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현장에서 살펴본 '완전국민공천제'의 진실과 거짓에 대한 분석

안심번호와 국민공천제는 전혀 다른 개념… 여론조사 하려면 '안심번호' 필요

김무성 대표의 '국민공천제' 성공할까?… 청와대 제동으로 전략적 절충 불가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잇는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화당 후보로는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전직 주지사나 현역 상원의원 출신의 후보보다 트럼프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CEO(최고경영자)처럼 비정치권 인물들의 선전은 이변처럼 받아들여진다.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기도 하고 정치적인 주제에 대해 방송토론을 통해 일찌감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한 환경 덕분이다.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리기 1년 이상 전부터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대중들의 선택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초반 공화당 지지층들의 속내를 대변하는 듯한 언변으로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렸던 트럼프는 최근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오히려 대통령감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막말 후유증으로 몇몇 조사에서는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 힘들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공개된 바 있다. 아무리 미국 정치 또는 경제계에서 잔뼈가 굵고 명망있는 인사라도 일반 유권자들이 속속들이 후보자들의 능력을 알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주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진 허술한 제도가 아니라 지역별 전통과 문화를 녹여낸 산물이다.

그 방법으로 당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코커스(caucus) 제도가 있다. 미국 대선 코커스 중 가장 먼저 실시하는 주가 아이오와이고 그래서 미국 대통령 후보 결정의 초반 판세가 ‘아이오와 코커스’결과를 통해 확인되고 확산된다.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가 이뤄지는 제도가 예비선거(primary)이다. 미국이 예비선거를 실시하는 이유와 우리가 국민공천제를 제기하는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도 코커스(당원대회)만 운영할 경우 유력 정치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고 그 과정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비선거 제도에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폐쇄형)가 있다. 두 제도의 차이는 정당의 구분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명칭 그대로 어느 정당 프라이머리이든지 가서 참여하면 된다. 그러나 클로즈드 프라이머리는 자기가 참여하겠다고 미리 등록한 정당의 프라이머리에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럼 오픈 프라이머리와 클로즈드 프라이머리는 어느 방식이 나은 건가. 이 또한 정치적 경험의 소산이다. 프라이머리를 시행하는 미국 37개 주 중에서 절반 정도인 18개주는 오픈 프라이머리, 그리고 나머지는 클로즈드 프라이머리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 상황을 보면 코커스, 오픈 프라이머리, 클로즈드 프라이머리에 더 좋고 더 나쁨의 우열이 없다. 그럼 우리 정치권에서는 왜 이렇게 오픈 프라이머리로 난리가 나 있을까. 우선 용어의 착시 현상이 커 보인다. 영어에서는 ‘오픈’이나 ‘클로즈드’가 제도의 형식에 대한 개념적인 설명에 국한된다. 두 제도 간에 우열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순간 ‘완전경선제’, ‘개방형 국민공천제’ 등으로 오역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예비선거 방법의 하나일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정당 구분 없이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이 오픈 프라이머리인데, 이는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주의 특성과 지향하는 정치문화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특성상 특정 정당 소속을 기준으로 투표하기 보단 지역 사회 기여와 의정 활동 능력으로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추석만 지나면 민생을 위한다고 했는데, 온 나라가 개념도 잘 모르는 오픈 프라이머리로 미로를 헤매고 있다. 현장에서 파악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7가지 방법’을 분석해보자. 왜 국민들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인가.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과연 가능한가. 안심번호가 국민공천제를 의미하는가. 안심번호는 왜 필요한가. 여론조사 공천제가 오픈 프라이머리인가. 왜 청와대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민감한가. 김무성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성공할까. 이상의 7가지 궁금증을 풀고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시도해 보자.

국민들은 왜 오픈 프라이머리에 높은 관심 보일까?

