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환태평양 12개국 참여한 세계 최대의 무역동맹 TPP 탄생

가입 의지 강할수록 개방 요구 커져… 서두를 것 없다는 전략적 입장 필요

농산물 개방 피해 보완책 마련해야…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 고려해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칼럼]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 협상이 마침내 타결되면서, 이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게 미칠 영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TPP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12개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또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4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동맹이다.

미·일 등 12개국 참여한 세계 최대 무역동맹 TPP 탄생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만큼 TPP는 기존의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리고 아시아 경제통합을 목표로 중국이 추진하려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FTA가 되었다. 앞으로 12개국 간 후속 협상과 자국 내 비준 절차를 거쳐 TPP가 공식 발효될 경우 글로벌 무역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그간 TPP에 참여하지 못했고, 정부는 추가 회원국 가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이 환태평양 지역의 무역동맹체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TPP 참여시 협정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7∼1.8% 증가하는 반면, 불참시에는 0.1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발효 이후 가입국 사이의 관세가 당장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것이므로 당장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TPP 참여하면 자동차부품업 피해, 의료·섬유 수혜

TPP가 발효되면 한국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부품 업계이다. 일본산 자동차부품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었지만 TPP 발효 직후에는 80%의 부품에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무관세 혜택까지 받게 된다면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TPP의 누적원산지 규정으로 일본 기업이 TPP 회원국에서 생산되는 값싼 부품을 사용해도 일본산으로 인정되는 무관세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이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매우 불리하다.

반면 의류 및 섬유 업계는 TPP 타결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의 경우 베트남의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생길 뿐 아니라 일본과의 경합도도 낮은 분야이므로 향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TPP 가입 서두를 것 없다는 전략적 입장 유지 필요

앞으로 우리가 TPP에 추가 참여하게 될 경우 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이 참가하려면 일본 등 12개 회원국으로부터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는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사실상 TPP 참가는 일본과의 FTA 체결과 같다. 하지만 일본이 TPP 참가를 검토하는 한국에 대해서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면 한국에게 난처한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관세 인하를 적극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가입 의지가 강할수록 개방 요구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미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는 서두를 것 없다는 전략적 입장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TPP 참여는 결국 일본에게 국내 시장의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브랜드파워가 앞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조업 강국 일본을 대상으로 한 무역 적자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문화시장과 가전제품 시장을 일본에 개방할 때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차별적인 전략과 경쟁력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만들었던 선례가 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는 일본은 어차피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므로 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일본의 공세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타격… 피해 보완책 마련해야

우리나라가 만약 TPP에 추가 가입하게 되면 제조업 분야는 혜택을 입겠지만 부작용도 예상된다. 특히 농산물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하여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도 당초 5대 농산물(쌀, 사탕수수, 유제품, 쇠고기·돼지고기, 밀·보리)의 적극 보호를 목표로 정하고 협상에 임했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개방을 약속했다. 우리가 뒤늦게 가입할 경우에도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가 가장 첨예한 협상 분야가 될 것이므로 철저한 협상 전략 준비 및 농업 부문 피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에 타결된 TPP의 발효 시기가 다소 여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TPP는 모든 회원국이 자국 비준 절차를 마친 후 60일 후에 발효되며, 각국의 국회 통과에는 약 1~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서도 모든 회원국들이 비준을 마치지 못했을 경우, GDP 합계가 85% 이상인 6개국 이상의 비준이 발효조건이 되며 이에 따라 역내 GDP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의 국회 비준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TPP 타결 소식에 합의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 가을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도 TPP 비준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발효까지의 여유 기간에 우리 정부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아시아 경제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하였다. 하향 조정의 요인은 기업 활동과 소비의 무기력이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협소하므로 넓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출 전략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미 인구 증가가 정체된 현 상황에서 내수 확보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외 시장을 우리나라의 내수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TPP에는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의 정치적인 목적도 있는 만큼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정부의 대응 방안이 요망된다. TPP 참여에는 장단점이 공존하므로 정부는 TPP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지각료’를 줄이는 현명한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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