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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칼럼] 박한규 "미·중 균형자 역할은 성립될 수 없어… 한국은 동북아에서 가교 역할 해야"
  • 기자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 승인시간승인 2015.09.08 18:14
중국 방문 통해 거둔 성과만큼 과제 많아… 미국 우려 불식 위해 노력해야
국력 비슷해야 균형자 역할 가능… 한국, 동북아에서 가교 역할 발휘해야
한·중·일, 역사 문제 이견을 인정하더라도 상호 공동이익을 확인할 필요
  •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
[데일리한국=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칼럼]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계기로 동북아 평화 외교와 통일 외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10월 한미정상회담, 10월 말-11월 초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의 외교력은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방중 통해 거둔 성과만큼 외교적 과제 많아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의 극진한 예우를 받았고, 정치·군사·경제·한반도 통일 등 다방면에서 한중 간에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해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많은 성과들을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통일을 위한 향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이끌어낸 것은 매우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동의를 이끌어낸 것은 한중일 삼국 간 협력과 화해를 위해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러한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될 많은 외교적 과제들을 동시에 안게 되었다. 당장 미국 워싱턴 조야의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堀起: 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의 현장이 되었던 전승절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귀국편 비행기에서 중국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대화를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하기로 했다는 박 대통령의 발표는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또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의 '중국 경도론'을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간극을 벌이려는 일본의 의도도 감지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우려 불식시키는 외교적 노력 필요

지난 3일 미국 국무부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한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고,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러한 미국 국무부의 논평은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미동맹 관계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지만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오는 10월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은 다른 동맹과 대체 불가하다는 입장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중 협력은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 완화 및 평화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평화외교는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에 방점을 두어야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외교의 방점은 무엇보다도 남북협력과 평화통일에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평화통일은 당사자인 북한을 배제하고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이번 8.25 남북합의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었든 북한의 대남도발을 종식시키고 남북관계가 새로운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한중정상회담에서의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다시 한 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한국이 평화통일 외교를 한다면서 북한을 더욱 고립화시키면 북한은 더욱 움츠려 들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서 대남 무력도발이나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다시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보다는 남북대화에 나서게 하고,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이를 위해 남한과 협력하고 북핵문제가 타결되면 북한에게 엄청난 혜택과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한반도내 평화통일은 미국, 중국, 일본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즉, 한반도 평화통일은 북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의미하고, 모든 국가들에게 거대한 동북아 시장이 열린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일, 역사 문제 이견 인정하더라도 공동이익 확인 필요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 중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시진핑 주석과 10월 말-11월 초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였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한중일 정상회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도 꼭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일 삼국 관계에는 과거사 문제와 군사적 패권 다툼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북핵 문제 해결이다. 이것은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모두가 원하는 바이다. 또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네 국가의 합친 GDP(국내총생산)는 세계GDP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 사이의 교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매우 높아 서로 협력하는 것은 이들 국가들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들 국가들 관계는 정치·군사·경제뿐 아니라 문화·교육·관광·인적 교류 등 실로 다방면에서 서로 촘촘하게 엮여져 있다.

이번에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삼국 정상들 사이에 이러한 공유된 이익들을 재확인하고, 삼국 관계가 협력과 우호의 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한중일 삼국 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삼국 간 협력과 우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어젠다(agenda)를 발굴해내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한중일 삼국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2010년 한중일 정상들의 합의로 2011년 한중일 삼국협력사무국(TCS)이 서울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 제도적 틀을 다시 활성화하여 지난 3년 간 영토 및 과거사 갈등으로 중단되었던 한중일 삼국 정상회의를 재개하여 폭넓은 분야에서 삼국 간 협력 방안들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중 사이의 균형자 역할은 올바른 선택 될 수 없어

박 대통령의 방중 직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와 관련, 기존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대결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마련하였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물론 한국이 북·중 간 벌어진 틈새를 파고들어 중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은 아주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북한은 중국에게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에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중국이 북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 실험, 국지 도발,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북한의 돌출 행동에 중국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져 있지만,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한반도 통일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현재 많은 언론에서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중 간 '신밀월 시대'를 열었고, 미중 간 '균형 외교'의 서막을 알리는 행보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단언컨대 미·중이라는 초강대국 사이에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가 균형자(balancer)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제관계 이론상 성립될 수 없는 가정이다. 삼국 사이의 균형자 역할은 국력이 서로 엇비슷할 때만 가능하다. 즉, 삼국 사이에 한 국가의 전략적 선택이 국제관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은 필요하지만,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에서 한국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은 언제든지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능동적 자주외교 통해 가교 역할 발휘해야

한국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이후 새로운 동북아 외교 지형을 맞이하게 되었다. 앞으로 가로놓여 있는 난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적 노력은 복잡한 체스판 위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행로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절묘한 수로 풀어야나가야 하는 형국과 같다. 한국은 이제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보다 세련된 외교 전략을 개발하고, 복잡한 동북아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외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주적 외교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은 능동적인 자주외교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 통일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당사국들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이 협력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가교(架橋) 역할을 담당해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을 군사력·경제력 같은 물리적 힘으로 우리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할 수 없다. 그 대신 한국은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필요한 가치 창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력 제고, 이해 당사국들의 대화와 협력을 위한 장을 마련해주는 노력들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박사 -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현), 경희대 국제대학원장·국제대학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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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9/08 18:14:48 수정시간 : 2020/02/07 1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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