우선 왜 국민들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높은 관심을 보일까. 국회와 국회의원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름 잘하겠다고 목이 터져라 한 표를 호소했던 후보자들이 국회에 가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받아왔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왜 함량 미달의 후보자들에게 공천을 주었는지 그리고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무슨 권력으로 그 지위를 누리는지 국민들은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했었다. 공천과 관련된 각종 비리, 금전 거래, 부패 등은 국민들의 원성을 더 높여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9월 22~2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국회의원으로 부적합한 인물의 조건’을 물어본 결과, ‘부정부패, 비리’가 4명 중 1명 정도인 24%였다. 그 다음으로 ‘도덕성 부족’이 20%였고 ‘자기 이익만 챙김, 사리사욕’이 9%, ‘거짓말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름’이 6%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와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민낯의 현장’이다. 이런 평가 와중에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발상은 매우 혁신적이고 신선하게 들려왔다.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 본선 후보를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은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용어가 가져오는 기대감은 실제 그 이상이다. 문제 많은 공천 제도에서 ‘여야 동시 완전국민경선제’는 유권자들에게는 무결점의 완전한 제도처럼 비쳐질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오픈 프라이머리는 일찍부터 여론의 대환영을 받아 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7월 15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에서 ‘여야 동시 실시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찬성 의견이 10명 중 6명 수준인 60.1%로 압도적이었다. 반대 응답은 19.8%였고, 잘 모르겠다는 20.1%였다.(그림1) 찬성 응답자들이 오픈 프라이머리의 속 내용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응답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기존 제도’로는 안된다는 민심의 경고는 확실하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자세한 내용은 알 리 없지만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정치권의 제안에 솔깃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과연 가능할까?

다음으론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는 과연 가능할까. 미국의 역사는 짧지만 제도적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상당 기간의 제도적 운영을 통해 지금과 같은 선거 참여 방식이 만들어졌다. 한 순간, 한 사람의 의사로 결정된 제도나 절차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의 예비경선 제도 방식의 하나인 오픈 프라이머리가 가장 진일보한 제도로 인식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정치 환경과 지역 문화를 절묘하게 반영한 산물이 오늘날 미국식 정치 참여 제도의 특징이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13개 주는 당원대회인 코커스를 고수하고 있다. 나머지 37개 주 중에서 클로즈드 프라이머리(폐쇄형)를 시행하고 있는 주만도 19개 주나 된다. 그럼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주와 코커스를 고수하는 주는 미개하고 비민주적인 지역인가. 그렇지 않다. 느슨한 당원 신분을 유지하는 미국에서는 ‘당원’보다 지지층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럽의 경우에는 강화된 당원 신분 정치문화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의 정치 문화를 못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요체는 코커스(당원대회), 오픈 프라이머리, 클로즈드 프라이머리와 같은 방식에 있는 게 아니라 의식과 인식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공천의 타당한 기준이 있고 특정 인사의 개입이 없고 국민들의 공정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도 우리 정치에서 빛나지 않을까. 이러한 본질적인 의식과 인식 없이 우리와는 정치적인 제도 형성 과정이 다른 미국의 방식만 고스란히 채용한다고 해서 그간의 공천 적폐(積弊)가 봄날 눈녹듯 사라질까. 우리나라처럼 지역에 따라,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정당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투표 환경에서 정당 구분 없이 진행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과연 적합할지는 쉽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적어도 여의도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미국식 제도를 염두해 두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명칭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분명 다른 제도이기 때문이다.

안심번호와 국민공천제는 전혀 다른 개념

세 번째 궁금증은 안심번호가 국민공천제를 의미하는가이다. 안심번호와 국민공천제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뜻한다. 즉 여론조사를 전화로 할 경우 번호가 필요한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용어 사용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가 심각하다.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 두 사람 간에 합의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듣는 이에게 마치 오픈 프라이머리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인양 인식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풀린다. 국민공천제를 양당이 실시하기로 합의하는데 경선(공천을 위한 예비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이때 전화조사 번호를 기존의 유선전화에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한다는 취지이다. 휴대전화는 개인전화번호이므로 조사에 응하기로 지역구 내 유권자가 동의한 경우 실제 전화번호가 아닌 가상번호(일정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개인 전화 사용자에게로 연결되지 않는 번호)를 부여하여 유권자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방법이다. 이 설명을 단순히 ‘안심번호’라 칭할 경우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마치 안심번호가 국민공천제를 설명하는 용어로 오해될 수 있다. 안심번호는 여론조사와 관계 있는 기술적 개념이고 오픈 프라이머리는 국민참여형 예비선거 제도이다. 분명히 다른 성격이다.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여론조사는 지금까지 수없이 시행해온 제도이다. 유선 전화에 머물렀던 경선 여론조사 번호 사용을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으로 진일보한 결정이다.

