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2위 부자 나라" 보고서 실현되려면 정치 리더십이 변해야

경제·안보·통일·소통·개혁 등 5가지 분야 대선주자 통치 능력 검증해야

국가 위해 당선 능력보다 통치 능력 중요… 통치 능력의 외줄타기 준비해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케냐보다 못한 나라였다. 필리핀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국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정도로 경제 사정이 나은 국가였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위상은 자축해도 될 정도로 눈부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은 앞다투어 ‘통일한국’이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한 강국이 될 것이란 예상을 쏟아 놓았다. 골드만삭스는 2009년 ‘세계 경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통일한국이 2050년에는 세계 2위 부자 나라가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9만달러가 될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70년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고도 성장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적지 않다. 경제는 비약적 발전을 했지만 재벌 위주의 국가 주도 경제로 구조적으로는 취약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이념적 갈등이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분단의 장기화로 안보 비용 예산이 연간 수십조원에 달한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의 모습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았지만 양극화 심화, 지역 불균형 등 ‘슬픈 자화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바꿔 놓을 정치와 시민의식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낙제점 수준이다.

'세계 2위 부자 국가' 되려면 정치 리더십 변해야

리서치앤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10~11일 실시한 광복 70주년 기념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에서 각 분야별로 선진국과 비교할 때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보았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선진국 수준이라는 응답이 각각 39.8%와 32.6%로 상당히 높았다. 중견국으로 응답한 경우와 합하면 중견국 이상 수준이라는 의견이 10명 중 8명을 넘는 정도였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경제, 교육, 국방 역시 중견국 이상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는 자평(自評)이 10명 중 7명이 넘는 결과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너무나 중요한 정치와 시민의식은 좌절에 가까운 혹평이 쏟아졌다. 정치 분야를 선진국 수준으로 보는 국민들은 채 1명도 되지 않는 8.3%에 불과했다. 어느 경제인이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쓴소리를 뱉어 정치권의 호된 뭇매를 맞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가 지도층을 평가한 내용이라면 국민 스스로를 평가한 ‘시민의식’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의 시민의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한 응답은 정치보다 낮은 7.6%였다(그림1).

결국 방향타를 잃은 우리의 혁신 불감증이 정치 리더십을 붕괴시켰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왜냐하면 적어도 시민들은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자각(自覺)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투자자문회사인 골드만삭스의 예측과 분석이 헛된 말장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리더십이 변해야 한다.

대선주자의 다섯 가지 통치 능력 검증해야

가장 극적인 정치 리더가 대통령이라면 다음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치 능력’이 중요하다. 30년 뒤에는 지금의 20대와 30대에서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광복 70주년을 되돌아보며 선배들이 30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는 공치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치 능력의 검증 기준이 될 수 있는 경제·안보·통일·소통·개혁의 현미경으로 차기 대선후보를 살펴보는 작업이 절실해진다.

경제 능력 두드러진 대선주자 없어 충격적

우선 경제 현미경으로 차기 대선후보를 살펴보자. 이미 국가 체제가 만들어진 미국이나 서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지도자에게 경제 운영 능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4대 강국으로 둘러싸여 치열한 무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지하자원 하나 없는 수출 주도 기술집약형 산업구조에서 우리 경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국제 경제를 분석할 기초적인 능력의 확보는 너무도 당연하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통령 임기 5년은 실험할 시간이 없는 매우 짧고 소중한 시간이다. 정치인들은 쉽게 경제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국가 경제에 대한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속도감 있게 효율적인 경제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등의 권위주의적 정권 하에서는 일사분란한 정책운영이 가능했고 세계 경제의 성장 흐름에 올라탄 운도 뒤따랐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자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이나 유럽의 시장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 경제 전문 관료와 학계의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인사 발탁 및 조직 운용 능력이 강조되어야 하겠지만 대통령 또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13일(전국1005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실시한 조사에서 여야 각각 4명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해 응답자들에게 왜 지지하는지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각 인물들의 지지율은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이유 중에서 경제와 관련된 응답을 분석해 보았다. 직접적으로 경제를 언급한 경우가 많지 않아 ‘경험’, ‘능력’, ‘일처리’ 등 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슈와 연결 가능한 키워드를 포함해 보았다(단체장 경력을 선호한 경우는 제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11%, 오세훈 전 서울시장 9%, 김문수 전 경기지사 19%,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 야권 후보들 중 박원순 서울시장은 19%,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5%, 안철수 의원은 11%, 이재명 성남시장은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경제적인 능력을 좋게 평가받는 후보일수록 전체 지지율도 높았다(그림2).

그렇지만 통치 능력에서 국가 경제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경제 능력이 두드러진 후보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사이비 전문가들에게 농락당하거나 호도되지 않을 정도의 지식은 보여주어야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 지키는 안보 능력 갖춰야

다음으로 들이대야 할 현미경의 렌즈는 안보이다. 경제가 국민의 재산이라면 안보는 이 재산과 생명을 안심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통치의 기본으로 이해된다. 현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십 요체는 확고한 안보였다. 레이거노믹스가 성공한 배경에는 강력한 안보정책을 통해 냉전을 종식시킨 레이건 독트린의 성공이 있었다. 무명의 할리우드 배우에 불과했던 정치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철저한 통치 훈련을 통해 안보능력과 경제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은 소련과의 최후 일전을 국제정치 무대에서 겨루고 있었고 침체된 국가 경제는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풀어가야 하는 때였다. 일개 무명 영화배우의 말과 행동이 왜 설득력이 있었는가. 레이건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었다.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미국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주지사로 대권 수업을 철저히 경험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인구는 4,000만명에 가깝고 지역 경제 규모는 웬만한 국가 수준 이상이다. 이런 곳에서 철저하게 직간접적인 국가 통치의 예행 연습을 끝낸 레이건 대통령이었기에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면모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선후보를 선호하는 이유로 안보를 꼽은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아마도 거론된 후보들에게 질문하면 ‘대통령이 되어서 잘하면 된다’고 응답하거나 ‘국민들이 (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데 나야말로 안보전문가이다’라는 자기 품평을 여과 없이 내놓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들이 안보와 관련해 쏟아 놓은 후보 시절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심각성을 느끼는 것이다.

