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진상 손님' 10적의 끔찍한 행태들… 종업원·주인도 참기 어려울 정도

"진상 손님 보듬고 방긋방긋 웃을 자신 있는가?"… 그래야 '장사 DNA' 흐른다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칼럼] 세계인을 말춤으로 중독시킨 싸이나 피츠버그의 강정호 선수를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타고 났어”
맞는 말이다. 이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 그리고 피땀 어린 노력을 더해 재능을 성공으로 승화시켰다. 물론 후천적 노력을 통해 능력을 키워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타고난 이들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게 세상이다. 여러분 혈액 속에 장사의 적혈구와 백혈구가 흐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다.

한참 전 TVN의 ‘김미경 쇼’에 굉장히 낯이 익은 인물 하나가 게스트로 등장한 적이 있다. 이름은 박용후. 나와는 7-8년 전 같은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며 호형호제를 서슴지 않던 관계였다. 반가웠다. 말발은 여전했고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더 여유롭고 세련되어 있었다. 미안한 소리지만 방송 내내 강의에는 집중을 못하고 헤어스타일, 옷차림, 좌중을 리드하는 카리스마 그리고 예쁜 형수님에게 시선이 꽂혔었다. 꽤 긴 시간 특강을 했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카카오톡 의장인 김범수 씨에 관한 것이었다. 김 의장은 식당 종업원에게 반말을 지껄이는 인간과는 사업을 하지 않는단다. 왜 본인 PR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김범수 의장 이야기를 끌어들였을까. 아마도 내 형은 김 의장을 거명하며 본인의 생각을 전하고 싶었을 게다.

종업원 괴롭히는 '진상 손님' 10적(敵)의 끔찍한 행태들

외식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꼽는 ‘진상 손님’ 리스트에 늘 등장하는 단골이 바로 종업원을 하대하는 것(?)들이다. 얼마나 못 나고, 지 잘난 척할 곳이 없으면 식당에서 이런 추한 꼴을 보일까.
“여기 왜 빨리 안줘?”
“손님이 원하는데… 막걸리가 없으면 사다가라도 줘야 할 거 아니야!”
이런 부류의 손님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이니까 크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반면 업장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손님들이 있으니 ‘진상 손님 10적(敵)’이 그들이다. 이 양반들의 꼬락서니를 판소리조로 한 곡조만 뽑아 보자면,
‘허! 글씨, 주인장이 손님을 맞이허여 기쁜 마음에 주막 곳곳을 이리저리 뛰어댕기는디...
얼쑤. 삼겹살 굽던 젊은 색시 하나가 목젖을 드러내며 귀청이 떨어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리여.
“이보쇼 아줌니! 내 마늘 한 종지 더 달라고 헌게 원젠디 안즉도 감감 무소식이요~”.
“네~ 네~”
찬모 하나가 눈썹이 휘날리도록 주방으로 갔다가 손님상으로 내달음치는디 축지법이 따로 없네 그려~. 한 시름 놓았으니 냉수로 목이라도 축여볼까 돌아서는디 아따 뒤통수에다 대고 따발총을 쏘아댄다 그랴.
“아줌니 눈은 장식품으로 걸고 다니쇼? 마늘 달라고 했으면 기름장이 세트로 나와야 허고, 푸성귀들 떨어졌으면 알아서 좀 챙겨주셔야 또 오지 않겄소!”
복장은 터지지만 찬모의 입장이 입장인지라 모진 소리 한마디 못 허고 돌아서는디... 아따 눈물이 팽 돌아부러. 민증에 잉크 자국도 안 마른 것들이 울화를 치밀게 허네.
(중략)
혓바닥이 꼬부라지고 갈지자로 곤드레만드레 가게를 나서는디... 면상을 보니 가관이네 그랴! 버얼겋게 달아오른 낯짝을 뒤로 허고, 상을 치우는디...
“오매 오매 동네 사람들~ 여그 꼬라지를 좀 보소. 다 태워 먹은 마늘이 불판 위를 나뒹굴고, 종이접기 허듯 상추랑 깻잎을 다 찢어 놓아 부렀소!”

웃자고 꾸민 이야기가 아니다. 업주들은 이런 손님들을 보면 쥐어박고 싶어진다고 한다. 얼음물 한 잔 달라고 해서 부탁한 손님에게 가져다 주었더니 사람이 몇 명인데 달랑 한잔이냐고 핀잔을 준다. 그럼 처음부터 다 달라고 하던가. 손님이 손님다워야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막무가내인 손님도 부지기수다. 밥뚜껑은 밥이 마르지 말라고 덮어 놓는 것이고 앞접시는 냄비의 음식을 덜어먹으라고 주는 것이지 쓰레기를 버리라고 주는 것이 아닌데도 안하무인이다. 그러시면 안된다고, 이 그릇이 손님상에 다시 오르면 기분이 좋으시겠냐고 물으면 “다시 안 오면 될 거 아니야!”라고 당당하게 되받아친다.

식당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크고 작은 손님과의 다툼도 매일 밤 벌어진다.
“손님, 죄송한데 나가셔서 피우세요.” 존대어를 두 번이나 반복해서 읍소하지만 소용없다.
“내가 책임지면 될 거 아니야. 거 되게 딱딱하게 구네. 이래가지고 두 번 다시 오겠어?”
‘제발 그래주세요. 다시는 오지 말아주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최근 하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고객들도 만만치 않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평소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레스토랑들이건만 불경기는 당할 재간이 없으니 원가 파괴마저 불사하며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20-30%는 약과고 대부분 50%에 심하면 70-80%까지 할인 판매를 하는 업장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결재를 하고 방문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의심이 많고, 피해의식이 크다. ‘정가보다 싸니까 음식도 그만큼만 주겠지!’ ‘뭐야 할인율 적용했다고 손님 무시하는 거야?’ 인터뷰를 했던 대부분의 업소들은 소셜커머스 고객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이미 여기저기 블로글에 사진들이 올라가 있잖아요. 확인하기 쉬워요. 장사 그만하려고 그런 짓(양을 줄이거나 속이는)을 하겠어요?”

물론 소셜커머스 업체와의 암묵적 합의 하에 있지도 않은 메뉴를 만들어 놓고 할인하는 양 판매하는 업소도 있고, 초심을 잃고 양을 줄이는 업소도 있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누구의 잘잘못을 가르려는 것이 아니다. 또 누구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회사의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고, 업장은 문 닫기 싫어서 이런 계약을 맺는 것이라는 사실만 손님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이 외에도 진상 손님은 많다. 변기가 있는 데도 벽에다 토하기, 막히는 거 뻔히 알면서도 변기에 생리대 버리기. 본인들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태웠는데도 설거지가 시원찮아서 고기가 탔다고 생떼를 쓰는 손님들...

'진상 손님' 보듬고 웃을 자신 있어야 '장사 DNA' 흐른다

'장사의 신'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대답이 날아온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장사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더러워서? 아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간 내장에서 배출된 배설물이 얼마나 쓰면 이런 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래도 장사를 해보겠는가?
‘모든 건 내 탓이오’라고 되뇌이며 '진상 손님 10적(敵)'을 보듬어 안고, 사랑해주고. 방긋방긋 웃을 자신이 있는가?
단호히 YES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의 핏속엔 '장사DNA' 가 흐르고 있다. 한번쯤 장사에 인생을 걸어도 좋으리만큼 충분히.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프로필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MBC프로덕션 PD- 공주대·덕성여대 객원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식음료 총괄 컨설턴트- 김유진제작소 대표(현) *<장사의 신> 등 저서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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