여론조사 실시하려면 안심번호(가상번호) 필요

안심번호 즉 휴대전화 가상번호는 왜 필요할까. 지역구 선거조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론조사 특히 선거조사의 생명은 정확성과 신뢰 확보에 있다. 정확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는 표본의 대표성과 설문의 객관성은 필수적이다.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 여론조사는 과거의 경우 조사를 전문기관에 맡기는 중앙당 또는 지역 정당에서 반드시 검토하고 후보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므로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표본의 대표성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오랜 숙제가 되어왔다. 선거조사를 위해서는 유권자와 전화로 접촉할 수 있는 번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확보 가능한 번호는 유선번호에 그쳤다. 고작해야 전국적인 휴대전화 무작위 추출조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소량의 DB가 축적되는 정도였다. 지역의 유권자가 적게는 13만명 선에서 많게는 2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DB로는 민감해도 너무 민감한 지역구 선거조사를 실시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통신문화의 급격한 변천으로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났고 애당초 유선전화가 불필요한 1인 가구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1인 1대 이상의 휴대폰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정확한 민심의 반영을 위한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판단된다. 공직선거법에 의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여론조사가 가능하다. 낮에 아무도 없는 집전화로 아무리 벨을 울려봐야 응답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유선전화의 경우에는 무작위 추출 방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화번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는 가입자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술 진전을 이루었지만 휴대전화인 경우 이동이 자유로운데다 가입자 수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일일이 지역 구분을 하고 일정한 시기마다 업데이트를 한다는 건 사실상 민간의 영역을 넘어선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이미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그림2) 유선 집전화 이용률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2008년 기준으로도 1인 가구의 경우 절반도 채 되지 못하고 2인 가구의 경우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이다. 246개의 세분화된 지역구 선거조사를 더 정확히 더 대표성 있게 하는데 있어 휴대전화 가상번호의 사용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도리어 지금까지 늦추어져 온 우리의 불감증을 탓해야 하는 사안이다. 세상의 소통 경로는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더 좋은 여론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은 국민들의 공감과 이해 속에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안심번호 여론조사 공천제가 공격받는 이유는?

항간에 국민공천제 즉 오픈 프라이머리와 결부되면서 안심번호가 호된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몇 가지 공격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역선택(본선에서 유리한 선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론조사에 응답할 때 상대 정당의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택하는 선거공학적 행위)이 일어날 수 있다. 조직적 동원이 가능해진다. 응답자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 국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된다. 착신을 통한 제3자 참여가 걱정된다. 다양한 문제점을 거론한다. 문제점에 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한 설명 이전에 분명히 해두어야 할 점은 안심번호 즉 휴대전화 가상번호가 국민공천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거 여론조사와 경선 여론조사는 지금까지 공천 과정에 어느 정도의 비율이든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왔고, 그 뿌리도 깊다. 과거 ‘총재 공천’ 일변도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리하트와 하잔의 상향식 공천 개념이 한국형 경선 여론조사 모델을 탄생시켰다. 여론조사의 기법은 조사전문기관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어떤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결정하는 것은 정당의 몫이다. 바로 그 경선 여론조사에서 기존의 유선전화로만 실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의 범위와 정도를 줄여주는 해결책이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공천제에 여론조사를 포함할지 아니면 포함하지 않을지, 포함하면 어느 정도 비율을 반영할지는 여전히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1%의 결점도 없는 무결점의 방식은 존재하기 어렵다.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사방법은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의의가 있다. 과거 조사방법보다 더 대표성 있고 더 신뢰도 높은 조사를 위한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이다. 국민공천제와 상관없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언론사에서 공신력 있게 실시되고 발표되는 선거조사에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여론조사 문화가 조성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부정확한 조사로 지역의 유권자나 후보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상황은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선택 문제는 정당 지지도를 묻거나 전체 조사 결과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문항의 결과를 통해 최대한 검증될 수 있다. 조작이나 동원의 문제도 국가기관인 중앙선관위가 관리하는데다 13만명 이상 2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하므로 개인응답자가 노출될 여지는 이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비용에 있어서도 기존의 여론조사나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한 여론조사 모두 최종 완료된 샘플 수에 따라 비용 책정을 하는 것이므로 서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공천단(과거에는 국민경선인단으로 명칭)구성에도 많은 인원을 지적하는데 그렇다면 이전 대통령 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선인단을 왜 뽑았는가. 현장으로 유치하는 경선인단 모집의 경우 비용은 갑절로 더 들지 않았는가. 비용으로만 본다는 대통령후보 경선 때는 국민여론조사를 왜 하는 것이고 경선인단을 왜 모집하는 것인가(조사 비용은 일반적으로 공천신청자 부담). 더 중요한 대목은 지금까지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해온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이처럼 우문을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텐데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론조사 공천제와 오픈 프라이머리, 본질적으로 달라

