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비법은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다"
"오너의 생각이 맛있어야 음식도 맛있다"… '타깃 고객' 명확히 설정해야
고객의 뇌 설득하려면 호감·일관성·사회적 증거·희귀성·상호성·권위 필요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의 한 장면.
[데일리한국=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칼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메일을 보낸다. 무작정 도와달라고 한다. 그 수가 하도 많아 답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반복해서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클론을 만들어 다 도와드리고 싶다. 장사에 대한 철학, 아이디어, 식재료, 차별화 전략… 모든 걸 다 드리고 싶다.

한번은 메일들의 유형을 분석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도무지 왜 장사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2. 홍보를 하고 싶다.
3. 내가 지금 장사를 잘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다.
4. 비전이 있는 아이템을 가르쳐 달라.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맛, 둘째도 맛

매주 10여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치고 또 외치는 내용이 있다. 제발 좀 '외식업스럽게' 행동하시라!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분위기, 가성비 아무리 외쳐 봐도 맛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다. 그런데 이 맛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몇 번 테스트를 거치고 '아군'들에게 평가를 받고서는 우쭐해 한다. 틀렸다. 그건 당신이나 당신 가족, 혹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편협한 평가다. 아니 틀린 평가다.

고객이 좋아할 수 있는 맛을 찾아야 한다. 평균적 맛을 찾아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약 돈가스라는 아이템이 하고 싶으면 수요 미식회나 백종원의 3대 천왕, 찾아라 맛있는 tv를 싹 다 뒤져서 리스트를 만들어라. 이를 근거로 하루에 3-4곳씩 방문해야 변별력이 생긴다. 이 약속만 지킬 수 있다면 당신은 내일부터 맛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써도 문제없다. 만약 10개로 업장이 정리되었다면 방문하고 시식하고 메모하라. 절대 단점을 찾아서는 안 된다. 살아남고 싶으면 장점을 찾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남의 장점을 찾는 거다. 단점은 쉽게 보인다.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비판을 늘어놓을 수 있다. 반면에 장점은 찾아내기는 정말 어렵다. 알아야 보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습자지 같은 얇은 지식과 정보로는 절대 흥하는 집의 장점을 찾아낼 수 없다. 그래서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벤치마킹은 괜히 다니는 게 아니다. 돌면서 각 매장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나의 메뉴와 식당에 접목시켜야 의미가 있다. 여러분들이 찾아내는 장점들의 교집합(공통점)이 바로 고객이 원하는 맛이다. 이 맛에 홀려 안 먹으면 생각나고 틈만 나면 가고 싶은 게다. 즉 고객들이 좋아하는 맛들을 '모아 모아 모아서' 평균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템 선정 시기부터 '타깃 오디언스'(=예비 목표 고객)를 설정해야 한다. 20대 여성에게 보양탕을 팔고 60대 어르신들에게 즉석떡볶이를 파는 바보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

"오너 생각이 맛있지 않으면 절대로 음식이 맛있을 수 없어"

실패한 자영업자들의 거개는 이리 답변한다. "다 좋아하는 맛을 겨냥했지유. 어떻게 한정된 사람에게만 음식을 팔 수 있남유?" 이래서 망하는 거다. 아무나 들어오면 좋다고 생각하니 고객이 감동하지 않는 거다. 누구에게 무엇을 팔 것인지 명확히 설정하라. 그들을 위해 온갖 신경을 곧추세워라. 만약 30대 샐러리맨이 타깃이라면 라이프 사이클, 선호하는 색깔, 분위기, 소스, 반찬, 음료, 술 등 냉정하게 분석하라. 그렇지 않은 트미한 집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일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슬리퍼를 준비하라. 이발소에서나 함직한 서비스를 도입해보자. 테이블에서 고기를 주문했는데 홀 직원이 다가와 이리 묻는다. "슬리퍼 가져다 드릴까요?"

그들을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어야 감동은 시작된다. 이처럼 외식업은 아이디어가 맛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찌하면 고객이 맛에 만족할 수 있는지만 연구하고 고민하자. 외식업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음식만 생각하라. 그래야 관찰력도 상승한다. 아이디어도 맛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딱 하나. 오너의 생각이 맛있지 않으면 절대로 음식이 맛있을 수 없다. 또 고객이 맛있다고 느낄 수 없다. 뇌는 무미건조하고 까칠한데,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답은 '노웨이', 불가능하다. 자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해볼까? 아이디어가 맛있어지면 영업 시간 하나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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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시간
11:00 - 15:00 점심 영업
15:00 - 17:00 브레이크 타임 혹은 휴식 시간
17:00 - 22:00 저녁 영업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11:00 - 15:00 "임금처럼 모시겠습니다."
15:00 - 17:00 "메뉴 개발 시간입니다"
17:00 - 22:00 "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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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뉴판도 바꿀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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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김치찌개 백종원의 레시피로 만든 돼지고기 듬뿍 김치찌개
된장찌개 강서구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찌개
비빔밥 7첩 비빔밥
부대찌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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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이해가 되시는가? 아이디어가 맛있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를? 고객의 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여섯 가지가 필요하다. 호감, 일관성, 사회적 증거, 희귀성, 상호성, 권위. 이 요소들을 다 동원해 콘셉트를 잡고 디테일을 설계하자.
"뭐라 콕 집어 설명을 못하겠는데... 이 집만 오면 편안하고 맛있어." 고객 모두에게 이 소리를 듣기 전까지 아이디어를 맛있게 만들자.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프로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MBC프로덕션 PD- 공주대·덕성여대 객원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식음료 총괄 컨설턴트- 김유진제작소 대표(현) *<장사의 신> 등 저서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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