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1963~88년까지 100만여발 지뢰 매설… 북한군도 100여만발 매설 추정"

"북한이 우리 측 대인지뢰 캐낸 뒤 재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 근원적 해법 찾아야"

"DMZ에서 지뢰 제거해 생태평화공원 조성하면 평화통일 초석… 국민소득도 증대"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인터뷰·정리=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김기호(60)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21일 "생명을 죽이고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의 잔재인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지뢰 제거를 해야 한다"며 "남북한 군사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동시에 '대인지뢰 전면 사용금지 국제협약'(오타와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날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매년 폭우만 내리면 DMZ(비무장지대) 및 접경지역과 백령도 등 서해 5도에서 생활하는 주민과 우리 장병들이 대인지뢰를 밟아서 발목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소장은 "대인지뢰는 전시와 평화시 모두 전투원인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비인도적 무기"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전쟁 종식 후에도 평화재건 사업 비용을 증가시키고, 복구를 지연시키는 장애물이 된다면서 제거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여전히 서울 우면산, 성남시 검단산, 파주시 고령산·노고산, 포항 호미곶, 부산 태종대 등 후방 지역 39곳에 지뢰 4,000여 발이 남아 있고, DMZ와 민통선 농경지 주변에 약 30만 발이 매설돼 있다"며 "우리 군의 전력은 재래식 무기에서 북한보다 우세하므로 대인지뢰를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의 무력 남침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평화 통일에 대비하여 지금부터 분소대 전투병인 GP 및 GOP 상황일지를 확인하여 DMZ에서 산불 발생시 지뢰 폭발 관측 사항, 수색 작전 중 지뢰 발견 장소 등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관할하는 DMZ 내 불탄 지역에 지뢰 전문가를 투입하여 지뢰 라인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재 DMZ 일대에 어떤 지뢰가 어느 정도 묻혀 있다고 보는가.

"한국군은 DMZ와 민통선 북쪽 지역에 미군이 DMZ를 경계할 당시인 1963년쯤부터 북한의 기습을 방지할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하기 시작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까지 매설했다. 매설한 지뢰는 M14· M2· M3· M16 대인지뢰, M6· M7· M15· M19 대전차지뢰 등 100만~130여만 발로 추정된다. 국방부가 지뢰 매설 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곳만 1,100개소 97만여 발이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북쪽과 북한군 GP 주변에 목함지뢰(PMD-57), 수지(플라스틱)재(PMN) 대인지뢰, 말뚝 대인지뢰(POMZ)를 비롯하여 ATM-72 철재 대전차지뢰, TMP-B 목함 대전차지뢰 등 100여만 발을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도 비슷한 수량의 목함지뢰와 수지지뢰, 대전차지뢰 약 100만 발을 휴전선 부근에 6열의 지뢰지대를 설치하여 놓고 있다고 귀순군인들이 증언했다. 그러나 군사보안 및 외교안보적 이유로 정확한 지뢰 매설 수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할 뿐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지뢰가 많이 매설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DMZ 일원에 지뢰가 대량 매설된 시기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이 발생한 시기부터다. 1960년대에는 북한군의 청와대 기습 공격 침투 사건, 미군부대 전방초소 근무자들이 북한 무장 공비 15명으로부터 기습 사격을 받고 2명이 전사하고 8명이 부상한 사건, DMZ GP에 투입된 국군 병력이 북한군의 기습 사격을 받고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사건 등 북한군의 기습 도발이 빈번하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군은 전차를 1대도 보유하지 않았고, 소총을 생산할 능력도 없던 시기였다. 또한 DMZ 남방한계선에는 현재와 같은 견고한 철조망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목책이 설치되어 있어서 북한군이 마음만 먹으면 침투할 수 있었다. 이에 남한은 북한의 은밀 침투 및 기습 남침 공격을 방어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지뢰를 반입해 DMZ에 매설했다."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지뢰제거연구소

- 김 소장은 휴전선 일대의 대인지뢰 제거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지뢰 제거를 주장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M14 대인지뢰(직경 5.6cm, 높이 4cm)는 재질이 플리스틱이고 작고 가벼워 폭우 시 빗물을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어디에 있는지 몰라 DMZ 수색작전 중 지뢰가 폭발하여 발목을 절단 당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또 우리군은 DMZ와 민통선 지역에 매설한 지뢰지대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침투 작전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군의 DMZ 수색 작전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 정기적으로 일렬종대 행군하는 방식이어서 북한군에게 수색작전 통로가 노출되기 쉽다. 지난 8월 4일 1사단 DMZ 추진철책 통문에서 발생한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에는 우리 군의 수색작전 주기와 통로가 북한군에게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목함지뢰를 매설했다. 대인지뢰를 제거하지 않으면 감시장비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탐지하더라도 지뢰 폭발 사고 위험으로 인해 차단 작전을 펴기가 어렵다. 이제는 과학화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군이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매설한 대인지뢰가 경계 작전과 DMZ 일원에 대한 수색정찰을 방해하여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북한이 또 다시 지뢰 도발을 할 것이라 보는가.

"북한군이 지난 8월 4일에는 북한제 목함지뢰로 도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폭우 시 유실된 우리 측의 M14 대인지뢰를 습득해 보관하고 있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와 우리 군 수색작전 통로에 묻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 특수부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은밀하게 침투해 DMZ에 우리가 매설한 지뢰를 탐지하여 캐낸 후 우리 군의 수색작전 통로에 매설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북한제 목함지뢰를 묻어 놓았기에 물적 증거와 정황상 북한의 도발임을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 지뢰를 활용해 도발한다면 북한 도발의 물적 증거조차 찾을 수 없게 된다. 북한군은 이번에 분명히 학습효과를 얻었다. 이에 대남공작 부서는 앞으로 우리가 매설한 추진철책 전방에 매설된 지뢰를 은밀히 캐내서 활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 전 세계적으로 지뢰 매설 실태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한반도 휴전선 인근에는 남북이 각각 40~50cm 간격으로 지뢰를 매설해놓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단위 면적당 가장 밀도 높게 지뢰가 매설됐음을 의미한다.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이라크, 베트남 , 캄보디아, 소말리아, 스리랑카, 우간다 등 현재 70여 개 나라가 지뢰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아직도 1억만 발이 넘는 지뢰가 매설돼 있는 실정이다. ICBL(국제지뢰금지운동) 민간기구의 노력으로 대인지뢰의 전면적 사용금지 국제협약에 가입한 국가가 현재 160여 개국으로 늘어나 이 지구상에 대인지뢰가 사라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지뢰로 접근이 제한된 상태. 사진제공=한국지뢰제거연구소
-박근혜 대통령이 'DMZ 생태평화 공원' 조성을 약속했다. DMZ 평화 공원을 조성하면 주변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DMZ는 풍부한 생태계의 보고다. 민간의 발길이 닫지 않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각종 파충류가 서식하는 등 온갖 생물이 살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지뢰만 탐지하여 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DMZ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한반도 DMZ는 6.25전쟁 당시 세계 17개국 젊은이 200만 명이 참전하여 87만 명이 사상 당한, 인류 전쟁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전투 현장이다.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해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남북한 군사적 신뢰 관계를 형성해 평화통일 환경도 조성할 뿐 아니라 6.25 참전 후손들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도 국민소득이 1인당 3천달러 증가할 수 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프로필
국군기무사 1군단 기무부대 방첩장교 30년 복무,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현), 녹색평화연합 이사장(현), 코리아디엠지협의회 공동대표(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현)/저서 'DMZ평화적 이용을 위한 지뢰 제거 연구' /다용도 지뢰제거용 차 등 5건 특허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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