본질적인 궁금증으로 여론조사 공천제가 오픈 프라이머리인가. 여론조사는 민심을 측정하는 여론 수렴 장치이고 오픈 프라이머리는 예비선거 제도로 엄연히 구분된다.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 한국적 정치 환경과 문화에 맞는 어떤 구성을 할지는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미국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한 취지는 그 명칭이 가져오는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에서도 발생했던 정치적 폐단을 끊어내기 위한 각고의 산물이었다. 유력한 정치인의 공천 영향력을 차단하고 유권자 스스로가 유능한 정치 인재를 선택하는데 충분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단순히 1~2개의 장치로 예비선거 제도의 완성도가 높아지진 않는다. 우리 문화에 맞는 제도가 무엇일지 그리고 그 구성은 어떻게 해야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던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그 구성의 일부분으로 반영된다고 할 때에도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안전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특히 과거의 몇몇 사례에서 발생했듯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경선 여론조사의 예민함은 도를 지나쳐왔다. 여론조사 경선으로 공천자를 결정하는 경우 또는 사실상의 공천 여부를 가늠하는 경우 낙천자들의 결과에 대한 승복은 매우 힘겨웠다. 어떤 경우는 지역에서 극도로 치열한 편가르기가 이루어지고 휴대전화 가상번호의 사용 없이 제한된 유선전화로만 접촉하는 결과에 후보자들은 본인들이 잘 알고 있는 민심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문제 제기까지 불사해왔다. 공천 제도 운영에 대한 정교함과 통제력이 확보되지 않은 정당으로서도 ‘OK목장의 결투’보다 더 불꽃 튀는 예측불허의 경선 결과에 대해 관리 능력과 조정 능력마저 충분치 않았었다. 그만큼 다른 조사와 비교할 때 선거조사 특히 공천의 당락을 결정하는 경선 조사는 중독되면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단순명료한 방법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공천과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를 결정짓는 데는 더 많은 고민과 개선책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취지가 현역 의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유능한 정치 신인의 등용문 확대, 정치적 약자의 정계 진출을 위한 지원책 마련 그리고 이 모두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방적이고 의도적인 공천 시도 방지’와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을 높이는 선거 문턱 낮추기’의 일환이라면 이 취지에 맞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예비선거 제도를 어떻게 구성할지 충분하고도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신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을 마음껏 알리고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캠페인 기간과 정치적 약자인 여성·장애인·청년들의 정계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당내의 각종 인력 양성 제도 그리고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 좋은 정치, 착한 정치의 정보를 손쉽게 제공받도록 하는 플랫폼이 설계되어야 한다.

청와대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민감한 까닭은?

여섯 번째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청와대는 왜 이리 민감할까. 통상적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제도와 관련해서는 여의도 정치권이 주도적이었다. 물론 국민들의 여론이 정치개혁 과정에서 적절히 반영되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필요한 노력과 정당한 과정을 이행하는지 여부이다. 안심번호 즉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은 여론조사가 더 대표성 있는 측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문적인 분석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을 문제 삼는다면 억지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자칫 일부에서 제기되는 주장처럼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김무성 대표와 야당 대표인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쥐고 가는데 불만이고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박심 공천’을 통해 친박 진영의 세력 확대를 원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터져나온 행동으로 오해받을 여지까지 있다. 그렇다면 현재 주장되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청와대는 어떤 입장을 내놓았어야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일까. 공정한 공천과 선진적인 공천을 보장하는 수단이 강구되었는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삼권분립제 하에서 엄청난 국가 예산과 민생 법안 처리, 외교 국제관계와 경제협력 조약 비준의 막중한 기능을 가진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견제하는 역할은 지극히 마땅하다. 정치개혁의 이름 아래 진행되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구체적인 구성과 방향이 ‘좋은 공천’ 그리고 ‘착한 공천’의 본질적인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견을 내놓고 국민의 입장에서 따져 묻는 것도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왜냐하면 법과 제도의 궁극적인 주체는 국민이 아닌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일지라도 국민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다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당 대표가 추석 기간에 부산에서 합의한 소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서도 기술적인 개념에 불과한 안심번호를 시비 삼을 일이 아니라 제시된 국민공천제가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공천제의 의미를 십분 살리고 있는지 분석해 평가를 내놓아야 했다. 가령 여론조사로 실시될 경우,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도전자들의 경력과 능력이 충분히 알려지고 평가받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기존 제도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가 탄생하였으므로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유능한 인재 중에서도 정치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 청년들이 정계 입문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마련된 가산점 제도 역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런 점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입장을 영향력있게 표명하기 힘든 국민들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대신해 줄만한 역할이다.

