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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특강] 송인준 前 헌법재판관 "노블리스 오블리제(고위층의 도덕적 의무)와 톨레랑스(관용)로 사회 통합해야"
  • 기자김소희 기자 ksh@hankooki.com 승인시간승인 2015.10.15 19:16
병역 이행·납세 등이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례…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모범 사례
노블리스 오블리제 등한시하면 불만 분출하는 '마녀사냥' 풍조 등 사회적 병폐 낳아
'한국형 노블리스 오블리제' 절실…지도층 헌신과 사회적 관용 통해 '통합' 추구해야
  • 사진=서울문화예술대학교 제공
*편집자 주=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은 15일 오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총장 이동관)에서 '지도층의 사회적 책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한국형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지도층이 가져야 할 자세로 국가에 대한 헌신, 사회 봉사와 나눔의 실천, 직장에서의 청렴강직한 업무 수행,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을 강조했습니다. 송 전 재판관은 또 동반성장을 위해 일반대중 역시 지도층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취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세계 1·2차 대전 당시 지도층의 참전, 워런 버핏·빌 게이츠 등 부유층의 지속적인 기부 등과 같은 모범 사례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등한시하고 있는 사례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데일리한국은 주최 측의 동의를 얻어 특강 요지를 칼럼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데일리한국=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특강 요지/정리= 김소희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고위 관료나 대학교수 출신의 병역 회피와 탈법적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드러나고 있다. 또 재벌의 변칙적인 부의 증식과 상속이 만연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가 외화를 밀반출하고 성직을 세습함으로써 사회 지도층의 권위가 크게 훼손되고, 계층 간의 불신과 반목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지도층의 사회적 책무'가 당면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는 로마 초기 집정관과 원로원을 구성하는 귀족들이 국가 위기 때 재산을 헌납하고, 참전하는 등의 전통이 확고해지면서 지배계급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기본 원리로 형성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개념의 이론적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누구나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인간 존엄에 대한 이념적 기초 ▲권력·명예·부를 형성하는 과정에는 직·간접적으로 타인의 희생이 수반되며, 그로 인한 갈등 해소와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솔선수범이 필요 ▲상류층이 일상 생활에서 누리는 특권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윤활유 역할에 대한 기대 등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구체적 사례는 국가 안보를 위한 적극적인 병역 이행에서 볼 수 있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전쟁을 거치며 귀족들이 희생됨으로써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15분의 1로 격감됐다. 세계 1·2차 대전 당시 영국 귀족 자제들이 다니는 이튼컬리지 학생 2000여 명이 전쟁에 출전해 전사했고, 한국전쟁 때는 미군 장성 자제 142명 참전해 35명이 사상했다. 벤플리트 사령관 아들과 모택동의 아들이 전사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장에 앤드류 왕자가 전투기를 몰고 참전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부유층이 납세를 통해 부의 사회적 재분배를 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미국 부시 대통령의 부유층 감세 정책에 반대하며 증세 필요성이 있다고 제의한 데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2006년 전재산의 85%인 37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한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가족 상속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1998년 당시 한국을 방문한 헤어초크 독일 대통령은 신라호텔 숙박 때 두 장의 수건만 쓰고, 자신의 양말을 스스로 세탁하는 등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 독일 하원의 티이제 의장은 의장공관에 입주하는 대신 월세 아파트에 거주했다. 일본 다이묘는 '일즙3체' 밥상을 통해 적과의 전투를 대비했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장인 도코도시오는 검소한 식사와 항상 배를 80%만 채우는, 이른바 '하라하치부'의 생활 등 근검절약을 몸으로 실천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우리 사회에도 사회에 많은 환원을 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부유층이 아닌, 길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들이다. 자신이 생전 번 돈을 기꺼이 내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말하기 부끄러운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별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등한시한 사례를 제시하겠다. 널리 알려진 사례들로 공직자의 금품수수, 정경유착, 재벌의 변칙 상속과 증여 사례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직접 재판장에서 재판한 경험도 있다. 또 분식회계 교수, 연예인의 학력 위조, 여학생·여직원·환자에 대한 성희롱 및 성폭행, 종교 지도자의 외화 밀반출, 의사·교수 등 최고 지식인의 부동산 투기 및 병역 비리 빈발 등이 그것이다. 너무나 부실하고 변칙만 있는 사회를 보면 속상하고 안타깝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는다. 정도·원칙대로 가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것이 가짜고 부실하다보니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방인'이 되게 만든다. 다중성만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 있어도 외로운 사회, '변칙 사회'가 되고 있다. 앞서 말한 독일과 일본은 굉장히 건강한 사회이지만, 우리나라는 부실하기 그지 없다. 이에 국민들은 지도자 및 엘리트 집단을 불용하고, 상류층을 불신하게 된다. 냉소주의 및 불신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국민들은 대통령 등 지도자를 심판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대전 법조비리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한풀이' 행태를 보인 막가파와 지존파 등이 등장할 위험성도 있다.

또 집단적 광기로 사회적 증오의 대상자를 찾아 욕구 불만을 분출하려는 '마녀 사냥' 풍조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상 심리가 팽배하게 되면 도둑이 큰 소리치고 탈옥수가 의적 행세를 하며 공권력을 골탕먹이는 짓에 대리 만족을 취하는 '가치의 아노미' 현상도 초래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극심한 갈등·반목은 사회 분열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다 정치 이데올로기와 결합할 경우 '체제 위협'의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이후 절대 빈곤층과 상대 빈곤층이 증가했고,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한 빈곤의 대물림이 심화됐다. 또 청년들은 실업으로 인해 구직을 포기하게 되면서 자살률이 증가했고, 양극화 현상 증대로 사회 불안과 증오의 문화가 심화됐다. 이러할 경우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요구가 더더욱 커지고 지도층에 대한 대중의 증오와 비판이 더욱 거세지게 된다.

이에따라 '한국형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절실하다. 우선 지도층은 국가에 대한 헌신, 사회 봉사와 나눔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직장에서의 청렴강직한 업무 수행과 일상생활에서 근검절약, 정직, 신의, 배려, 책무 등 선진 의식과 덕목을 갖추고 대중에 앞서 솔선수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지도층은 공정한 경쟁의 룰에 따른 페어플레이를 통해 '정칙사회'를 확립하는데 앞장서고 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을 갖고 기회균등의 원칙을 넘어 실질적·적극적 평등 원리를 용인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일반 대중은 지도층에 대한 존중과 그 성취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도층과 일반 대중은 서로에 대한 '사회적 관용'(톨레랑스·tolerance)을 통한 사회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중산층은 붕괴되고 있으며,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지도층이 대중보다 더 높은 도덕적 수준을 보이고 사회적 책무를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지도층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프로필
서울대 법과대학과 사법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검찰청 강력부장·대전지검장·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헌법재판소 재판관· 사법연수원 교수·국민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노인지원재단 이사장,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학교법인 성신학원 이사장, 아시아투데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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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10/15 19:16:16 수정시간 : 2020/02/07 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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