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 범위·역할에 대한 큰 틀의 합의 이뤄져야"

"한민구 국방장관 방미 수행도 '日 자위권' 문제 논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듯"

"사드 문제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듯… TPP 관련 확실한 입장 전달할 필요"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관련,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제기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전 교수는 8일 데일리한국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와 역할을 어떻게 명문화할지 큰 틀의 합의가 한미 정상 간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한민구 국방장관의 이례적인 박 대통령 방미 수행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관련 협의를 위한 동행이라기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 한미동맹과 직결된 안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외교적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봤다. 다만 그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드 문제에 대해 언제까지 '3노(No)'(요청·협의·결정 없음)라는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논의하자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속한 교섭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경제 분야와 관련해 전 교수는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창립국에서 빠진 것은 전략적 판단 잘못"이라며 "국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의 참여를 논의 테이블에서 다루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주요 의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당초 지난 6월 계획돼 있었지만 당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수습으로 연기된 것이다. 당시엔 외교적인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기보다는 '미일 신(新)밀월 도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한·중·일 3국 간에 복잡한 외교안보전(戰)이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북핵 및 한반도 문제에 관한 주도권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늦춰지면서 중국 열병식 참석 등 한중 정상회담을 먼저 하게 됐다. 따라서 시작은 방어적인 의미가 더 컸지만 보다 공세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 등이 이뤄진 다음에 개최되기 때문에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일축시키면서 한미 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북한 인권 문제 외에 동북아 문제, 기후변화와 에너지 협력, 국제평화 유지, 개발 협력, 보건안보, 극단적 폭력주의 대응 등 국제 현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며 일치된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방법은.

"미국 내에서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군사·안보 문제에서도 중국과 밀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억지 전략을 어떻게 강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려면 강력한 요격 방어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북한의 핵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상정한다면 사드 문제가 비공식 의제로 다뤄지거나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한미동맹의 핵심 요소인데, 언제까지 '3노' 입장으로만 일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울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도 한미동맹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다.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원칙과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박근혜정부는 이미 한반도 통일 문제를 남북 당사자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인 어젠다로 이슈화시켜 놨다. 통일 상황이라는 것이 북한의 급변 사태 등과 연계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가 결부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와 역할을 어떻게 명문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양 국방장관 간에도 조금 더 구체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한민구 국방장관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드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는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는 사드나 '작계 5015' 와 '전작권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도 북한의 핵 문제보다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표명했다. 이는 외교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전작권과 사드는 우리나라의 주권과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사안이지만, 일본의 자위권 문제는 다른 사안이다. 또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이 핵심 기술 이전을 불허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한 장관이 직접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관측을 배제하진 못한다."

- 한국의 TPP 참여 문제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군사적 측면에선 피아(彼我)가 분명히 가려지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선 다르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에 참여하는 국가는 일본·호주·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뉴질랜드 등 7개국이나 된다. 양자의 개념을 적대적으로 봐선 안 되고 더 늦기 전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확실한 입장이 미국에 전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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