김무성 대표의 '국민공천제' 성공할까… 전략적 절충 거칠 듯

마지막으로 이러한 애로사항이 예견되는데도 왜 김무성 당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실었을까하는 궁금증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운명에 대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여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적인 경험과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정치적 공인으로서의 이슈 파이팅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공천과 관련된 우여곡절을 가장 많이 겪은 정치인 중 한사람으로 기억된다. 2008년 총선때는 친박으로 몰려 낙천되었고 2012년 대선때는 ‘대선 필승’을 이유로 공천 자리를 내놓았다. '친박이다 아니다' 하는 정치적 줄다리기에도 여러 번 내동댕이 쳐졌다. 아마도 이쯤되면 공천이라면 신물이 날 법도 하다. 개인적인 기억은 당 주도의 정치적 공천이 아니라 그냥 국민에게 맡겨서 처리하면 된다는 해법을 찾았을 개연성이 크다. 다른 하나는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공인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이 없는 가운데 정치적 지렛대가 되는 이슈를 찾아 선점하고 적극적으로 파이팅을 보이는 전략이다. 국민들에게 호응이 높고 정치권이 당면한 개혁 과제인 공천 문제이므로 더 매력적인 이슈로 보였을 법하다. 국민들의 호응도 받았고 대통령 견제의 예봉도 잠시 비켜 갔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당내 반응으로 나타났다. 누구보다 자신들의 미래에 예민한 의원들의 ‘비늘’을 건드렸으니 ‘역린'(逆鱗)처럼 민감한 반응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슈의 완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슈의 명분과 추진 동력이다. 여론의 지지를 얼마나 받는 이슈인지와 추진동력으로서의 김 대표의 지지율이다(상대적인 지지율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미 몇차례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2014년 10월 개헌론 이슈는 국민들의 명분도 약했고(국민들의 우선과제는 개헌이 아니라 경제) 김 대표의 영향력이라는 대선 후보 지지율도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올 들어 6월에 있었던 공무원연금법 개혁과 맞물려 시도된 국회법 개정 이슈 그리고 이어진 유승민 원내대표를 둘러싼 당청 갈등도 김 대표에게는 시련이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 합의안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은 압도적이지 않았고 국회법 개정 이슈에 대해서도 여론의 주도권을 쥐진 못했다. 당청 갈등 사이에서 동정 여론을 얻은 이 또한 김 대표가 아니라 유 전 원내대표였다. 이 때는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지만 핵심 지지층인 새누리당 지지층은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전 이슈가 김 대표에게 다소 비중이 낮고 변방의 이슈였다면 오픈 프라이머리는 격이 다르다.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은 이슈 파급력에서 압도적이다. 문제는 추진 동력이다. 차기 대선 후보로 당 대표로 영향력이 최근 주춤하다.(그림3) 가족과 연관된 개인적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3년차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통령과 대결 양상으로 비쳐질 경우 영향력 면에서 맞서 추진 동력을 끌어내기가 간단치 않다. 보다 나은 공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으므로 오픈 프라이머리의 순기능을 다 매도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한 사람의 판단이나 의지로만 될 게 아니라 정치적 계산 때문이든 아니든 집단적인 검토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슈의 명분 수준과 정치적 추진 동력의 잣대로 분석할 때 전략적 절충은 피해가기 힘든 선택으로 판단된다.

‘슈퍼문'(큰 보름달)의 기운을 받는 한가위가 지났지만 오곡의 풍성함은 여의도에는 전달되지 않았나보다. 추석 밥상머리에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장탄식이 이어졌지만 여의도 국회는 공천제 갈등으로 밤낮 새는 줄을 몰랐으니 말이다. 공천 제도 혁신, 정치 제도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하고 꼭 필요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요란스럽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진행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오픈 프라이머리를 더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이 글에서 더 큰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민주적 선거 제도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진 않는다. 코커스(당원대회)가 되었던 오픈 프라이머리이든 클로즈드 프라이머리이든 납세자인 유권자들이 가장 잘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일부 주에서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제도를 혼용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제도는 유권자들의 권리를 더 잘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고 장치이지 궁극의 목적은 아닌 까닭이다. 국민들은 말한다. 오픈 프라이머리이든 클로즈드 프라이머리이든 유권자들의 뜻을 잘 반영해달라고 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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