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임박 징후 없어… 당 창건 기념 행사 이후 발사 시도 예상

"북한, 미사일 발사 접고 이산가족 상봉에 진정성 보여야"… 체제 안정과 경제 회생 돌파구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데일리한국=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칼럼] 풍성한 결실의 계절 10월은 날씨가 청명하다. 산과 들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평온한 자연의 변화처럼 한반도의 10월도 위기설이 사라지고 훈풍이 불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8·25 합의로 남북 관계에 약간 숨통이 트이는 듯싶었는데 10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기점으로 또 다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10월의 대축전’으로 규정하고 이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이후 맞이하는 가장 큰 행사이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해 체제를 결속하고 대외적으로 엄청나게 뽐내고 과시할 모양이다.

북한의 김일성광장에서는 장병들의 대규모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 시위가 열린다. 최신식 무기를 공개하고 항공기 동원 에어쇼, 불꽃놀이, 모란봉 악단을 비롯한 각종 예술단체의 공연 등이 진행된다. 전체 인민군 장병들과 근로자들, 북한 주민들(고등학생 이하 제외)에게는 월 기준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 격려금까지 지급한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 에 맞춰 속도전으로 평양국제공항과 대규모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등의 건설을 끝냈다. 미래과학자거리, 과학기술전당,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건설 공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행사를 떠들썩하겐 한들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일회용 보여주기 행사에 막대한 돈을 퍼붓기 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 해결에 투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극도의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북한의 로켓 발사 여부이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내비쳤다.

북한은 지난 9월 27일 대외용 웹 사이트 '조선의 오늘'에서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평화적 우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선군조선의 위성들을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창공 높이 쏴 올릴 것”이라며 장거리 로켓 발사의 뜻을 밝혔다. 또 "오늘의 세계에서 평화적 우주 개발은 그 어느 특정 국가의 독점물이 아니라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들의 합법적 권리"라면서 "우리의 위성 발사도 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10월 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를 금지하는 부당한 처사에는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해 존엄을 수호하는 게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결심이고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일 전후 로켓 발사 가능성 적어… 머지 않은 시기 발사 가능성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으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로운 분위기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즈음에 발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통상적으로 로켓 발사를 위해서는 추진체 이동과 조립·연료 주입 등에 10일 정도 소요되는데, 이같은 징후는 아직 없다. 여기에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아직 완벽하지 못한 것도 발사를 늦추는 요인인 듯하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은하 3호 로켓을 공개했으나 발사에 실패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매우 신중하게 준비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접었느냐?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 행사 이후 미국,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언제든지 강경 노선으로 돌변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내부적으로 요동치는 체제 불안을 잠재우고, 김정은의 능력을 과시하며 국제 관심을 끌기 위해 머지않은 시기에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럭비공처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없었던 일처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벌인다면 유엔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일치된 대북 제재는 예전과는 차원이 확연하게 다를 것이다. 미국은 수시 대북 제재로 돌입하게 되고 유엔은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가할 것은 명백하다. 혈맹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완전 돌리게 되면서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변수가 다가오는 이산가족 상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이산가족 상봉에는 별다른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남북은 5일 판문점에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의 생사 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교환했다. 10월 8일에는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100명의 최종 명단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판이 깨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놔도 안 된다. 북한이 위협할 때마다 이산가족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어떤 고령 이산가족에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12만 9600여명 중 82%가 70세 이상의 고령인데다 이미 6만3400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상봉 규모를 늘리고 정례화도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 이산가족의 아픔과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10월,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

북한의 무모한 행동으로 8.25 합의가 깨지고, 모처럼 형성된 남북 협력 분위기가 또다시 냉각 국면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면 국제사회와 한국으로부터 견디기 힘든 엄혹한 제재 및 대가를 받는 원칙을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역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개혁·개방과 협력의 길에 들어서면 전 세계는 북한의 경제 개발지원에 눈을 돌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9월 말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당 창건 70주년을 기점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군사적 도발 집착을 버리고 이산가족 상봉에 진정성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와 한국이 내미는 상생의 손을 잡아야 한다. 10월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도 군사적으로 위력을 과시하는 행사가 아닌 국제사회와 함께 개혁·개방의 길을 걷겠다고 선포하는 장으로 삼길 바란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 개발이 아닌 경제 개발을 통해 국제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체제 안정과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봉현 수석연구위원 프로필
동아대 경제학박사-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현)ㅡ 민주평통 상임위원(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현) 북한 연구학회 부회장(현) 개성공단기업협회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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