절 참석 이후 미국 조야에서 제기됐던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한미 정상회담뿐 아니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등을 통해 통일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여론 주도층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하면서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한중 관계의 양립이 가능하다며 우리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면서 중국 경도론을 직접 불식시켰다. 또 고위 외교 당국자들도 정상회담 이전에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여러 차례 이 같이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측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여론이 외교안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긴 이르다. 미국 조야의 대중 경사론 불식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앞으로 지난 9월 한중 정상회담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진행 과정에서도 우리나라가 대중 관계보다 대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국 내의 이런 우려가 완전한 기우였다는 것을 인식시킬 만한 외교적인 후속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한미 정상의 북핵 공동성명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도 있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어떠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 수단을 강구하더라도 움직이지 않아 왔다. 과연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이냐에 대해선 회의론이 많다. 북한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압박 틀에서 벗어난 방안을 찾기는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미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강조하며 북한 비핵화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내리면서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북핵을 한미 간에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했고, 이를 처음으로 명기한 사례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한미중 3각 협력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한미일 3자 안보협력만으로는 북한을 압박하기는 어려우므로 한미중 3각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해왔다. 북핵 문제에서 새로운 협상 구도와 통로를 만들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의 외교력에 달려 있다. 중국은 6자 회담의 의장국이므로 국제사회는 과거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건설적 역할만으론 북한을 6자회담의 틀에 다시 들어오도록 하기 어렵고, 설사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이는 시간 끌기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한중 관계와 관련, 중국의 국제규범과 법 준수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국이 이를 위반할 경우 한국도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한미동맹 실천 의지를 주문하면서 이를 테스트하겠다는 속내를 밝힌 셈이다.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중일 간의 영토 분쟁 문제 등에 대해 향후 우리가 중립을 취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이해를 같이 해야 할 것을 요구한 상당한 수준의 압박으로 볼 수 있다."

-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4가지 핵심 기술에 이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점은 아쉬운 대목인데.

"미국의 4가지 핵심 기술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보다는 미국의 대외 양허 정책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잘못 이해했거나 대미전략을 잘못 수립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업 전면 재검토 등 빠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 내달 초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한중일 3국은 앞서 한중 정상회담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대북 압박과 설득에 나설 것이다.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등 대북 공조를 공고히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경제 문제 등 비정치적·비군사적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거의 확정적으로 열릴 것으로 본다. 아베 총리가 서울까지 왔는데 하다못해 약식이더라도 별도의 정상 회담을 갖지 않는다면 회의의 의미가 퇴색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박 대통령도 이번 방미 기간에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혔다. 다만 그동안 아베 정권의 기조로 볼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한 큰 진전이 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5/10/18 16:28:43 수정시간 : 2015/10/18 16:28:43
AD

오늘의 핫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