'통일기차'가 플랫폼 떠나기 전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다음은 대통령의 통치 기준으로 ‘북한’과 '통일'을 꼽게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다.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이 그 이전과는 다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과 함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 70년이 흘렀지만 남북의 긴장관계는 크게 완화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에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대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K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통일 인식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통일에 대한 염원이 꺼져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지경이다.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통일숙명론은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에 그쳤다(33.9%). ‘부담이 없다면 통일이 되어도 좋다’는 조건부 통일론이 10명중 4명에 가까운 38.1%였다. 30대의 경우는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통일무용론이 16.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통일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통일을 원하는 국민들이 압도적이다. 남북한 간 긴장관계가 조성될 때마다 국민들은 통일의지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통일에 대한 염원은 유지되고 있다. 현대사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추억되는 브란덴부르크문과 동서독을 가로지른 장벽이 허물어진 데는 많은 힘이 작용했다. 고르바초프의 소련을 비롯해 미국 등의 주변 강대국의 협조가 중요했고 동서독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통일에 대한 노력이 소중했다. 무엇보다 통일의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진 사람은 헬무트 콜 서독 총리였다.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가 통일을 견인한 것이다. 서독은 빌리브란트, 아데나워 총리를 비롯해 슈미트 총리에 이어 콜 총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더 심화된 통일 정책을 펼쳤다. 통일과 통일 후 독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준비한 당시 콜 서독 총리의 일성(一聲)은 많은 독일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통일이라는 기차가 플랫폼에 와 있다. 우리는 이 기차가 플랫폼을 떠나기 전에 잡아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대선후보 중에 ‘준비된 통일대통령 후보’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갈등 치유하고 국민의 아픔 치유하는 '소통 능력' 갖춰야

'소통'은 차기 대선 후보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통치 능력이다.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은 지역·이념·세대 간 갈등과 대립 속에서 신음해 왔다. 다음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찢겨진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제반 통합의 소통 중재자로 거듭나야 하는 소명(召命)이다.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고 하는 소통에 대한 차기 대선후보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갤럽 조사(8월11~13일)를 분석해 보면 김무성 대표는 소통에 해당할 수 있는 응답이 전체 선호이유 중 18%였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로 나타났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8%였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4%에 달했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33%로 다른 후보들보다 이 분야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대표는 24%였고, 안철수 의원은 23%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3%였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날 수 있겠지만 소통 능력 측면에선 대체적으로 야권 후보들이 우세해 보였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는 인사를 제외하고는 30%대의 비교적 높은 소통 능력은 찾기 힘들었다.

정치권 선진화 등 공공 개혁 의지가 강해야

마지막으로 검증할 잣대는 공공 개혁에 대한 의지이다. 많은 대선후보들은 온갖 대선 공약을 내세우지만 집권하면 초반에 적응하느라 개혁의 적기(適期)를 놓치기 십상이다. 5년 임기 중에 2~3년이 지난 후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 저항감이 거셀 뿐 아니라 임기 내에 정상적인 궤도 위에 올려 놓기도 힘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하나회 척결이나 역사바로세우기를 임기 후반에 시도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력한 개혁 의지이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개혁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허물이 없어야 한다. KBS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 해결'이 응답자 4명 중 1명 정도인 23.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부정부패 척결’, ‘빈부 격차 등 사회 양극화 해소’, ‘실업 및 취업난 해결’ 순이었다(그림3). 우리 국민들은 ‘경제대국’이나 ‘통일한국’ 등 거창한 목표 이전에 정치권의 선진화를 목 놓아 부르짖고 있다.

통치 능력의 외줄타기 준비해야… 실수는 허용되지 않아

당선 능력보다는 통치 능력이다.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상 누가 당선될 수 있느냐 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한다. 실험을 위한 5년이 되어서는 않된다. 월남 이상재 선생의 말씀처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대한민국의 운명은 인재 즉 지도자에 달렸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아시아의 성공한 지도자였던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인 리센룽 현 싱가포르 총리는 안보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군사학교에서 연수받고 군에서 준장 자리까지 올랐다. 차기 대선후보들은 군을 제대로 통솔할 경험과 지혜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에 이어 총리가 된 존 메이저는 대처의 그늘에 가려 보였다. 하지만 메이저 총리만큼 무난하게 영국을 이끈 총리도 드물었다. 정치를 하며 늘 통치능력을 쌓아둔 덕택이었다. 서커스 단원이기도 했던 메이저 총리의 부친이 아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세상은 외줄타기와 같다. 광대가 언제 외줄에서 떨어질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관객을 대하듯 온 힘을 모아 외줄을 타야 한다. 실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얼마나 통치 능력의 외줄타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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