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핵실험 병행으로 최고 긴장 조성 뒤 대화 국면 전환 시도 가능성"

"핵 실험과 달리 미사일 발사는 일주일 정도면 준비… 2년 간 발사장 증축 공사 해와"

"대북 제재 최고조인 현상황에서 유엔이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추가적 제재 수단 없어"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년 기념일인 내달 10일 전후에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14일 시사한 것과 관련, 실제 북측의 도발 감행 여부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인공위성을 가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하고 주시해 왔다. 정부는 이 경우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무력 시위로 간주해 미국·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새로운 대북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국정원 제1차장을 지낸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따른 추가적인 압박이나 제재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발사 가능성을 '6 대 4' 또는 '7 대 3' 정도로 높게 봤다.

전 교수는 "북한은 스스로 절대 탄도 미사일 발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상 관측 등 평화적 목적의 이용을 위한 위성발사라고 강조한다"면서 "이 같은 위성 발사는 국제법상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다는 명분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2012년 북한 비핵화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북미 2·29 합의를 한 뒤에도 '인공위성 발사는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같은 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해 합의를 무산시키는 등 그동안 자체적 판단과 필요에 따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어차피 대북 제재가 최고조인 지금 상황에서 유엔이 추가적으로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가 없다"며 "중국도 어쩔수 없이 추가 유엔 제재 논의에 참여하겠지만, 이에 동의할 이유가 없는 중국은 오히려 추가 제재가 북한을 더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위성사진 판독 등으로 볼 때 현재로서는 특별한 발사 징후가 없다는 우리 군 당국과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대해선 "미사일 발사는 핵 실험과 다르다. 핵실험은 사전 준비 작업이 많이 필요해 통상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위성 발사는 일주일 정도면 금방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북한은 서해 동창리 발사장 증축 공사를 2년에 걸쳐 집요하게 해왔다"면서 "어차피 미사일 발사를 할 바엔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라는 큰 틀 속에서 지금이 더 이상 손해볼 것이 없다고 판단할 만한 때이기 때문에 엄포에 그치기보다는 실제로 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교수는 "국면 전환을 노리는 북한은 내부적으로 김정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하면서 대외적으론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 무대에 등장해 유리한 정치적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키우려 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때부터 약속해온 '2015년 통일의 대변혁과 강성대국' 호언에 대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이후 핵실험을 병행하면서 긴장의 최고 정점을 조성한 뒤 이 시점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 할 것"이라며 "적어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대화·교류의 중단을 염려하여 미사일과 핵실험을 보류할 만큼 절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대화나 이산가족 상봉 등은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고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심리전 전개 등 우리 측 대응을 주저하게 하고 남남 갈등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사는 한국·미국·중국 등에 향한 신호로 보인다. 적절한 대가가 주어지거나 향후 대가가 기대된다면 뒤로 미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거나 기대되는 것을 기간(10월10일) 중에 얻지 못한다면 미사일을 쏠 것이고 핵실험도 병행하거나 시차를 두고 실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거나 유약한 반응을 보인다면 남북대화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아 오히려 발사 시험 강행의 명분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미리 예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중대한 도발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태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라도 표명하는 것이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두려워해 북한이 위성 발사를 자제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북한의 지뢰도발로 남북간 군사 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도 한미연합 차원의 강력한 대북 응징 움직임이 오히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고 급하게 남북협상에 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추가 핵실험 강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으로 연결되고, 이에 북한이 반발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한반도 안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북한의 결정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장관과 북한의 총정치국장, 통일전선부장이 참가하는 2+2 남북 고위당국자 긴급 접촉을 제안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포기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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